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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2023 신년기획] 농축산물 유통 단계의 ''오명''···진짜 문제는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3-01-09 조회 1663
첨부파일 52344_39257_3854.jpg
* 새벽 가락시장 배추가 유통되는 모습.


          농축산물 가격과 유통의 비밀

          각 유통주체별 역할 분담···단계별 기능부터 이해해야

          “단계 축소는 오답” 농업 특성 맞는 맞춤형 처방 필요 

          산지·소비지 조직화가 자연스러운 유통 구조조정 유도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2023. 1. 9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새로운 국정과제에 반드시 포함되는 항목이 있다. 바로 농축산물 유통단계를 줄이자는 목표다. 이 주장의 핵심에는 국내 농축산물 유통과정은 불필요한 단계가 많으니 이를 축소하면 농가 수취가격은 높이고 소비자가격은 낮출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누수를 막자는 취지인데 농축산물의 경우 일반 공산품과는 달라 각 유통 주체가 수행하는 역할이 있다는 점은 간과하기 쉽다.


  # 산지유통인 배추 생산량 유지에 ‘핵심’
 
농축산물 중 언론에 가장 많이 거론되는 품목 중 하나는 배추다. 배추의 경우 ''금배추''라는 수식어가 붙곤 하는데 그 원인 중 하나로 복잡한 유통경로가 지목되곤 한다. 배추의 주요 유통 골목은 산지→산지유통인→도매시장→중도매인→소비지유통→소비자다. 

단순히 살펴보면 산지와 소비지 간 직거래를 하면 산지유통인, 도매시장, 중도매인, 소비지유통 등 중간 유통단계를 생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 같으나 꼼꼼히 따져보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가령 배추의 경우 산지유통인은 배추 유통의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 산지에서 출하되는 배추를 수집하는 역할도 하지만 이들은 배추 농가와 사전 계약을 맺고 파종한 배추를 포전 단위로 매집해 수확까지 도맡는다. 양질의 배추를 만드는 역할과 도매시장으로 유통하는 역할까지 하는 셈이다. 일명 산지 농가와 산지 유통인 간 ''포전거래'' 방식은 배추 유통의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

날씨가 무덥거나 자연재해가 닥쳤을 때 일반 농가의 경우 기후변화에 취약한 경우가 많으나 산지유통인들은 수십 년간 쌓아왔던 노하우와 자본을 투입해 양질의 배추를 생산하는 전문성을 발휘한다. 

즉 순수한 배추 농가에게만 맡겼을 경우와 산지유통인이 생산에 참여했을 때 생산량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들은 상(上)품 배추를 만드는 데 필요한 종자, 비료, 작물보호제 등에 대해서도 전문성을 발휘하면서 국내 배추 품질을 높이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 도매시장, 비용 낮추는 무형의 서비스 제공
 
도매시장도 마찬가지다. 도매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매 방식은 전국 농산물이 한곳에 모이는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배추 품질을 높이도록 유인하는 경쟁을 붙이기도 한다. 또한 이곳에서 책정되는 가격은 전국 농산물이 거래되는 ''기준가격''이 된다. 

기준가격은 국내에서 거래되는 모든 농산물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면서 정보에 둔감한 정보 취약계층이 손해 보지 않는 안전장치 역할을 함은 물론이다. 또한 도매시장에서 형성되는 기준가격은 각 유통 주체들이 가격을 탐색하는 비용을 줄여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유통비용을 절약하는 핵심적인 기능을 하기도 한다.

중도매인도 나름의 기능이 있다. 이들은 중소 슈퍼마켓, SSM, 각종 식자재 마트 등에 농산물을 분산하는 역할을 한다. 소규모 소비지 유통 주체들이 소량 다품목의 농산물을 직접 거래하기 위해서는 농산물 탐색 시간과 많은 비용을 지출하곤 하는데 중도매인은 이들의 노력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산지에서 도매시장으로 반입되는 농산물을 경매에서 낙찰받아 소규모 유통 업체 특성에 맡게 상품을 기획해 납품하거나 기존 거래처들의 특성을 파악해 맞춤형 농산물을 공급하면서 최종 소비지 유통이 할 수 없는 역할과 기능을 도맡고 있는 셈이다. 최종 소비지 유통이 이들에게 지불하는 유통비용은 그들이 직접 유통하는 비용보다 낮기 때문에 중도매인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 축산 유통 주체별 마진 축소가 핵심
 
축산물의 경우도 다단계 유통으로 공격받곤 한다. 하지만 축산물의 유통경로를 따라가보면 단계의 문제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축산물 유통과정에는 도축과 가공이라는 단계가 필수적인데 축산물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도축과 가공, 포장 단계를 없앨 수는 없다. 다만 도축과 가공을 어떤 유통 단계에서 흡수하느냐에 다라 유통단계가 줄어 보이는 착시효과를 일으킬 뿐이다. 

가령 (산지→대형마트)로의 유통경로를 살펴보면 단계가 축소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으나 대형마트 내에서도 도축과 가공을 함으로써 그 비용을 소비지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즉 도축·가공에 대한 마진을 어떤 유통주체가 가장 저렴하게 책정하느냐가 유통비용을 줄이는 데 핵심이란 얘기다.
 

  # 중간 유통 ‘리스크 완충지대’ 역할도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유통단계는 짧은 기간 유동성 완충작용을 하기도 한다. 가령 산지와 소비지가 직거래를 한다고 가정하면 두 주체만이 유동성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지만 중간 유통이 자리하면 주체 간 유동성 리스크를 나눠 짊어지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즉 중간 유통이 산지에 일정 물량의 농축산물을 구매해 저장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소비지 유통에 분산시키는 역할도 가능해지면서 일정 부분 유통의 버퍼(buffer)로서의 활용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통 간 클레임 해결도 중간 바이어가 있기에 가능하다. 산지와 소비지 직거래가 급격하게 늘지 않는 중요한 포인트가 여기에 있다. 특히 농축산물 거래는 산지와 소비지 사이에 클레임이 빈번한데 산지와 소비지 모두 이 같은 클레임을 감당할 만한 여력과 서비스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중간 유통은 각 주체별 요구사항의 완충지대를 만들어주고 유통이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 된다.

 
  # 시장 상황과 요구에 맞는 정책 개발 필요
 
국내 농축산물 유통은 앞에서 설명했듯 품목마다 특성이 다르고 유통과정 또한 복잡하게 얽혀있다. 따라서 단계를 줄이는 것보다 농축산물 유통 특성을 이해하고 품목마다 맞춤형 처방을 내리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다.

때문에 정부에서 강제로 단계를 축소시키기보다 시장 요구에 맞는 유통 최적화를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산지와 소비지 모두 규모화될 때 자연스럽게 유통 단계 축소와 같은 유통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고 효율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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