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재 경기 연천군 청산면 백의1리 이장(맨 왼쪽)이 전곡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농협 임직원과 함께 청산면에서 생산된 쌀을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경기전역 확대·충청권도 허용
농협에서 농자재·생필품 구입
농민수당으로 받은 지역화폐
제대로 사용 못해 ‘찬밥’ 신세
해남 등 일부 지역 불만 속출
농민신문 이문수 기자, 종합 2023. 2. 15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역화폐 사용처 제한을 풀어주는 곳이 많아지면서 주민 불편이 줄어들 전망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골목상권 보호 등을 이유로 하나로마트와 같은 농협 경제사업장에서 지역화폐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지역주민의 불만이 계속되고, 모호한 규정으로 역차별 문제까지 거론되며 이같은 제한을 없애거나 줄이는 추세다.
◆경기도 전역 지역화폐 용처 확대= “농민·농촌 기본소득으로 받는 지역화폐를 농협 경제사업장이나 하나로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게 돼 너무 좋죠. 농사짓는 데 정말 필요한 비료·농약·종자를 편하게 살 수 있잖아요.”
13일 경기 연천 전곡농협(조합장 최종철) 하나로마트에서 만난 이철재 청산면 백의1리 이장은 “지난해 3월부터 농민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받고 있는데, 이를 농협 사업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수차례 경기도와 연천군에 건의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이장은 “청산면 인구의 30% 정도가 농민이지만 지역화폐 사용처 제한으로 농협에서 농자재를 사지 못했다”며 “사용기한까지 있다보니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살 때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농민은 올해부터 농민·농촌 기본소득으로 받는 지역화폐를 농·축협 경제사업장과 하나로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21일 열린 경기도 지역화폐 심의위원회에서 농민·농촌 기본소득의 사용처를 농·축협 경제사업장과 하나로마트로 확대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용처는 연매출 10억원 이하의 소상공인 점포로만 한정돼 있었다.
도 지역화폐 심의위원회에서 사용처 확대를 이끌었던 김성남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장은 “그동안 농민은 농협에서 지역화폐로 농자재와 생필품을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고충을 겪었다”며 “이번 조치로 농민 생활 편의가 크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충청권도 모든 시·군에서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지역화폐를 쓸 수 있다. 관내 마지막으로 사용처 제한이 있었던 당진시가 2021년 10월19일부터 시내 모든 하나로마트에서 지역화폐를 사용하도록 허용하면서부터다.
◆일부 지자체 사용처 제한 ‘여전’= 보통 농민은 지자체에서 농민수당을 지역화폐로 받는다. 사용할 곳이 마땅찮으면 지역화폐를 오랫동안 집 안에 보관할 테고 결국 화폐의 교환가치가 빛을 잃을 우려가 생긴다.
특히 하나로마트 외에 제대로 된 생필품 판매점이 없는 농촌 면단위 지역이 이같은 경향이 더 심하다. 전남도에서 유일하게 지역화폐를 하나로마트에서 쓰지 못하게 하는 해남군에서는 불만이 속출한다.
문내면에 사는 70대 한 주민은 “재난지원금이다, 농민수당이다 해서 상품권을 제법 받았는데 제일 가까운 하나로마트에서 쓸 수 없으니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서랍 속에 모셔뒀다”면서 “나이가 많아 읍내 나가기도 어려운 마당에 군에서 좀더 쉽게 상품권을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강원도에서는 지역화폐를 활용하는 16개 시·군 지자체 가운데 인제군에서만 매장규모에 따라 지역화폐 사용 여부를 결정한다. 군 관계자는 “현재 660㎡(200평) 이상인 마트는 지역경제 상생 차원에서 ‘인제사랑상품권’이나 ‘인제채워드림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막았다”면서 “이 규제에 인제농협 하나로마트 원통점이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형평성 문제도 불거진다. 전북 진안군은 시장 인근에 들어선 농협 하나로마트에선 ‘진안고원행복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게 막아놨다. 시장 상인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진안농협 본점 안에 있는 하나로마트는 사용을 제한하면서도 가까운 식자재마트는 사용을 허가했다. 매출액이나 매장 규모에 따른 사용 규제가 따로 없어 혼선을 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역사랑상품권 운영을 담당하는 심형원 군 주무관은 “보통 규모가 큰 매장에 지역화폐 사용 제한을 두는데 매장규모가 정확한 숫자로 규정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장에 장을 보러 온 김상수씨(66)는 “하나로마트에 지역화폐를 들고 갔다가 낭패를 봤다”면서 “농민이 출자해 만든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마트인데도 지역상권에서 역차별받고 있는 상황이 황당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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