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면적으로 따졌을 때 전국의 2%가 채 안되는 작은 도다. 경지면적도 전국의 3.64%인 5만6000여㏊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위도상 기후가 따뜻하고 토질이 비옥해 주요 농산물 공급기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겨울채소와 감귤류의 공급 비중은 절대적이어서 무·겨울양배추·겨울당근 등은 전국적으로 생산량이 가장 많으며 감귤류는 거의 제주도산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제주도의 농민들이 올겨울 뿔났다. 제주 농산물은 지역 특성상 대부분 배를 이용해 육지로 출하하는데 물류비가 1년 전에 비해 20%나 올랐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한대당 47만원이던 운송료가 이번 동절기엔 55만원으로 무려 8만원이나 뛰었다. 유통비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해상운임이 폭등하다보니 일부 영세농가들은 출하를 포기해야 할 정도다.
농산물 수송을 담당하는 해운업체들은 선박 연료유 가격이 두배 올랐고 육지부 운송을 맡은 화물연대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농가는 없다. 우선 연료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일시적으로 치솟긴 했으나 지난해 11월 정상으로 돌아왔고, 화물연대는 ‘지난해 인상액은 컨테이너 한대당 1만5000∼2만원꼴’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제주도에선 해운업체간 물류비 담합이 의심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러 선사가 같은 시기에 동일하게 운송비를 올린 것으로 봐 실제 부당한 공동행위의 정황도 보인다.
모두에 언급했듯 제주도는 규모는 작지만 농업부문에서 기여도가 높은 농도(農道)다. 제주 농산물의 수급 여하에 따라 나라 전체의 밥상 물가가 영향을 받는다. 겨울에는 특히 더 그렇다. 담합인지 아닌지 누가 폭리를 취하는지는 확인해보면 될 일이다. 도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당국이 서둘러 조사에 나서 시정할 부분에 대해선 즉시 조치해줄 것을 당부한다. 아울러 이참에 업체들이 일방적으로 물류비를 정하는 행태에 대응할 공식기구를 설치하고, 제주의 특성을 고려한 해상물류비 지원방안 마련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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