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물가안정 나선 정부…농민들은 부글부글, 왜?
최하 경매가 10kg에 고작 1600원
김장철 수입산 풀어 가격 낮추더니
설엔 평시대비 공급 1.5배 확대
“배추값 폭락 주범은 정부” 울분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3. 1. 6
설 장바구니 물가 안정 대책으로 배추 등 농축산물 공급을 역대 최대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배추 생산자들이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 생산비 이하 가격 바닥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가 생계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정부가 앞장서 가격 폭락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설 장바구니 물가 관리 차원에서 명절 연휴 전까지 3주간(1.2.~1.20.) 배추를 비롯해 10개 품목의 성수품(농축산물) 공급량을 평시 대비 1.5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정부 비축 물량과 농협 계약재배 물량 공급을 늘려 “성수품 가격이 전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배추와 무는 평시 대비 1.5배씩, 사과와 배는 각각 3.2배, 1.8배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축산물은 소고기 1.6배, 돼지고기 1.2배, 닭고기 1.3배, 계란 1.1배 각각 늘리고, 밤과 대추의 공급량도 평시 대비 2배 이상 늘린다.
이 같은 대책에 대해 생산자들은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평시 대비 더 많은 물량을 풀어 가격 폭락을 조장하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이냐며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
(사)전국배추생산자협회는 5일 성명서를 통해 “1월 5일 가락시장 배추 최하 경매가격이 10㎏에 1600원이 나와서 운반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실정인데 설을 앞두고 평시 대비 1.5배 배추를 시장에 푼다는 것이 과연 정부가 할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생산 농민은 죽던 말던 신경도 쓰지 않겠다는 정부 의지 표명인지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생산자들은 “현재의 배추 가격 폭락은 정부의 잘못된 수급정책이 근본 원인이다. 여름배추 가격 폭등은 재배지역의 기상 이변에 기인한 것으로 농식품부는 배추 특성상 2개월 정도면 정상화될 것을 알면서도 물가당국의 눈치를 보느라고 생육이 70%밖에 되지 않은 물량 2만3300톤을 김장철 바로 앞에 방출하고 신선배추를 수출 김치용이라고 1600톤 수입했다”며 “가격 상승 원인은 고려하지 않고 수입 농산물로만 가격을 급하게 하락시키려 한 정부의 수급 정책이 현재 배추가격을 대폭락시켰다”고 지적했다.
배추 도매가격은 1월 첫 주 가락시장 기준 10㎏당 4000원 내외로, 전년(8000원 내외) 대비 반 토막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들어 생산비 이하 시세로 떨어진 이후 좀처럼 시세 반등을 못하고 있다. 생산비 보전을 위해서는 도매가격이 최소 8000원 이상 돼야 한다고 산지에선 얘기한다.
이들은 “현재 겨울배추는 거래 자체가 끊겼고 유통상인과 계약된 물량조차 계약금을 포기할테니 농가가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고 있다. 배추 재배 농가는 수익이 없어 2022년 사용한 농자재값도 갚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가격이 폭락해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하면 시장개입이라서 어렵다는 정부가 물가를 핑계로 농산물 가격을 폭락시키는 이런 행위를 맘 놓고 할 수 있도록 하는 반농민적 인식에 배추 생산 농가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추를 시장 방출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폐기 등의 긴급 가격 안정 대책과 근본적 수급안정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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