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제주지역 물류비가 전년 대비 20%가량 폭등해 농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해운업체와 자동화물업체의 운송료 담합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애월읍에서 자동화물 운송을 위해 화물차에 양배추를 싣는 모습.
[제주 농산물 물류비 폭등의 진실] (중)커지는 물류비 담합 의혹
해운사 3곳 ‘55만원’ 운임 같아
자동화물업체도 일제히 20% ↑
낮은 값에 맺은 기존 계약 파기
업체 “요금 맞추라는 압박 받아”
전문가 “부당공동행위 가능성”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3. 2. 22
◆도의회 의혹 제기 “육지부 컨테이너 비용 변동 없는데, 제주도만?”=제주지역 해상물류비 담합 의혹은 제주도의회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열린 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제412회 임시회에서 고태민 의원(국민의힘·애월읍갑)은 “2020년 해상컨테이너 운송 비용이 36만원이었는데, 올해 51만원으로 3년 새 41.6%가 인상됐다”며 “특히 육지부는 컨테이너 비용에 변동이 없는데 제주도만 큰 폭으로 인상된 것에 대해 해운사가 담합한 의혹은 없는지 점검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담합 의혹은 제주지역 농가들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퍼졌다. 한림항과 성산포항에서 컨테이너 운송을 전담하는 소수 해운업체들을 이용하는 농가들은 해당 업체들이 비슷한 시기 동일한 폭으로 운송료를 인상한 것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제주지역 출하자들에 따르면 컨테이너 한대당 운송료는 2021년 47만원에서 2022년 55만원으로 일괄 인상된 것으로 파악된다.
김학종 제주양배추연합회장은 “양배추 출하자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한림항에 있는 해운업체 세곳 모두 컨테이너 한대당 운송비를 47만원에서 55만원으로 동일하게 올렸다”며 “시기적으로도 지난해 10월부터 인상한 것으로 파악돼 농가들 사이에 담합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하자들은 해운업체간 담합으로 보이는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다수 포착됐다며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림읍에서 양배추농사를 짓는 김모씨는 “2021년 제주·부산 노선을 운영하는 한 업체의 화물운송료가 다른 곳보다 10∼15%가량 낮아 그곳과 계약했는데, 어느 날 곤란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왔다”며 “내용을 들어보니 다른 업체에서 자신들이 책정한 요금과 똑같이 맞추라고 요구해와 어쩔 수 없이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요금 인상을 요구한 업체를 찾아가 담합 아니냐고 항의하고 문제를 공론화하겠다고까지 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며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나오더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컨테이너 운송을 전담하는 해운업체뿐 아니라 자동화물업체에 대해서도 유사한 의혹이 제기된다. 제주에 있는 상당수 자동화물업체는 지난해 운송료를 전년(120만원) 대비 20% 오른 144만원으로 인상했다.
제주의 한 농가는 “지난해 수년간 이용해오던 자동화물업체와 130만원대에 운송료 계약을 맺었으나, 곧 다른 업체들의 항의로 요금을 다른 곳과 동일한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얘기를 전해왔다”며 “기존 업체들간 운송료에 대한 사전 교감이 있는 것 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전문가 “부당공동행위 가능성”…공정위 지난해 해운업계 물류비 담합 적발=전문가들은 제주 해운업체와 자동화물업체가 가격을 동일하게 받는 경우 부당공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노주희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는 “한림항의 해운업체 세곳이 동일하게 운임을 받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부당공동행위로 의심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농민들이 정부 당국에 고발하고 조사를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들의 해상운임 담합을 적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재조치를 가한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한·일 항로에서 2003∼2019년 총 76차례에 걸처 운임을 합의한 15개 선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800억원(잠정)을 부과했다. 또 한·중 항로 27개 선사에 대해서도 2002∼2018년 68차례 운임을 합의한 혐의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가 해당 선사들의 담합행위를 판단한 근거에는 선사들끼리 기본 운임의 최저 수준을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화주에게 운임을 징수하거나, 이같은 운임 합의 이후 후속 회의를 통해 실행 여부를 점검하는 행위 등이 포함됐다.
또 합의 운임을 준수하지 않는 화주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선적을 거부해 합의 운임을 수용토록 하는 보복행위와 협회를 통해 운임 담합을 위한 회의 소집, 운임 준수 독려 등도 부당공동행위로 적발됐다.
이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제주의 해운업체나 자동화물업체가 운임을 다르게 적용한 업체에 업계 표준 운임을 강제하는 것도 부당공동행위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교훈 배화여자대학교 국제무역물류학과 교수(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는 “과점 상태에 있는 제주 해운업체들이 일부 업체에 운임 수준을 강제했다면 담합으로 볼 수 있다”며 “담합 판정에는 직접 증거가 필요하므로 정부 당국이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