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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가을배추, 시장에 낼수록 손해…남은건 빚뿐”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2-12-12 조회 1589
첨부파일 20221211111426867.jpg
* 9일 가을배추 주산지인 강원 춘천시 서면 신매리 일대에서 농민들이 배추를 수확하지 않고 트랙터로 밭 전체를 갈아엎으며 산지폐기에 나서고 있다. 춘천=김정운 객원기자



        강원 춘천 가을배추 산지폐기 현장 가보니

        값 폭락에 인건비도 못건져

        어쩔수없이 출하 포기 ‘허탈’

        “정부, 실질적 보상책 마련을”


                                                                    농민신문  춘천=허윤호 기자  2022. 12. 12


 “자식인 양 애지중지하면서 농사지은 배추들인데 이제 와서 내 손으로 갈아엎자니 가슴이 천갈래 만갈래 찢어지네요. 배추값이 너무 형편없어 시장에 출하할수록 손해가 막심하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9일 오전 가을배추 주산지인 강원 춘천시 서면 신매리 일대를 찾았다. 예년 같으면 지난달말 가을배추 수확을 모두 끝마쳤어야 할 밭엔 상품성을 잃고 겉잎이 푸석푸석 말라가는 배추들이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초점 없는 눈으로 먼 산을 허망하게 바라보던 한 농가가 이윽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배추 위로 트랙터를 몰았다. 육중한 바퀴에 금세 짓눌린 배추에서 질퍼덕한 물이 배어나왔다. 밭 한쪽에선 이미 형체를 잃고 널브러진 채 썩어가는 배추들이 풀풀 악취를 풍겼다.

3.3㏊(1만평) 규모로 배추농사를 짓는 최승철씨(58·신매1리)는 “배추 10㎏들이 한상자당 최소 7000원은 받아야 손익분기점인데 서울 가락시장 등에서 고작 1000∼1500원을 손에 쥔 적도 있다”며 “결국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해 남은 물량은 출하를 포기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인근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김모씨(65)도 “시장에 내놔봤자 생산비도 못 건지는 상황인데 뭘 어쩌겠느냐”면서 “그동안 들어간 영농비는 고스란히 빚으로 남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농가들이 일제히 산지폐기에 나선 이유는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내렸기 때문이다. 농협과 농가 등에 따르면 도내 가을배추 재배면적은 지난해에 비해 10%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등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공급과잉이 빚어진 것.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8일 기준 배추 평균 도매가격은 10㎏당 6058원. 1년여 전 이맘때 평균가가 9000∼1만원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30% 이상 낮은 값이다.

상황이 악화하자 농가들은 시장에 낼 때 발생하는 작업비와 상자값·운송비·수수료 등 제비용을 감안하면 출하할수록 손해를 본다고 판단해 산지폐기에 나서게 된 것이다. 밭에 나뒹구는 배추를 바라보며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 최씨는 “앞으로 농사를 계속할지 회의감마저 들어 잠도 제대로 못 잔다”며 고개를 떨궜다.

서춘천농협(조합장 김용종)은 서면 일대에서만 6.6㏊, 20여만포기의 가을배추가 수확되지 않고 버려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장을 함께 찾은 김정운 서춘천농협 영농지도 차장은 “올 10월말 일부 배추밭에서 잎끝이 타들어가듯 누렇게 변해버린 배추들이 나타나면서 농가들이 더욱 열심히 마무리 관리에 노력했는데 결국 또 한번 좌절을 겪게 됐다”며 “남쪽지역 배추들과 출하시기가 일부 겹치며 어느 정도 공급과잉이 예견되긴 했다”고 전했다.

김용종 조합장은 “정부가 조속히 실질적인 보상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이곳 농민들이 받는 타격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배추값 하락세가 지속되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대책 마련에 분주해진 모습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11월30일 ‘2022년 겨울배추 긴급 정부수매비축 구매’ 공고를 내고 7000t 규모의 긴급 수매 계획을 밝힌 바 있다”며 “수매 외에도 배추 판로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을 다각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춘천시농업기술센터(소장 이영훈)는 배추밭을 찾아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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