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을 연매출 30억원 이상인 사업장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고심하고 있다. 특히 지역화폐 사용처가 다양하지 않은 농촌 지자체에서는 이번 정부 방침으로 지역주민들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연매출액을 기준으로 지역화폐 사용처를 제한하는 ‘2023년 지역사랑상품권 지침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수립, 지자체에 통보했다. 이에 따르면 하나로마트, 대형 식자재·농수산물도매점 등 연매출액 30억원을 넘는 사업장은 중소기업이어도 지역화폐 사용처에서 제외된다. 기존에는 법상 중소기업에 해당하면 지자체의 추가 제한이 없는 이상 지역화폐 사용이 가능했다.
이같은 방침에 농촌 지자체는 크게 들썩였다. 농촌지역에선 하나로마트·농자재센터 등 지역 농·축협 경제사업장이 지역화폐의 주요 사용처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는 접근성이 좋으면서 제대로 된 생필품·농자재 판매점이 거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가 농민수당 등 정책수당에는 이번 개정안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농민수당으로 받는 지역화폐는 지금처럼 하나로마트나 농자재센터에서 사용할 수 있다. 지역농민들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농민수당 또는 농민기본소득은 현재 9개 도단위 광역지자체에서 모두 시행하고 있다.
여러 지자체에 따르면 행안부는 개정안을 지자체에 통보한 이후 ‘정책수당은 개정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추가로 보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일반 지역화폐는 개인이 자발적인 의지로 구입하는 것이지만 농민수당과 같은 정책수당은 정책 대상이 되면 받는 돈”이라며 “정책수당으로 지급받은 지역화폐를 사용할 만한 곳이 지역에 없다면 반발이 있을 수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액면가보다 최대 10%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지역화폐는 현장 요구와 관계없이 개정안대로 사용처가 제한된다. 이에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자체에서는 개정안 적용 여부를 두고 논의가 한창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농민수당으로 발급하는 지역화폐는 연매출액 30억원이 넘는 사업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추가 지침이 내려와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면서도 “정책수당이 아닌 일반 지역화폐의 사용처 제한을 두고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 지역화폐와 농민수당으로 지급하는 지역화폐가 구분되지 않아 현장에서는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강원도 관계자는 “농민수당으로 발행하는 지역화폐에 ‘농민수당’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 게 아니다”라며 “개정안대로 시행하면 가맹점에서 이를 어떻게 구분해 받을 것인지부터 시작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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