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로 오프라인 소비시장이 회복될 조짐을 보였으나 물가상승, 금리인상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올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식품유통시장의 트렌드와 전망, 마케팅 전략 등을 살펴봤다.
저렴한 상품 찾는 소비자 증가·먹는 양은 감소
외관은 좋지 않지만 맛·함유 성분 동일한 못난이 농산물 주목 받아
소비자81.5%, 월 평균 5회는 온라인으로 식료품 구매
소비자가 더 손쉽게 장 볼 수 있는 이색 시스템 선보여
가정에서 음성으로 손쉽게 신선상품 새벽배송 받아
농수축산신문 박현렬 기자 2023. 1. 3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로 오프라인 유통 시장이 회복될 조짐을 보였으나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점점 위축되고 있다.
농산물 물가는 2020년 3분기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2021년 1분기 최고점에 도달한 후 지난해 2분기까지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로 전년 동월 대비 5.7%, 전월보다 0.3%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서비스, 공업제품, 전기·가스·수도, 농축수산물 지수가 모두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신선어개(생선·해산물)가 전월 대비 2.1%, 전년 동월보다 6.6% 상승했다. 신선채소 지수는 전월보다는 13.1% 하락했지만 전년 동월보다 21.7% 올랐다. 신선과일도 전월 대비 2.% 하락했으나 전년 동월보다는 4.2% 상승했다.
지난해 3분기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은 40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했다. 지출금액은 곡물 󈞂%, 조미식품 󈞀.3%, 육류 -9.4% 등 대부분이 감소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자 소비자들이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지출을 줄인 것이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외관은 좋지 않지만 맛과 함유 성분은 동일한 못난이 농산물이나 소비자들이 좀 더 손쉽게 장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소비자들의 구매심리 파악과 트렌드에 집중하는 등 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올해 식품유통시장의 트렌드와 전망, 업계에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펼치고 있는 다양한 마케팅을 살펴봄으로써 산지의 대응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 저렴한 제품 구매, 먹는 양 감소
농촌진흥청의 농식품 패널 2022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물가 상승이 소비자의 구매행태에 미치는 영향은 ‘저렴한 제품구매’ 31.1%, ‘먹는 양 감소’ 19.3%, ‘다양한 곳에서 구매’ 18.5%, ‘가격 비교를 위한 시간 증가’ 14.6% 순이었다. 보다 저렴한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는 소비를 줄이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물가 상승 때문에 구매가 감소한 신선식품 부류는 전체의 32.1%가 채소·특작이었으며, 과일·과채 29.9%, 축산물 12.1%, 수산물 6.2%, 식량 작물 6.1% 순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구매를 줄인 농식품이 없다고 한 응답자는 13.6%에 불과했다. 식량작물은 감소 폭이 가장 적었다. 이는 절대적으로 적은 양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저렴한 농산물을 구매하는 그룹은 소득 2분위 이하이며 가구 주 나이 30대 이하와 40대 2인 이상 가구, 소득 2분위 이하로 가구 주 나이 50대, 60대 이상 2인 이상 가구였다. 소득이 낮으면서 가족 구성원이 많을수록 저렴한 상품으로 대체 구입하는 비중이 높은 것이다.
먹는 양을 줄인 그룹은 1인 가구, 2인 이상 가구 중 40대와 50대였다.
# 단순 외식 대체재 이상으로 성장한 간편식 시장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8년 3조 원에 육박했으며 지난해 5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소비자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간편식의 편리성에 익숙해지면서 단순 외식의 대체재 이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 밀키트 제품은 정량의 신선 식재료를 높은 가공도로 손질해 조리 시간을 낮추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 밀키트 시장은 지난해 2분기 이후 △새벽배송 채널 중심 △지적재산권(IP)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 개편 △가성비 측면에서 유리하며 신선하고 건강한 이미지 달성 △냉동 품목으로의 전환으로 길어진 유통기한 △조리 편의성 증대 △패키지 쓰레기 감소 등의 혁신을 통해 프리미엄 간편식으로 인식되며 성장하고 있다.
요리에 필요한 농산물 구매 대비 밀키트 구매단가가 저렴한 것 또한 소비자들이 밀키트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다. 밀키트 제품들은 레시피에 따른 단순한 기성 제품들로 조합한 1세대, 세척·대분할 등의 단순 전처리를 끝낸 식재료를 레시피에 따라 밀키트 박스에 조합한 2세대, 세척·절단·거피 등 전처리를 대부분 끝낸 식재료를 정량 개별 포장한 3세대, 전처리가 완료된 식재료를 정량 개별 또는 진공 등의 패키지로 포장해 급냉한 4세대 등 소비자 요구에 맞춰 세대에 따라 변화했다. 현재는 전처리가 완료된 식재료를 알맞은 정량에 따라 단일 패키지(진공, 스킨팩)로 급냉한 형태를 단일 조리하는 방식의 4.5세대의 밀키트를 볼 수 있다.
