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베트남이 22일로 공식 외교관계를 맺은 지 30주년이 됐다. 강산이 세번 변하는 사이 두 나라 사이 또한 깊고 넓어졌다. 한국 농업에 베트남은 어떤 나라가 됐을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최근 펴낸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 경제적 성과와 향후 과제'에 따르면 양국 교역액은 1992년 수교 당시 5억달러에 그쳤다. 하지만 2021년 기준 807억달러를 돌파하면서 160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교역액은 베트남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7년,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2015년을 전후해 크게 뛰었다. 2007년 한국의 베트남 대상 수출액은 58억달러, 수입은 14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전년과 견줘 각각 46.7%·50.5% 급증했다.
2015년에도 한국의 베트남 대상 수출입이 전년 대비 각각 24.2%·22.7% 증가했다. 2007∼2019년 연평균 수출입 증가율은 19.4%·25.4%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엔 베트남 대상 수출액 567억달러, 수입액 239억달러 등 교역액이 806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전까지 교역액이 800억달러를 넘는 국가는 중국·미국·일본 등 3개국뿐이었다. 인적 교류도 활발해졌다. 수교 초기 기업인 중심이던 양국 교류 인원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기준 484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같은 위상이 농업분야에선 전혀 다른 양상으로 자리한다. 국가 전체적으론 무역흑자지만 농업분야에선 역조가 심각하다. 2021년 기준 베트남에서 수입된 농식품은 15억7750만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베트남으로 수출한 농식품은 5억7550만달러에 그쳤다.
특히 냉동열대과일과 신선당근 수입이 크게 늘었다. 냉동열대과일은 2017년 1460만달러에서 2021년 1860만달러로 27% 급증했다. 신선당근은 증가세가 더 가팔랐다. 190만달러에서 420만달러로 2.2배 폭증했다. 바나나는 280만달러→900만달러로, 망고는 150만달러→ 650만달러로 각각 뛰었다. 최근엔 화훼류 수입마저 크게 늘었다. 40만달러에서 840만달러로 무려 21배 증가했다.
복병은 천연벌꿀일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베 FTA로 천연벌꿀 관세가 인하되면서다. FTA 타결 당시 243%던 천연벌꿀 관세는 2029년엔 완전 철폐된다. 베트남산 천연벌꿀은 2021년 기준 10만998달러가 수입돼 2019년(5만7329달러)의 두배 가까이 늘었다. 양봉업계에선 베트남산 천연벌꿀 생산비는 한국산의 1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9년 펴낸 ‘베트남 농업과 농식품 교역동향’에서 마늘·생강·고구마 등이 양허 품목이 되면서 베트남 기업에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우리나라가 농업분야에서 밀리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엔 다양한 분야로 교류가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스마트팜 수출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국형 스마트팜 수출 대상국가로 베트남을 정해 시범온실 조성, 전문인력 파견, 현지 인력교육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스마트팜 패키지 수출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 움직임 하나로 올 6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시범온실 준공식을 열었다. 신남방지역 내 한국형 스마트팜 진출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는 양국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로, 시범온실 준공으로 신남방지역에 한국형 스마트팜 관련 기업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정부는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지원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