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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설 결산] 설설 기는 소비심리, 주저앉은 대목장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3-01-28	조회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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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결산] 설설 기는 소비심리, 주저앉은 대목장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3. 1. 27

코로나 방역규제 완화 이후 첫 번째 맞는 설 명절, 기대와 달리 소비 심리는 고물가·경기침체 등으로 ‘꽁꽁’ 얼어붙었다. 이런 영향으로 설 대목 기간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는 산지에서 올라온 농산물이 당일 팔리지 못해 쌓이는 적체 현상이 종종 빚어졌다. 성수기를 겨냥해 집중 출하된 산지 물량을 단기간에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인데, 과일 시세 역시 전년 대비 크게 가라앉았다. 반면 대형유통채널과 온라인 등의 판매실적은 전년 대비 신장세를 이어갔다. 사과나 배 등 단품보다는 다양한 과일을 섞은 혼합 선물세트 판매가 늘고, 5만원대 전후의 ‘실속형’ 수입과일 선물세트도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었다.

   # 제수·선물용 과일 물량 증가…전년 대비 시세 하락 ‘뚜렷’

사과와 배 등 전통적인 제수용 과일 생산량이 증가해 저장 물량이 많은 데다 지난해 하반기 시세가 좋지 못해 출하 작업을 늦췄던 샤인머스켓을 비롯해 단감, 딸기 등도 전년 대비 공급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가락시장의 A도매시장법인 기준으로 설 성수기(2주간) 물동량은 전년 대비 사과는 30%, 배는 22% 정도 각각 증가했다. 단감과 딸기도 각각 25%, 54%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락시장 내 5개 도매법인(농협·서울·중앙·동화·한국청과)별로 증가세는 차이를 보이지만, 큰 틀에서 공급 물량이 전년 대비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과일 시세가 전년보다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대목 기간 동안 약보합세가 이어진 흐름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이영신 중앙청과 부사장은 “물량이 많다보니 평균 단가가 하락했다”며 “전년 대비 품목별 가격은 사과는 약보합세였고, 배는 15%, 만감류는 12%, 단감 23%, 딸기 30% 각각 떨어진 것으로 자체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선물용으로 최근 몇 년 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샤인머스켓의 경우 대목 기간 중 전년 시세 대비 절반 넘게 하락하는 등 한동안 ‘폭락장’이 이어져 우려를 낳았다.

포도 경매를 진행하는 동화청과 조한욱 경매사는 “작년보다 물량이 엄청 늘었다”며 “올해 1월을 봤을 때는 샤인머스켓에 대한 희소성은 없다고 봐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안용덕 동화청과 과일2팀 부장은 “과일 시세가 전반적으로 작년보다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일단 제수용품인 사과와 배 물량이 늘어나면서 시세가 활기를 띠지 못했고, 다른 과일 시세도 처지는 흐름이었다”면서 “시세가 좋지 못하다보니 오히려 명절이 다가올수록 반입량이 줄어드는 상황이 나타났다”고 했다.

   # ‘소비 한파’ 심각…도매시장 출하 물량 적체 현상도

도매시장에 출하되는 물량의 대부분이 선물용으로 소비되는 것이 특징인데, 올해 유독 ‘소비 한파’를 체감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진다. 1월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90.7로 전월보다 0.5p 상승했지만 지난해 5월 102.9에 비해서는 크게 낮다. 기준값 100보다 숫자가 낮으면 경제상황에 대한 기대심리가 비관적이라는 의미인데, 소비지출전망이 낮다는 점을 말해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안용덕 동화청과 부장은 “생각보다 소비 침체 영향이 큰 데다 온라인 선물세트 판매량도 많아 도매시장 출하 물량을 소진하는 데 굉장히 힘들었다”며 “사과 농가 입장에서 보면 예년 명절 대목장에 차량 5대 물량을 팔았다면, 올해는 2대 물량 정도밖에 못 팔았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가락시장의 한 중도매인은 “백화점 등에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납품하고 있는데, 오히려 고가의 과일 선물세트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 “다만 과일 품질 전체를 봤을 때 전반적인 구매력은 예년보다는 많이 위축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이영신 중앙청과 부사장은 “그래도 설 성수기 기간 물량 소비는 어느 정도 되는 편이다. 지난해에는 대목을 앞두고 과일 시세가 폭락하면서 걱정이 컸는데, 올해는 그나마 나았다”며 “다만 설 대목장이 일찍 형성되지 않고 명절 3~4일을 앞두고 물량들이 대거 빠지다보니 산지에서 올라오는 물량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해 물량 소화가 원활하지 못했던 점이 있어 향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 대형마트·온라인은 ‘특수’…할인·마케팅 노하우에 비대면 선호 겹쳐

도매시장과 달리 대형마트와 온라인 채널 등은 명절 특수를 맞아 다양한 선물세트를 선보이며 활기를 띠었다.

안용덕 동화청과 부장은 “대형유통채널은 할인 및 마케팅 행사 등을 활용해 특수를 잘 살리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도매시장에 비해 소비가 활발한 모습이었고, 상인들과 얘기를 해보면 이구동성으로 재래시장 쪽 소비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편”이라며 “코로나 국면에서 대형마트나 비대면 구매를 선호했던 소비 패턴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고 봤다.

특히 올해의 경우 대형마트에서는 사과, 배 등 단품보다는 혼합 선물세트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설 샤인머스켓을 포함한 과일 혼합세트가 사과·배 세트 매출을 추월했다. 샤인머스켓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인 2018년 설, 과일세트 전체 매출 중 배 세트 비중이 31%, 사과 세트 비중이 27.5%였는데, 올해 설 사전예약 기간 과일 전체 세트 매출 중 배 세트가 25.2%, 사과 세트가 22.2%로 감소한 반면 과일 혼합세트는 26.8%로 사과와 배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혼합과일 선물세트에는 수입과일이 대거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애플망고(페루산)와 망고(태국산), 파인애플(필리핀)이 샤인머스켓과 만감류 등과 섞여 판매됐고, 온라인에서도 ‘선물하기’ 등을 통해 5만원 전후의 수입과일 혼합세트가 인기를 끌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샤인머스켓, 애플망고, 레드향 등 다양한 인기과일을 앞세운 과일 혼합세트가 대세로 자리잡았다”며 “고물가로 인해 실속 선물세트를 주고받는 경향이 생기면서도 동시에 프리미엄 선물세트 수요 역시 늘었다”고 밝혔다.

저가 선물세트 구입도 증가한 추세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 ‘티몬’이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설 선물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3만원 미만의 상품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해 지난해 설과 비교해 10%p 상승했다. 5만원 미만으로 범위를 확대할 경우 전체의 76%에 이른다. 반대로 10만원 이상 고가 선물세트 비중은 5%p 감소한 9%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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