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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법따로, 현실따로” 경영체 등록 포기 농업법인 속출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3-01-14 조회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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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H 사태 후 관리·감독 강화
      목적외 사업 등 실태조사 추진
      체험·교육사업 등 불가 통보

     “2차, 3차산업 하랄 땐 언제고
     낡은 법 들이대며 거꾸로 가나”
     농업법인들 분통·혼선 가중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2023. 1. 13


 2021년 LH 땅투기 사태를 계기로 농업법인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된 가운데,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농어업경영체법)’상 농업법인에 허용하는 사업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해 경영체 등록을 포기하는 농업법인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일부 지자체 담당자들은 명시된 사업조차 잘못 안내하고 있어 농업법인들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6년 S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청년 CEO로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판매·체험·요리 프로그램 등을 기획, 운영하며 농업의 6차산업화를 이끌고 있는 L 대표는 지난해 법인 경영체 갱신을 포기해야 했다. 법이 바뀌어 등기부등본상 목적 사업에 기재돼 있는 생산 외 모든 부대사업은 삭제해야 경영체 갱신이 가능하다는 담당자의 설명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1차 생산 외에는 다 삭제를 해야 된다는거에요. 저희는 2차, 3차 사업이 주력인데 사업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경영체 등록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1차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드니까, 6차산업을 해야 한다고 하더니 이게 뭔지 모르겠어요. 현장에서 저희가 처한 상황과 법은 너무 거리감이 커요.”

경영체 등록 3년 기한 만료를 앞두고 변경 갱신을 하려던 또 다른 농업법인도 같은 상황에 마주했다. W법인 P대표는 “농업법인에 대한 관리를 엄격히 하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까지 해 오던 교육이나 컨설팅 사업까지 전부 다 빼라고 하니 답답하다. 그동안 농업인 교육도 하고, 학생들에게 실습장도 제공하면서 다양한 교육사업을 해 왔는데 갑자기 이걸 다 빼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토로했다.

특히 이 법인은 농식품부가 지정하는 현장실습교육장(WPL)이기도 한데, 올해는 이 사업도 반납해야 할 상황이다. 올해부터 개인 사업자가 아닌 법인 사업자는 WPL 참여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바뀐 탓이다. 뒤늦게 법 적용을 엄격히 하다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현재 112개 WPL 중 법인 사업자는 34개에 달한다.

P대표는 “WPL 참여를 위해선 개인 명의로 다시 사업자 등록을 내야 한다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며 “경영 선진화를 위해 농업법인을 육성하겠다고 해놓고, 이건 완전히 거꾸로 가자는 얘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같은 현장의 불만에 대해 농식품부도 인지는 하고 있다. 농식품부 농업경영정책과의 왕희대 사무관은 “LH사태 이후 농업법인 사전신고제가 도입되고 지난해 실태조사를 실시, 법 적용을 강화하면서 민원이 굉장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그동안 방치돼 있던 관리를 현행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사업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시행령 20조5’ 조항이 30년 넘게 두 개 사업만 추가되는 등 너무 오래된 것은 맞다”면서 “무한정 확대할 수는 없지만 농업과 겸해서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업, 예를 들면 농업관련 교육사업 등은 포함이 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올 상반기 중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강용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 회장은 “농업법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정권에 따라, 특정 사건사고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면서 법 해석이나 규제 여부도 왔다 갔다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가짜 농업법인은 잡아야하지만, 농업법인들이 기존에 농업을 기반으로 해 왔던 일마저 이렇게 보수적으로 조이면 어떻게 안정적으로 농업법인을 운영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강 회장은 “이번 기회에 농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인 농업법인에 대한 개념을 다시 명확히 하고 시대 변화에 맞게 법·제도를 개선, 농업법인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농업법인은 ‘농어업경영체법’에 근거해 설립, 운영되는 특수법인으로 현재 ‘농어업경영체법 시행령’에 규정된 사업범위 내에서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시행령 20조5에 따르면 농업법인의 사업범위는 △농업의 경영 △농산물의 출하·유통·가공·판매 및 수출 △농작업의 대행 △농어촌관광휴양사업 △농촌융복합산업 육성법에 E따른 농촌융복합산업 등이다. 이같은 허용범위 외 사업을 영위하다 적발되면 관할 지자체에서 해산명령 청구를 진행할 수 있다.



  ※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관련 조항

제20조의5(농업법인 및 어업법인의 사업범위) ① 법 제19조의4제1항에서 “농업의 경영, 농산물의 공동 출하ㆍ유통ㆍ가공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이란 다음 각 호의 사업을 말한다.
1. 농업의 경영
2. 농산물의 출하ㆍ유통ㆍ가공ㆍ판매 및 수출
3. 농작업의 대행
4. 농어촌관광휴양사업
5. 「농촌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농촌융복합산업(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로서 수행하는 경우만 해당한다)
6. 다음 각 목의 부대 사업
가. 영농에 필요한 자재의 생산 및 공급사업
나. 영농에 필요한 종자생산 및 종균배양사업
다. 농산물의 구매 및 비축사업
라. 농업기계나 그 밖의 장비의 임대ㆍ수리 및 보관사업
마. 소규모 관개시설(灌漑施設)의 수탁 및 관리사업
바. 농업과 관련된 공동이용시설의 설치ㆍ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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