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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대구농수축산물유통공사 추진…유통 종사자들은 ‘불안한 시선’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3-01-07 조회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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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가 농산물 관련 도매시장을 총괄 관리하는 전담 조직인 대구농수축산물유통관리공사(가칭)를 올해 9월 설립한다. 사진은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전경. 사진출처=대구광역시



         대구시 ‘전문성 확보’ 강조
         오는 9월 정식 출범 본격화

         3개 시장 통합관리로
         경상비용 절감 등 기대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3. 1. 6


 대구시가 지역 농산물 관련 도매시장을 총괄 관리하는 ‘대구농수축산물유통관리공사(가칭)’ 설립을 추진한다. 이 같은 소식에 대해 도매시장 관리 업무를 공사가 맡고 있는 주요 시장의 유통 종사자들은 행정 규제 강화,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는 등의 유사 사례가 대구도매시장에서도 불가피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공사 설립에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구광역시는 대구농수축산물유통관리공사를 올해 9월 정식 출범 예정으로, 올 상반기에 타당성 연구용역 및 관련 조례 제정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연말 공식 발표했다. 현재 서울(가락시장, 강서시장)과 경기 구리(구리시장) 등 2곳에서만 지자체를 대신해 농수산물도매시장 운영 관리를 전담하는 공사(지방공사)가 세워져 있는데,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는 최초다.

설립 취지는 ‘전문성 확보’ 측면에 방점이 찍혔다. 그동안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 조직(농수산물도매시장관리사무소)을 시가 직영했는데, 담당 공무원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해 관리의 한계가 있어 안정적인 관리체계 마련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는 것.

여기에 군위군 편입에 따른 지역 농산물 유통 순환 체계 재편, 1인 가구 증가 등 소비 형태 변화에 따른 다양한 요구 증가 등의 여건 변화도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도매시장관리사무소를 농수산물도매시장과 축산물도매시장, 한약재도매시장을 총괄 관리하는 전담 운영기관으로 공사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대구시는 공사 설립으로 운영의 전문성과 함께 재정의 효율성·건전성도 강화될 것으로 봤다. 3개 시장의 통합 관리로 시설물 관리체계 일원화를 통해 약 3억원의 경상비용 절감 효과를, 영업이익도 3년 평균 약 2억1600만원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구시는 도매시장법인 등 유통 종사자와 유통 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해 공정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2025년부터는 농산물종합정보시스템 구축, 농산물종합유통센터 설치 등을 통해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공사가 있는 농산물도매시장 종사자들의 반응은

   ▶설립 취지 퇴색 우려
   규제 강화, 성과내기 급급
   불필요한 시장운영 개입 등
   이해관계자 갈등 조장 우려
   운영방향 제대로 설정 주문


공사 설립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실적으로 전문성 강화 등 설립 취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공사 운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는데, 그동안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행정 규제가 강화되고 공사와 유통 주체 또는 유통 주체 간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는 사례가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것이라는 목소리다.

A시장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지방공사는 태생적으로 상위기관이나 지방의회 평가를 의식할 수밖에 없어 존재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을 해야 하다보니 본연의 업무인 도매시장 시설 관리보다는 행정 지침이나 규제 등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면서 조직을 키우는 데 매몰돼 왔고, 이 과정에서 시장 종사자들과 갈등을 왕왕 빚어왔다”며 “관리주체가 시장 내부의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이 아니라 거래제도나 거래방식 등 시장 운영 전반에 관여하게 되고 이전에는 없었던 불필요한 개입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시장의 또 다른 관계자도 “시장 주체들이 문제를 잘 풀어가지 못한 부분이 공사 설립의 원인을 제공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공사를 설립·운영하는 개설자의 생각이 중요한 부분”이라며 “하지만 ‘선량한 의지’를 갖고 있다하더라도 공사가 설립되면 별도 예산을 통해 신규 직원 인건비 및 운영비 등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나오는 시장사용료 외 자체 수익을 만들어내야 하는 압박이 클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사 설립 취지인 전문성 강화라는 좋은 면보다 조직 규모를 키우고 관의 시장 관여가 강화되는 부정적인 면이 부각될 수 있다”고 봤다.

B시장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걱정이 많이 된다. 농산물도매시장은 관련법(농안법)에 근거해 농민들을 위해 설립된 측면이 가장 큰데, 주요 도매시장의 사례를 보면 법 취지에 역행하는 부분에 공사가 힘을 싣는 경우가 많았다. 상장예외품목을 확대하려는 것이나 도매시장을 자꾸 소매시장화하려는 시도 등이다”라며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공사의 운영 방향을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C시장 관계자는 “공사가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거래실적이 중요한 평가지표 중 하나다. 중장기 관점의 시설 보강이나 개선 지원 등에는 소극적인 반면 당장 올해, 내년 등 공사의 단기적 성과내기에 급급해 보이는 느낌을 받았던 적이 많았다”면서 “시장의 유통 주체들의 자율적인 영업 활동을 보장하고 소통과 협력을 통해 시장을 발전시켜나겠다는 공사의 초심이 변질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출하자(농업인)단체의 한 관계자는 “시장 관리라는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라면 공사 설립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시장 관리라는 기능을 어떻게 잘 수행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하지만 공사가 자기 몸집 불리기에 급급해 도매시장에 집중하지 않고 소비지 대상의 사업을 추진하거나 임대업 같은 수익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또 시장 유통 주체들의 지정 권한을 앞세워 공사가 시장 운영 주체를 일방적으로 끌고 가려고 하면, ‘갑’과 ‘을’ 같은 종속관계가 보이지 않게 만들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시장 관계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못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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