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도쿄도 홈페이지
토요스·오타도매시장을 가다
<하>가락시장 시설현대화에 주는 시사점은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3. 3. 10
일본 도쿄에 자리한 토요스(도요스)중앙도매시장은 비교적 최근인 2018년 10월 개장한 신설 시장이다. 개장 이후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려 직접 둘러볼 기회가 제한된 데다 시장 출입 관리도 철저하게 이뤄져 국내 언론에 공개된 경우가 많지 않다. 츠키지시장 이전으로 신설된 토요스시장 사례는 2009년부터 추진 중인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과 여러 측면에서 비교된다. 일본을 대표하는 오타도매시장이 지속적인 시설 정비를 통해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모습 역시 국내 농산물도매시장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
○ 토요스시장은
츠키지시장의 이전 결정에 따라 새롭게 건설된 도매시장이다. 도쿄도 중앙도매시장 11개 중 하나로, 위치상 츠키지시장 남쪽으로 약 2.3㎞ 떨어졌다. 부지면적은 51만7000㎡, 건축면적은 40만7000㎡다. 츠키지시장에 비해 1.7배 넓다. 참고로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은 총 부지 53만1830㎡, 연면적 51만3159㎡ 규모로 추진 중이다.
내부는 수산 중개 매장동(중도매인동), 수산 도매장동, 청과동 등 크게 3개 구역으로 구분되며, 3동 모두 전관 폐쇄형 최첨단 시설이다. 수산 도매장동은 품목별 7개 법인이, 청과동은 도쿄씨티청과(씨티청과) 1개 법인이 중도매인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청과동은 총 3층 구조로, 건축면적 약 5만8000㎡, 연면적 9만7000㎡, 부지면적 12만8000㎡ 규모다.
‘폐쇄형 시설’로 구역별 온도 관리
식품 안전 확보·에너지 절약
수직 물류 실현해 다양한 수요 대응
입출고·저장관리 바코드 자동화까지
개장 5년 만 공간 부족은 숙제
유통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 역량을 높이는 쪽으로 도매시장 유통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 골자다. 도쿄도에 따르면 토요스시장은 △식품의 안전·안심 확보 △에너지 절약 및 친환경 △효율적인 물류의 실현과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새로운 시장을 지향한다.
가장 먼저, 폐쇄형 시설이라는 외형적 특징이 눈에 띈다. 구역별 적정 온도 관리가 가능하고 외부 공기나 곤충, 먼지 등의 유입을 억제할 수 있어 식품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와 연계해 효율적인 물류 실현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차별점이다. 가장 달라진 변화라는 게 도매시장 관계자의 전언이다.
농산물이 도매시장으로 반입되면 18~22도로 유지되는 도매장 적재 공간(1층)에 놓이는데, 4대의 수직 반송기를 통해 자동입체 저온창고로 입고된 다음 3층에 마련된 가공 패킹센터, 대량 피킹(Picking) 작업장(소분) 등을 거쳐 배송 차량들이 농산물을 싣고 나가는 구조다. 장내 차량 진입이 불가하고, 시장 물류는 씨티청과 자회사인 씨티상사가 전담한다.
타츠야 모리 씨티청과 전무이사는 “츠키지시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 대응이 곤란했다. 슈퍼마켓과 소매점 거래가 많은 오타시장의 도쿄청과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이었다”며 “지금은 온도 관리가 가능해졌고, 배송 시설을 갖춰 체계적인 배송이 가능해 슈퍼마켓이나 마트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토요스시장 개장 이후 코로나 장기화 국면이 이어지면서 주력 거래선인 고급 식자재 수요 급감으로 씨티청과 거래량과 매출도 큰 타격을 받았지만, 슈퍼마켓과 대형마트 대응이 가능해지면서 회복되고 있고 최근 성장률은 도쿄청과보다 우위를 점하는 상황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토요스시장의 청과 거래량은 오타시장의 4분의 1 정도(1일 취급량 약 920톤, 연간 약 23만톤)다.
자동입체 저온창고는 600톤 정도 동시 입고 및 보관이 가능하고, 적정 온도(7도) 관리는 물론 전용 바코드를 통해 입출고 및 저장 관리까지 자동화되도록 설계됐다.
눈여겨볼 부분 중 하나는 3층 가공·전처리 패키지 등 상품화 시설의 경우 씨티청과가 비용을 부담하고 자율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설자가 건물 외관만 건설하고, 씨티청과가 시설을 만들어 25개사(중도매인, 매참인)에 임대하는 식의 운영이다.
수직 물류의 장점이 두드러지지만, 반대로 애로점도 있다. 반입 물량의 보관 시설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폐쇄형 시설이어서 외부 공간 사용이 어려워진 데다 정가수의매매 물량에 따른 시장 체류시간이 늘어나 중장기적으로 추가 물류 공간 확보 방안이 필요할 것이란 예상이다.
타츠야 모리 전무이사는 “시장을 이전해 왔다고는 하지만 법인이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은 크게 늘지 않았다. 현재 경매 비율이 낮아 경매장을 정가수의매매 물량을 보관하는 장소로 쓰고 있다”고 했다.
