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거래 등 새로운 유통채널의 성장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도매시장이 변해야 합니다.”
최근 서울 가락시장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 사무실에서 만난 정석록 신임 회장은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도매시장 종사자들이 적극 대응하지 못하면 앞으로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89년 처음 가락시장에 발을 들인 정 회장은 이후 30여년간 중도매인업에 종사한 과일 유통의 산증인이라는 평을 받는다.
그는 “20년 전만 해도 농산물 유통에서 공영도매시장 점유율이 80%가 넘었지만 지금은 48% 정도에 불과하다”며 “대형 유통업체는 온·오프라인을 융합하는 옴니채널을 구축해 가격이 아닌 상품 경쟁을 통해 시장 장악력을 키우고 있는데 도매시장의 대응은 미진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경쟁 유통채널의 급부상에 발맞춰 도매시장도 상품 다양화 등 전략 수정을 통해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게 정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고품질·소포장·편의성을 중심으로 전환되는 소비패턴의 다양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도매시장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할 것”이라며 “물류체계와 서비스 개선을 통해 소비자 중심의 도매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온라인 거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물류 기반시설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시설 현대화 등 정부의 지원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은 “가락시장에서 5% 정도의 중도매인만 개별적으로 온라인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를 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물류시설의 미비를 꼽는다”면서 “온라인 트렌드에 맞게 소포장 등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소비지에도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같은 시설을 마련해줘야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온라인 거래소에 대해서도 중도매인 참여 보장을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현재 온라인 거래소 관련 대책은 산지 중심으로만 논의되고 있다”며 “대량 수요처가 있는 중도매인이 참여하려면 물류창고 등 시설 확충은 물론 온라인 거래 물량의 도매시장 반입 여부 등 법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대책으로 추진하는 도매시장 대금정산조직 설립에 관해서는 미수금과 거래한도 등 현실적인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대금정산조직의 정책적 목표에는 동의하나 출범 전 중도매인과 도매시장법인간 발생한 미수금 약 800억원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또 대금정산조직이 기존과 같이 명절 등 성수기에 거래한도를 평상시 대비 290∼390% 확대할 수 있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