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에서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판매하는 조대성 홍성유기농영농조합 대표는 요즘 판로 고민이 많다. 이 조합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10%인 3억6000만원을 서울시의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을 통해 올렸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가 이 사업을 개편하기로 방침을 밝히면서 조 대표의 고민이 깊어졌다. 지난해 콩작목반을 꾸려 5㏊(1만5000평)에서 콩을 수확해 두부까지 제조하며 매출 확대를 도모했는데, 서울시가 공공급식의 친환경농산물 수급체계를 개편하면 자칫 기존 판로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곡면에 자리 잡은 이 조합은 참여농가 대부분이 귀농인이다. 조 대표는 “기존 판로를 잃으면 어렵게 터를 잡은 농가들 생계까지 막막해진다”고 우려했다.
서울시가 도농상생 공공급식 예산지원을 올 6월말에 종료하고 이 사업의 개편 방침을 밝히면서 그동안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던 농가들이 판로를 잃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도농상생 공공급식은 서울 자치구와 농촌 지방자치단체를 일대일로 연결해 친환경농산물을 직거래로 어린이집·지역아동센터·복지시설 등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각 시설이 친환경식재료를 부담 없이 이용하도록 사업비 일부를 서울시와 자치구가 반반씩 부담해 지원했다. 2017년부터 진행한 사업에 현재 서울 자치구 12곳이 참여하고 있다. 2022년 11월 기준 총 1578개 시설에서 6만819명이 공공급식을 이용했다. 소비지는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받고 산지는 농산물의 적정 가격과 안정적인 판매처를 보장받아 도농상생 측면에서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올 상반기로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지원을 종료하고, 학교급식을 담당하는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이하 센터)를 통해 어린이집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자치구별로 분산 운영하는 사업을 센터로 일원화해서 효율화를 도모한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각 자치구가 기존 체계를 이어갈지, 센터 사업에 신규로 참여할지 선택권을 줬지만 예산은 센터에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센터를 이용하면 기존처럼 서울시가 예산을 지원하지만 공공급식 체계를 이어가면 자치구가 각자 예산을 이용해 독자적으로 사업을 꾸려야 한다.
유통체계를 개편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기존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에 참여했던 농가들은 체계를 바꾸면 판로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센터는 올 1월 친환경농산물 공급업체 9곳(전국 도별 1곳)을 선정했다. 이 업체들은 기존에 거래하던 농가들로부터 농산물을 공급받을 가능성이 커 사실상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에 참여한 농가들은 판매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신규로 계약을 맺더라도 중소농은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5년 전부터 은평구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한 최현주씨(53·전북 군산시 성산면)는 센터 업무를 위탁받은 업체들은 편의성을 위해 대농과 계약을 맺고 친환경농산물을 대량으로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며 농사를 친환경으로 짓기는 매우 어렵지만 서울시를 믿고 재배규모를 늘렸는데, 제도가 개편된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도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을 고려해 연중 생산계획을 세운 뒤 마늘과 양파를 심고 감자 종자도 구매했다며 주요 출하처인 서울의 판로가 끊기면 이를 대체할 곳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시는 아직 개편 방안을 수립하는 단계라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평생교육국 친환경급식과 관계자는 아직은 자치구에 센터 사업에 참여할지 여부를 묻고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라 말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센터로 사업을 통합하더라도 기존 계약농가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방과 협력해 서울에서 친환경농산물을 소비하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자세한 계획은 3월 안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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