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수입업체가 과적을 통해 중국산 신선양파를 밀수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에서 한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24t 트레일러에 양파를 적재한 모습.
할당관세 적용 종료 후에도
일부 업체 대량으로 들여와
생산자단체, 특별단속 촉구
관세당국 “전량 계측하겠다”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3. 3. 9
제주지역을 시작으로 올해산 조생양파 수확이 시작된 가운데 중국산 양파의 밀수입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적극적인 수입 정책을 펼치는 사이 통관 허점을 파고든 수입업체들의 불법행위가 만연한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국내산 조생양파 시세 형성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적자 보면서도 수입?…생산자단체, 밀수 의혹 제기=최근 한국양파연합회·양파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는 관세청과 평택세관에 ‘수입 양파 적재량 및 중량 초과 특별단속 요청’ 공문을 보냈다.
두 단체는 “수입 양파 할당관세 기한 종료 후 최근 일부 수입업자가 적재량 및 무게를 속여 세관 신고 물량보다 3t 정도를 초과 적재해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양파 컨테이너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 일부 수입업자의 불법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공식 요청했다.
생산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양파 저율관세할당(TRQ) 수입계획 중 잔여물량 2만t의 수입 기한을 올 1월까지 연장했다. 하지만 1월까지 잔여물량을 채우지 못했고, 최종적으로 2월10일 할당관세(10%) 적용을 끝으로 지난해 TRQ 수입계획을 완료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중국 현지 양파값을 고려할 때 135%의 관세가 적용되면 사실상 한국에서 유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할당관세 적용이 끝난 후 대부분 업체가 수입을 중단했다”며 “하지만 일부 수입업체가 대규모 수입을 지속하고 있어 밀수 의혹이 제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청이 공시한 수입 양파의 담보기준가격은 8일 기준 1t당 485달러다. 다만 담보기준가격이 통상 최저 가격을 적용하기 때문에 실제 수입 가격은 1t당 520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1t당 520달러 기준으로 135%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은 1222달러까지 치솟는다. 여기에 통과수수료와 물류비 등이 추가되면 국내 도착가격은 1t당 1400달러(1㎏당 1.4달러) 수준에 달한다는 게 수입업체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재 서울 가락시장 등지에서 중국산 양파는 상품 기준 1㎏당 1600~1700원대에 거래되고 있는데 원달러 환율(1300원) 등을 고려하면 수입업체들은 사실상 적자를 보는 상황임에도 수입을 지속한다는 결론이 나와 밀수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밀수 수법은 과적…통관 허점 이용=그렇다면 수입업체들은 어떤 방식으로 밀수를 해왔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적을 통한 수법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실제 양파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한 수입업체 대표는 “2월10일 이후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수입을 중단했는데 중국 거래처에서 양파를 더 실어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며 “무슨 소리인지 의아해 다른 현지 업체들을 통해 확인해보니 상당수 한국 수입업체가 컨테이너당 3t씩 과적해 들여오고 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할당관세 종료로 더이상 수익을 낼 수 없는 일부 수입업체가 통관시 중량을 계측하지 않는다는 허점을 이용, 양파를 과적해 수입하고 보세창고 등에서 이를 몰래 빼돌려 수익을 보전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산 양파를 1t당 520달러(1㎏당 0.52달러)에 사들여 정식으로 통관하면 135%의 관세(702달러)를 내야 하지만 과적을 통해 밀수하면 관세 부담이 사라진다.
중국산 양파의 국내 거래가격이 1600~1700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업체들은 관세 부담이 사라진 밀수 물량에 대해 1㎏당 1000원가량의 마진을 남길 수 있는데, 3t을 밀수할 경우 약 300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에서 농산물 수출업체를 운영하는 중국 동포 A씨는 “컨테이너 1대당 24ｔ이 적재 중량인데 양파 15㎏들이 200망을 더 실어 3t을 과적하는 수법이 만연해 있다”며 “정식 통관된 24t에서 일부 적자를 보더라도 밀수 물량에서 큰 마진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불법을 자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밀수 물량 얼마나 되는지 파악 안돼…국산 양파값 악영향 우려=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월11일 이후 중국산 신선 양파를 통관한 국내 수입업체는 2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2월11일~3월7일 중국산 신선양파 통관건수는 67건인데 업계 내부에선 이 기간 3000t가량 수입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지만 전체 수입량의 5%만 밀수됐다고 가정해도 150t이 밀수된 것”이라며 “관세 포탈 규모도 상당할뿐더러 양파 가격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물량”이라고 전했다.
특히 생산자들은 국산 조생양파 수확이 시작돼 시장 출하를 앞둔 상황에서 밀수된 중국산 양파가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병덕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기본적으로 수입 양파는 국산 양파값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 밀수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시세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며 “수입 양파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 이같은 불법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관세당국은 수입 양파에 대한 전량 계측 등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택세관 관계자는 “본청에서 최근 수입 양파 관련한 위험 동향 전파가 있었고, 이후 수입 양파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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