* 최근 서울 가락시장에서 중국산 신선대파가 거래된 것으로 알려져 대파 산지가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가락시장 채소경매장 앞에 쌓여 있는 중국산 신선대파.
국산값 강세장 틈타 출하
공영도매서 거래 이례적
“수탁거부금지 조항 악용
외국산 공세 무방비 노출”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3. 3. 12
국내 최대 공영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에서 중국산 신선대파가 거래된 것으로 확인돼 출하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생산량 감소로 국산 대파값이 강세를 띠는 사이 수입업체들이 공영도매시장 거래 물꼬를 트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달초 가락시장에서 중국산 신선대파가 한 도매시장법인을 통해 정가·수의 매매로 거래됐다. 물량은 10㎏들이 200상자, 한상자당 평균 거래단가는 1만5000원으로 파악된다. 현재 수입되는 중국산 신선대파는 푸젠성 샤먼시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상품성은 국산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 신선대파가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대파는 상품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한이 짧아 대부분 수입업체들이 식품 대기업이나 식자재업체에 직접 납품하기 때문이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도매시장에서 대파를 거래하기에는 적정 가격이 담보되지 않고, 거래의 변동성도 높아 수입업체 입장에서 위험 부담이 크다”며 “신선대파는 선도 유지를 위해 수입을 진행한 시기부터 열흘 내에 거래를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납품하는 형태로 거래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례적인 상황에 대해 출하자들은 수입업체들이 판로 확대 차원에서 신선대파의 공영도매시장 거래 가능성을 가늠해보기 위해 나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파를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정홍진 제일영농조합법인 대표는 “2020년 수입 신선양배추가 가락시장에 등장했을 때 출하자들의 대규모 반발로 결국 거래가 철회됐다”며 “이에 대한 학습 효과로 수입업체들이 일종의 ‘떠보기’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국산 대파값 강세 영향으로 중국산 물량 공세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10일 가락시장에서 대파는 1㎏ 상품 한단당 평균 2294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해(1513원)보다는 51.6%, 평년(1204원)보다는 90.5% 높은 값이다.
최용석 대아청과 경매사는 “겨울대파 출하면적이 지난해 대비 10%가량 줄어든 데다 1월 한파 영향으로 출하량이 큰 폭으로 감소해 가격이 강세를 띤다”며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대파값 강세 영향으로 수입량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월 신선대파 수입량은 325.2t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4.6% 많았다.
노호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양념채소관측팀장은 “출하량은 감소하고 소비는 늘어나 이달 국산 대파값은 2월보다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의 대파 재배면적도 증가해 수입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대파 수입량 증가가 점쳐지면서 출하자들은 수입업체들의 공영도매시장 공략이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의 도매시장법인 수탁 거부 금지 조항을 악용해 수입업체들이 도매시장법인에 물량을 떠넘길 경우 이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현행법상 도매시장법인은 수입업체가 농산물을 출하할 경우 거부할 수 없어 수입 농산물 공세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황”이라며 “생산자 보호 차원에서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곽길성 전남 서진도농협 대파공동선별출하회장은 “농산물 기준가격을 산출하는 가락시장에서 수입 신선대파가 거래될 경우 국산 대파값이 하락할 수 있다”며 “수입 대파 거래가 관행으로 자리 잡으면 국산 점유율을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공영도매시장 거래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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