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청주 가덕면에서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유화수·김동규씨가 온풍기를 살펴보며 면세유 가격 급등에 따른 대응 방안을 의논하고 있다.
면세유 지속상승…2년새 2배
시설하우스 온도 유지 힘들어
성수기 생산량 되레감소 ‘울상’
축산농도 직격탄…적자 우려
인상 차액 지원에도 부담 여전
농가 어려움 해소 예산 늘려야
농민신문 청주·옥천·제천=황송민, 논산=서륜 기자 2023. 1. 4
“자재비·인건비 등 농사와 관련된 비용이 안 오른 게 없는데 올겨울에는 기름값까지 폭등해 죽을 맛입니다.”
한파와 폭설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은 요즘 시설원예농가의 난방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난방용 면세등유 가격이 본격적으로 농가 경영을 압박했다.
다행히 정부가 예비비를 활용해 난방용 면세유 인상 차액의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지만(유가연동보조금 지원사업), 단기간에 면세유 가격이 워낙 뛴 데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전혀 없어 농가의 어려움은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농업계는 한시적으로 도입한 유가연동보조금 지원사업을 상설화하고, 면세유 지원을 위한 농업에너지이용효율화 예산을 크게 늘릴 것을 바라고 있다.
오피넷(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시설원예농가가 하우스 난방에 주로 사용하는 면세유 가격은 1일 기준 1ℓ당 1331원으로 1년 전(936원)에 비해 42%나 올랐다. 2년 전(661원)에 비하면 두배 이상 뛰었다.
면세유 가격이 이같이 급등하면서 충북 청주지역 딸기농가들은 생산량이 크게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 기름값이 워낙 높다보니 예년에 비해 하우스 온도를 충분히 올리지 못해서다.
가덕면 상대리에서 3966㎡(1200평) 규모 시설하우스에서 연간 1만2000ℓ 이상 면세유를 사용하는 김동규씨(57)는 “예년 같으면 하우스 온도를 못해도 7∼8℃로 유지했지만 지금은 5℃ 정도로 간신히 맞추고 있다”며 “그 때문에 생산량이 30∼40% 줄어 성수기인 요즘 소득이 급감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삼항리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유화수씨(46)도 “지난해 난방비로만 2000만원을 사용했는데 올해 똑같은 양을 사용했다가는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경기가 침체돼 딸기 가격을 무작정 올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도 저도 할 수 없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충남 논산시 연무읍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조창수씨(45)도 면세유 가격이 급등하자 하우스 온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예년에는 하우스 내부 온도를 8∼9℃로 설정했지만 올해는 7℃로 1∼2℃ 낮춘 것. 온도까지 낮췄지만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강추위로 난방비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게 조씨의 설명이다.
조씨는 “하우스 내부를 예년보다 더 춥게 유지하는데도 난방비는 지난해보다 30%가량 더 소요된다”며 “최근 반갑지 않은 강추위가 찾아온 탓에 부담은 더 증가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난방비만 생각하면 하우스 온도를 더 낮추고 싶지만 그럴수록 딸기 생산량이 감소하고 잿빛곰팡이병 등과 같은 병이 생길 우려도 커져 온도를 마냥 내릴 수만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난방비 아끼려다 잿빛곰팡이병이라도 발생하면 더 큰 손해를 입기 때문에 하우스 온도를 더 낮추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작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충북 옥천지역 깻잎농가들은 생산량 감소에도 난방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군서면 사정리 시설하우스 6동에서 깻잎을 재배하는 이상은씨(57)는 “하우스 내부 온도를 13℃ 이상으로 올려야 한달에 4.5∼5회 수확할 수 있는데, 그렇게 했다가는 깻잎값보다 기름값이 훨씬 더 들어가기 때문에 생산량 감소에도 수막으로 온도를 유지할 뿐 기름 사용은 포기했다”고 어려운 사정을 밝혔다.
청주시 옥산면에서 6611㎡(2000평) 규모로 토마토 농사를 짓는 차종현씨(61)도 “값이 급등한 면세유 때문에 토마토 정식 시기를 예년보다 2개월가량 늦춰 내년 2월에나 심을 계획이지만 수확을 시작하는 5월은 출하가 몰리는 시기라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며 막막한 표정을 지었다.
축산농가도 면세유값 급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충북 제천시 봉양읍 명도리에서 육계 7만여마리를 사육하는 박정근씨(65)는 난방비가 급등해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자 병아리 입식을 아예 늦추고 있다. 박씨는 “계열업체에서 빨리 병아리를 받으라고 연락이 오지만 비싼 면세유 때문에 적자가 우려돼 내년 봄에나 입식해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같이 농민들은 난방비 걱정에 가슴이 타 들어가지만 지자체 지원은 아예 없는 실정이다. 최근 충북도의회를 통과한 2022년 제3차 추가경정예산에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면세유 지원 항목이 빠졌다. 충남도도 면세유 가격 급등에 따른 도 차원의 지원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충북도 관계자는 “농민 공익수당과 기본형 공익직불금 지급 등으로 예산이 빠듯해 면세유 관련 지원 예산은 추경에 편성되지 못했다”며 “국제 유가의 큰 변동성 때문에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어 올 예산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2022년 일반 예비비 151억원을 확보해 2022년 10∼12월 시설원예 농가·법인이 난방용으로 사용한 면세유에 1ℓ당 최대 130원을 지원한다고 최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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