냉동 밀키트의 경우 냉장 밀키트 대비 포장 간소화를 통한 폐기물 감소, 조리의 간편성·유통기한 증가 등의 이유로 주목을 받았다. 냉동 유통 시 개별 신선 식재료에 대해 진공 포장이 아닌 단일 진공팩 또는 스킨팩 형태로의 포장이 가능해졌다.
냉동 밀키트로의 전환과 함께 패키지가 줄고 레시피 또한 단순해지며 간편식과 밀키트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 비즈랩 교수는 “냉동 밀키트의 경우 레시피가 단순하고 유통기한 증가로 보관성이 개선되면서 프리미엄 간편식이라는 인식이 늘고 있다”며 “최근 온라인 유통 채널에서는 밀키트와 간편식의 카테고리를 구분하지 않고 판매한다”고 밝혔다.
# 오프라인 차별화된 점포·신선식품 브랜딩 강화
마켓링크에 따르면 소매시장의 온·오프라인 매출액 증감 추이는 지난해 9월 기준 온라인 9.1%, 오프라인 6%로 오프라인의 성장 폭이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차별화된 점포 리뉴얼, 신선식품 브랜딩 강화, 차별화된 상품 강화, 출점 효율 개선·구색 강화를 통한 점포 경쟁력 확보를 바탕으로 집객에 나섰다.
이마트는 가족 단위 고객의 체류시간 증가를 유도하고자 라이프스타일 케어와 F&B 매장을 강화했다. 휴식이 가능한 공간 또한 늘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MZ세대 공략과 비식품 부문 강화에 나섰다. 와인·위스키, 반려동물, 롭스플러스 등의 전문매장을 확충한 것이다. 홈플러스는 1인 가구 장보기 편의 개선과 체험형 점포 확대, 메가푸드마켓 중심으로 베이커리, 델리, 샐러드 등을 전면 배치했다. 신선식품 브랜딩 강화를 위해 이마트는 파머스픽, 롯데마트는 산지뚝심, 홈플러스는 신선농장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이마트는 물류센터를 추가로 건설하고 시스템 개발을 가속화하는 등 온라인 비즈니스의 핵심인 물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를 계획 중이다. 비식품을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 핵심거점인 광역물류센터(RDC)와 대형 피킹·패킹(PP) 센터를 늘려 수익성과 배송 효율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영국 ‘오카도’와 함께 물류 혁신에 투자할 계획이다. 마트-슈퍼 업태 통합 소싱을 바탕으로 시너지의 극대화를 모색한다.
SSM은 출점 효율 개선과 구색 강화를 통한 점포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풀필먼트 지점 역할과 옴니채널 대응력을 강화하고 상권 맞춤형 구색과 차별화 점포 컨셉을 통한 신성장 동력 발굴 전략을 수립했다. 카드, 인구, 금융 등 다양한 데이터를 결합해 상권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 후 출점하는 것이다. 마이크로풀필먼트 전략과 온라인 비즈니스도 강화한다. 마이크로풀필먼트를 거점으로 지역 점포 활용을 극대화하고 기업 간 거래(B2B) 비즈니스 확대를 통해 추가 매출 확보에 나섰다.
편리함과 품질이 보장된 즉석조리식품(델리), 가정간편식(HMR) 등 히어로 상품 육성도 강화할 방침이다.
강원민 마켓링크 유통컨설팅 사업부 상무는 “식품·생활용품 주 구입경로는 대형마트(오프라인), 온라인 쇼핑몰·앱, 동네슈퍼 등으로, 20~30대는 편의점, 온라인몰·앱, 포털쇼핑몰, 백화점을 선호하는 반면 40~50대는 동네슈퍼, 재래시장, 창고형매장, TV홈쇼핑을 주로 이용한다”며 “올해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매장 효율성 개선을 위한 상품 구색 정비와 공간의 재활용, 리테일 미디어를 활용한 다양한 광고 노출·고객 인게이지먼트(기업이 고객과 직접적으로 의미 있는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련의 모든 활동) 강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소비자 81.5%, 월 평균 5회 온라인으로 구매
소비자의 81.5%는 월 평균 5.02회 정도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대한SNS운영자협회에 따르면 쿠팡, 마켓컬리, 네이버쇼핑, 이마트몰이 주 구매 채널로 꼽히며 특히 쿠팡은 이용 경험과 이용률 모두 타 채널 대비 압도적으로 높았다.
