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농축산물 수입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며 펼친 농축산물 할당관세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내놓은 ‘2022년 수입식품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농축산물 수입량은 1084만3153t에 달한다. 전년(1046만5807t)보다 3.7%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축산물 수입량 증가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축산물 수입량은 185만124t으로 전년(161만5180t) 대비 무려 14.5% 증가했다. 최근 5년 평균 증가율(2.6%)보다 5배 이상(11.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를 두고 지난해 정부가 무분별하게 쏟아낸 할당관세 확대 정책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농축산물에 전례 없는 규모로 할당관세를 적용했다. 연일 물가안정을 외치면서 할당관세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농축산물 할당관세 적용 품목이 하나씩 늘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월 달걀 관련 7개 품목에 할당관세(0%)를 적용한 데 이어 6월에는 돼지고기에도 할당관세(0%)를 적용했다. 7월에도 쇠고기·닭고기·대파에 추가로 할당관세를 적용했다. 할당관세 물량은 쇠고기는 10만t, 닭고기는 8만2500t, 대파는 448t이었다. 돼지고기 할당관세 적용 물량도 기존 1만t에서 3만t으로 늘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8월에는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통해 기존 50%의 관세율을 적용하는 양파에 총 9만2000t까지 할당관세(10%)를 적용했다. 이어 10월에는 바나나·망고·파인애플 등 열대과일 3개 품목에 대해 할당관세(0%)를 신규 적용했다.
그 결과 관세가 없어지거나 낮아진 농축산물이 대거 국내로 들어왔다.
실제로 지난해 6·7월부터 각각 할당관세(0%)가 적용된 돼지고기·닭고기는 수입량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돼지고기 수입량은 59만3993t으로 전년 대비 25.9% 증가했다. 닭고기 수입량은 19만5896t으로 전년 대비 54% 늘었다. 돼지고기에 부과되던 기존 22.5∼25%의 관세, 닭고기에 부과되던 20∼30%의 관세가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른 품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4∼12월 양파 누적 수입량은 9만9506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8% 증가했다.
농경연은 “지난해 정부의 할당관세 물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할당관세로 국내에 들어온 신선양파 물량만 7만여t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농가들은 정부가 효과 없는 농축산물 할당관세 정책을 펼치면서 농가들의 숨통만 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농축산물 관세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농축산물의 무관세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이달말이면 햇양파가 출하되는데도 정부는 올 1월 양파 2만t을 할당관세(10%)를 적용해 들여오겠다는 공고를 냈다”며 “지난해 양파에 할당관세를 적용해도 소비자가격은 크게 낮아지지 않는 등 할당관세 정책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는데 또다시 수입업체들의 배만 불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진현 대한한돈협회 전무는 “돼지고기는 이제 쌀만큼 생산액이 높은 품목인데도 자급률·생산원가에 대한 고민 없이 무분별하게 수입량만 늘린다면 국내 산업 기반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할당관세 정책을 시행할 때 소비자물가뿐만 아니라 생산자물가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할당관세에만 의존하는 물가안정정책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두봉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는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해 모든 경제정책의 초점이 물가안정에 맞춰져 있어 불가피하게 할당관세 확대 정책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난해 농축산물을 싸게 수입해도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는 별로 없다는 게 분명해진 만큼 소비자가격이 떨어질 수 있게 물류혁신 등으로 실질적인 물가안정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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