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가 가계부 안녕하십니까
농자재·농사용 전기·면세유…
가파른 상승세 ‘충격’
고령화·인력 부족에
인건비마저 올랐지만
농산물값은 되레 뒷걸음
이중삼중고에 커지는 곡소리
농어민 경영 악화 ‘수렁’
한국농어민신문 이동광 기자 2022. 12. 30
계모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이한 만큼 올 한해 농어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를 희망해 보지만 뜻대로 이뤄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 여파로 원유, 가스, 원자재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농어업 분야에도 엄청난 충격을 주기 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농자재, 농사용 전기, 면세유 가격 모두 폭등하면서 농어민들의 경영 악화를 위협하고 있다. 생산비용이 1년 전에 비해 최소 1.5배는 상승한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 농자재 등 주요 생산비 상승으로 농어민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살펴본다.
# 농자재 가격 얼마나 올랐나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원유, 무기질 비료, 농약 등 농자재를 비롯해 농사용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근 발표한 주요 농자재 가격 동향에 따르면 국제 유가는 2020년 중반이후 상승했으며, 2021년 최대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러시아의 대유럽 천연가스 배송관 가동 중단 등의 여파로 원유 오름세는 지난해 중반까지 이어졌다.
국제 원유 가격추이를 보면 2020년 3/4분기 배럴당 30.60달러(두바이유 기준)였던 원유 가격은 2021년 3/4분기 71.56달러, 2022년 2/4분기 109.73달러로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국제 원유 가격상승은 농업용 면세유 상승에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시설농가에서 난방유로 사용하는 면세등유의 경우 2021년 12월에 1리터당 800원 전후였으나 2022년 12월 26일 기준 1리터당 1350~1430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73% 수준이다. 거의 2배 가격에 육박했다.
국제 유가, 천연가스와 연동되는 석유화학 분야 핵심 원료인 나프타를 비롯해 에틸렌 등의 가격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로 인해 무기질 비료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질산질, 인살질, 칼륨질 비료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주요 비종별 농가 판매가격을 보면 2022년 요소 가격은 2만8900원(20kg 기준)으로 2019년 8600원 대비 336% 수준이다. 염화칼륨과 복합비료도 각각 1만9600원, 1만6300원으로 같은 기간 204%, 160% 수준으로 높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농사용 전기 요금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전력공사 자료에 따르면 농사용, 산업용, 일반용 등 모든 계약 종별 전기요금이 kWh당 4월 4.9원, 10월 7.4원 등 두 차례에 걸쳐 12.3원씩 일률적으로 인상됐다.
# 농어가 경영부담 가중
농자재 가격 오름세는 고스란히 시설농가, 벼농가, 양어장 등 모든 농어가의 경영비 부담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고령화와 노동인력 부족현상으로 인건비마저 크게 올랐지만 농산물 가격은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하락해 농어업인들은 2중3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 김제 G영농조합법인 대표 A씨의 경우 9900㎡(3000평) 규모의 스마트팜 온실에서 완숙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다. 그의 영농일지에 기록된 경영비 중 가장 많이 오른 것은 수경재배용 비료 가격이다. 2021년에는 3개월 단위로 비료를 주문했는데 1파렛트당 1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200만원에 육박했다.
인건비 부담도 크게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외국인 노동자 인력이 감소하면서 2022년에만 인건비가 2차례 올랐다고 한다. 이에 2021년 숙련 및 비숙련 7명 월 평균 급여는 140만원 대였으나 2022년에 220만원으로 급상승했다.
그나마 동절기 에너지 비용은 전년 동기대비 30% 늘어났다. 2022년 11월 지출액은 1460만원으로 전년 동기 1022만원에 비교해 30% 늘었다. 비료, 인건비보다는 상승폭이 적었다. 반면 농자재, 난방비,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비 부담을 크게 증가했음에도 토마토 출하가격은 오히려 전년보다 낮은 실정이다.
A씨는 “지난해 12월 말 토마토 가격은 6000~8000원(5kg기준)으로 한여름에 나올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내 인건비를 빼고라도 1만5000~2만원은 형성돼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장기화, 물류 제한 및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세는 지속되고 비료 원자재 가격도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올해에도 비료 등 주요 농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농업소득 하락률이 최대 15%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정부차원에서 국제 원자재, 원유, 천연가스 등의 가격변동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농가 소득 감소 최소화 할 수 있는 지원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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