배송과 주문·결제 과정이 강점인 쿠팡은 타 채널보다 구매 빈도가 높으며 대형마트 기반의 이마트몰은 회당 평균 구매금액이 6만 원 정도로 타 채널(3만~4만 원)보다 높았다. 마켓컬리는 제품 품질과 희소성 있는 제품 구색이 강점으로 나타나고 가정간편식과 밀키트의 구매 만족도가 높다.
전체 소비자 10명 중 3명은 HMR과 밀키트를 온라인에서 구매하며 모두 한식 중심의 국·탕·찌개류 구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밀키트의 경우 한식 외 요리구매도 꾸준하다.
온라인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직접적인 연결을 더욱 쉽게 만들었다. 소비자의 26.6%는 농축수산물을 온라인 직거래로 구매한 경험이 있다. 네이버쇼핑의 산지직송·지역명물, 지인을 통한 구매, 당근마켓이 주요 구매 채널이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 의하면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2021년 2조8000억 원에서 지난해 6조2000억 원, 올해 10조 원으로 전망된다.
백운섭 대한SNS운영자협회장은 “라이브커머스는 이커머스에 비해 구매 전환율이 월등히 높다”며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간 방송 판매 이용 경험률을 조사한 결과 2020년 27.4%에서 2021년 57.9%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 못난이, 맛난이 농산물 판매 주목
대형유통업계는 고물가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농산물을 선호하자 외관은 정품보다 좋지 않지만 맛과 영양은 그대로인 못난이·맛난이 농산물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일반 농산물과 비교해 맛과 영양은 차이가 없지만 조금 작거나 외관에 흠이 있는 B+급 농산물을 상생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 롯데마트의 상생 과일과 상생 채소는 지난해 1~10월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280% 이상 신장됐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상생 파프리카는 농가와의 상생을 목적으로 B+급 파프리카 30톤을 매입해 선보였다.
홈플러스는 외관이 울퉁불퉁하고 크기는 작아도 품질은 일반 농산물과 비슷한 ‘맛난이 농산물’을 선보였다. ‘맛난이’는 ‘못나도 맛은 좋다’는 뜻으로 홈플러스가 붙인 상품명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7월부터 맛난이 농산물 구색을 채소 15종·과일 3종까지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이 중 무의 지난해 11월 매출은 맛난이 무 판매에 힘입어 전년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맛난이 무 판매량은 일반 무 대비 지난해 8월 25%, 9월 85%, 10월 44%나 됐다. 이는 일반 무가 100개 팔렸다고 가정할 때 맛난이 무가 44개 팔렸다는 의미다.
조도연 홈플러스 브랜드본부장(상무)은 “먹거리 물가가 올해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앞으로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홈플러스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맛성비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색 장보기 서비스 이목 집중
오아시스마켓은 지난해 8월 오아시스 기가지니 음성 장보기 서비스를 선보였다. 오아시스마켓 음성 장보기 서비스는 KT 기가지니로 신선식품을 새벽배송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지니야, 오아시스마켓”이라고 말하면 오아시스마켓 음성 장보기 서비스가 실행된다. 자동으로 배송지가 입력돼 “담아줘”, “구매해줘”, “결제해줘” 등 세 단계 음성명령으로 신선식품을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받을 수 있다. 기가지니에서 배송정보 자동입력, 간편결제 기능을 제공해 간단하게 주문 가능하다. 재구매는 기존 구매 이력이 남아 더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다.
KT의 개인화 인공지능(AI) 기술로 고객의 소비패턴을 예측해 구매 시점을 미리 음성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제공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AI 상품 추천 서비스도 제공한다.
지난해 8월 오픈 이후 이 서비스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고객은 지난해 11월 17일 기준 18만6000명이며 서비스에 동의한 고객도 9만4000명에 달한다.
최준기 KT AI/빅데이터 사업본부장은 “고객이 가정에서 음성으로 손쉽게 신선상품을 새벽배송으로 주문할 수 있도록 KT 기가지니에서 오아시스마켓과 AI 장보기 서비스를 출시했다”며 “고객이 보다 편리하게 상품을 주문하고 배송 받을 수 있도록 AI를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안준형 오아시스마켓 대표이사는 “오아시스마켓만의 새벽배송 노하우와 유통 테크기업으로 축적된 정보기술(IT) 개발 기술력을 KT 기가지니의 폭넓은 인프라에 적용해 편리하게 말로 주문하는 보이스커머스 시장을 선도하겠다”며 “기존 오아시스마켓과 기가지니 고객들은 AI 장보기 서비스의 편리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통해 새로운 온디맨스(모바일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 인프라를 통해 소비자의 수요에 맞춰 즉각적으로 맞춤형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활동) 보이스커머스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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