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을 앞둔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 전국에서 생산된 과일이 몰려들어 경매되고 있다.
청과류, 당분간 중·소과 이주 출하전략 필요...채소류, 하락세 전망
산지저장물량 많이 남아 시장 동향 주시해야
섭취 간편한 감귤, 지난해 대비 매출 120% 증가
혼합 과일 선물 세트 판매 두각
무농약·저탄소 신선 선물 세트도 인기
사과·배, 도매가격 낮아 소비 원활
딸기, 작황 호조로 안정적 가격 유지
샤인머스켓, 생산량 증가·품질 하락에 재고 늘어
농수축산신문 박세준·이두현 기자 2023. 1. 31
올해 설 대목 기간 주요 청과류는 당초 예상대로 많은 물량이 출하돼 도매가격이 하락했다. 이에 대형마트에서는 과일과 선물세트 등의 소비가 증가해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다만 산지에 아직도 저장 물량이 많이 남은 것으로 파악돼 생산자들은 시장 동향을 주시하며 출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거리두기 풀린 설 대목, 대형마트 매출 약진
이마트 등 대형마트는 설 성수기 농산물 매출 상승이 두드러졌다. 이 같은 상승세는 거리두기 해제로 설 명절 가족모임, 교류 등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이에 대형마트의 농산물 판매량 증가로 도매시장 유통 역시 증가하면서 공급물량 해소에 도움이 됐다.
이마트는 특히 간편하게 섭취하기 좋은 과일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16~22일 감귤과 딸기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각각 120%, 20% 증가했다.
설 기간 선물 세트 부문에선 사과, 배 등 단품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상품보다 샤인머스캣 등 다양한 과일이 포함된 혼합 과일 세트의 판매가 눈에 띄었다. 선물 세트 판매기간인 지난달 1일부터 22일까지 혼합 과일 세트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68% 상승했다.
한편 올해 설에는 친환경,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같은 최근 소비 경향을 반영한 무농약·저탄소 신선 선물 세트도 인기를 끌었다.
임산물 부문에서는 더덕, 건버섯 선물 세트 수요가 증가해 지난해 대비 매출이 각각 3.5%, 4.2% 증가했다.
# 출하물량↑, 도매가격↓, 유통적체는 없어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요 과일 품목은 지난해 추석 이후 작황이 양호해 출하량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도매가격은 약세를 형성했다.
가락시장의 일부 유통인들은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반입물량이 크게 늘어 재고 증가를 걱정했으나 낮은 소매가격 등의 요인으로 소비가 활발히 이뤄져 적체 물량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전히 산지 저장 물량이 많고 설 이후 특별히 수요가 반등할 요인이 없어 향후 도매가격 회복은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설 성수기인 지난달 9일부터 20일까지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배는 총 3327톤으로 지난해 설 성수기에 거래된 2267톤에 비해 46% 증가했다. 거래량은 크게 증가한 반면 거래금액은 78억7907만 원으로 지난해 75억7119만 원에 비해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거래된 사과는 2647톤으로 지난해 1655톤 대비 60% 증가했다. 거래금액은 91억1005만 원으로 지난해 62억3935만 원 대비 46% 증가했다.
설 성수기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배(신고) 15kg 상품의 평균 도매가격은 3만~3만5000원, 사과(부사) 10kg 상품은 평균 2만5000~3만 원으로 평년 대비 15~20%가량 하락했다.
사과와 배의 반입량이 많았지만 낮은 도매가격으로 소비가 원활히 이뤄져 설 직후 중도매인 점포에는 재고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오히려 설 연휴가 끝난 지난달 25~27일 진행된 경매에서 배 15kg 상품 기준 도매가격이 3만5000~3만8000원 선까지 상승했다.
김갑석 중앙청과 부장은 “당분간 수급현황과 도매시세를 주시하고 경매사들과 소통하며 시장 상황을 파악한 후 출하해야 가격 지지가 가능하다”며 “일반 소비자들에게 대과가 많이 풀린 만큼 가공업체·음식점 등의 수요가 많은 중·소과 위주의 출하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만감류의 경우도 지난해에 비해 10~20% 정도 낮게 도매가격이 형성됐다. 레드향의 경우 5kg 상품 기준 평균 3만5000~3만8000원 정도에 거래됐다. 다만 설 직후 한파가 닥치면서 주산지인 제주도로부터 항운 수송이 막혀 일시적인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딸기는 지난해 설 기간엔 딸기 작황이 부진해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 이에 비해 올해는 작황호조로 지난달 14~20일 설향 2kg 상품이 평균 2만8184원으로 지난해 대비 25% 하락해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했다.
대부분의 과일 도매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소비도 원활했지만 샤인머스캣은 생산량이 2배 넘게 증가하고 품질은 다소 떨어져 재고가 늘었다. 도매가격 역시 지난해 설 성수기에는 2kg 상품 기준 2만 원대 초·중반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는 8000~1만2000원 선에서 형성됐다.
이재희 중앙청과 부장은 “설 기간 출하 물량이 많아 시장이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며 “도매가격이 다소 낮게 형성돼 선물세트 등으로 많은 물량이 소비됐다”고 밝혔다.
# 주요 채소류 설 이후 가격 하락세, 전남·제주 월동 무·배추 한파 피해
채소류 역시 설 성수기에 집중 출하돼 반입량이 많았으나 소비가 원활해 시장 내 재고는 적었다. 설 이후 수요 감소로 전반적인 도매시세는 약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원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원예실장은 “설 성수기에 구매한 물량이 아직 가정에서 소비가 전부 되지 않아 한동안 농산물 구매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그간의 경험으로 봤을 때 연례행사처럼 일어나는 일로 약 2주 정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발표한 지난달 14~20일 주간동향에 따르면 대파 1kg 상품은 1505원, 애호박 20개 상품은 3만5081원, 무 20kg 상품은 1만734원으로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편 설 이후 계속된 한파로 일부 작물의 경우 동해가 발생했다. 제주지역은 3일, 전남지역은 7일 연속 영하의 날씨가 지속돼 제주지역의 월동무, 전남지역의 배추, 대파 등에 피해가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배추의 경우 영하 6도의 날씨가 3일 이상 지속되면 뿌리 부분까지 동해를 입어 상품성이 훼손된다.
무 역시 동해가 심할 경우 바람이 들고 갈변현상과 물러짐으로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에 따라 설 직후 제주도의 한파와 폭설이 계속돼 월동무 농가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여 현재 지자체와 농경연 등에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설채소의 경우에도 하우스에 눈이 많이 쌓여 햇볕을 못 받아 생육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김종석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고문은 “40여 년간 산지 유통을 했지만 해남, 진도 지역에 영하 7~10도의 날씨가 이렇게 지속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한파가 지속되면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배추가 녹는 대로 조기 작업해 출하하거나 창고에 보관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명배 대아청과 기획팀장은 “한파가 끝나는 대로 정확한 동해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며 “무의 경우 해동된 후 상품성이 양호한 물품을 선별하고 빠르게 출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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