현장 방문에 동행한 도매유통 분야 연구자는 “시설을 만들 때 없으면 안 되는 시설, 있으면 좋은 시설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있어야 한다. 토요스시장의 경우 불필요하게 사용하지 않는 천장 공간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도 한정된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다층화하는 공간 구조, 즉 수평 물류가 아닌 수직 물류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 오타시장 사례의 시사점
유통환경 변화 속 ‘물류’ 기능 제고
외부 저장창고 임차 비용 부담↑
경매장 복층화 공사에 수백억 지출
도쿄도, 대형물류센터 건립 등 지원
오타도매시장은 일본을 대표하는 도매시장으로 국내에 비교적 잘 알려진 곳이다. 오타시장 역시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 방안으로 물류 기능을 강화하는 데 말 그대로 사활을 걸고 있다.
도쿄도가 오타시장 내부에 3층 규모의 대형 물류센터를 건립한 것이 대표적으로, 총 공사비 600억원을 투입해 2019년 3월 완공했다. 토요스도매시장 사례와 마찬가지로, 건물 외형은 도쿄도가 건립하고 내부 시설과 운영은 민간 자율에 맡기는 식이다.
건립 배경은 저온관리는 물론 가공·패키지 등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도록 하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아카츠카 타카미치 도쿄도 중앙도매시장 오타시장관리과 총괄과장대리는 “오타시장은 매년 1~2% 입하량이 늘어나고 있어 하역 및 배송 공간이 부족하다. 또 유통 과정에서 품질 저하 문제가 있어 콜드체인을 확보하기 위해 저온 관리가 필요했고, 소매점 수요가 굉장히 다양해지면서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물류센터 건립 필요성이 컸다”고 말했다.
도매시장 물류 공간이 포화되고 기능이 한계에 직면한 위기 상황은 출혈성 비용 증가에 따른 도매법인 등의 수익 악화 요인이 되고 있다. 도쿄청과는 시장 외부에 별도 물류창고 2동을 임차 이용하고 있는데, 연간 36억원의 임차료를 부담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개설자인 도쿄도와 협의를 거쳐 시장 내부의 경매장을 복층화하는 데 소요되는 공사비 600억원도 투입했다. 해당 공사는 2020년 11월부터 시작해 진행 중이다.
도쿄청과는 이밖에도 농산물을 싣고 온 운송기사가 하역에 걸리는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점포 방문객 예약시스템을 자사전용으로 전환, 방문예약·입장 관리시스템을 가동하는 등 시설 정비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운영도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도매법인 관계자는 “오타시장은 애초 방문 구매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던 시장에서 구매자 주문에 대응해 적시·적품을 공급(배송)하는 시장으로 바뀌었다. 개장 당시 가장 필요한 시설수요는 넓은 주차장이었지만, 지금은 복합물류센터기능이 요구되고 있다”면서 “수요 예측이 미흡할 경우 상당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봤다.
◆ 두 사례서 찾는 시사점
유통환경 감안 철저한 수요 예측 중요, 속도보다는 ‘신중’
경매비중 높아 경매장 면적 확보
정가수의매매 확대 대비도 필요
유통환경 변화에 따라 한정된 공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도매시장 여건상 다양한 공간의 수요 분석을 사전에 꼼꼼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특히 국내의 경우 일본과 달리 경매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대량 반입·일시 거래·신속 반출을 위한 경매장 면적을 충분히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정가수의매매 거래 확대 변화에 따른 보관 시설 마련도 필요한 부분이다. 청과동의 경우 토요스시장은 씨티청과 1곳이 이용하고 있는 반면 가락시장은 도매법인 5곳과 농협가락공판장 1곳 등 이용주체가 많아 문제가 발생하면 일본과 달리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와 함께 도매시장 시설 정비 과정의 기본 방향이 변화하고 있다는 흐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설자 주도에서 개설자와 시장 유통주체(실사용자)가 공동으로 주도하는 형태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 시장 모두 개설 주체는 도쿄도인데, 실사용자의 의견 반영과 함께 자율적인 시설 운영을 맡기고 있다. 상품화 시설 등을 민간이 구축해 운영하면, 트렌드를 따라가는 속도가 빠르고 높은 만족도,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기대할 수 있다.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일본 사례처럼 시설현대화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실제 사용자인 도매시장법인 및 중도매인의 운영 자율성 부여와 함께 사용자가 불분명한 시설의 비용은 개설자가 부담하고 저온창고·상품화 시설 등은 민간이 직접 구축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해관계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측면도 요구된다.
한 도매시장 연구자는 “토요스시장의 경우 유통주체와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회 등을 운영해 거래방법, 물류, 환경, 정보화 등에 대해 숙의를 거쳐 진행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럼에도 잘못된 수요 예측과 운용 계획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는 만큼 우리가 취할 것은 취하고 미흡한 점은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오타시장 역시 물류 시설 확충을 위해 법인과 개설자 간 유기적인 협력 등을 통해 공동 대응하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고 했다.
또 “토요스시장은 개장을 앞두고 물류 프로세스를 시뮬레이션해보는 별도 기간을 2년이나 가졌는데, 가락시장도 재건축 후 충분한 테스트 기간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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