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성장도 빨라 우리 농림축산식품 수출 유망시장으로 자주 거론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최근엔 중국이 비관세장벽 만리장성을 높이면서 우리 농식품 수출이 정체 늪에 빠졌다. 정부가 나서 혈로를 뚫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우리 농식품 대중국 수출액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듬해인 2016년 10억9700만달러에서 5년간 정체 상태를 보였다. 지난해 13억3900만달러로 반짝 증가했지만 올해는 다시 11억6000만달러(11월말 기준)로 약간 하락했다. 이처럼 한·중 교역은 양국 관계가 대내외적 요인으로 요동칠 때마다 덩달아 들썩이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장애물로는 중국의 비관세장벽 강화 조치가 지목된다. 우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입 식품에 대한 중국의 통관 절차가 깐깐해졌다. 중국은 수입 식품과 농산물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대규모로 나오자 올 1월부터 수입 식품과 농산물 발원지에 대한 관리통제 강화에 나섰다. 일례로 산둥성 칭다오시는 수입 냉장·냉동 식품에만 진행하던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살균소독 조치를 상온 제품에까지 확대했다.
문제는 이런 조치로 통관 소요 시간이 늘면서 우리 농식품 수출이 악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한·중 수교 30년, 농식품 교역 동향과 협력 과제’에 따르면 중국의 통관 조치 강화로 생우유 통관 소요 시간은 종전 4일에서 14일로, 홍삼은 7일에서 24일로 불어났다. 이에 따라 우유의 올 3월 수출규모가 지난해 동기 대비 48% 감소했고, 홍삼(농협홍삼 기준)의 3∼4월 수출규모도 반토막 났다. 농경연은 “중국 유통점에 식품을 납품하려면 유통기한이 30∼50%는 남아야 하는데 통관 절차를 강화하면서 생우유 등은 항구 인접 대도시로만 수출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강화된 라벨링·포장 규정도 최근 뜨거운 감자다. aT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의 한국산 농식품 통관거부 건수는 40건으로 지난해 동기(28건)보다 43%나 늘었다. 주목할 건 ‘라벨링·포장’ 문제로 통관거부 건수가 지난해 상반기 0건에서 9건으로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올 1월 중국이 바뀐 ‘수출입 식품안전 관리방법’을 시행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에 따르면 수입 보건식품과 특수 선식용 식품은 품명·원산지·성분·생산일자 등이 적힌 라벨을 제품이나 포장재와 ‘분리되지 않도록’ 표기해야 한다. 한국이 스티커나 꼬리표 등을 사용해 라벨을 부착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스티커 등으로 라벨을 부착한 한국 활력캔디·홍삼·효소 등 건강기능식품의 통관이 거부되는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이런 문제는 민간이 직접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차원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수출 증진을 위해 ‘전 부처의 산업부화’를 강조해 정부 역할 강화 의견에 힘을 싣는다. 농경연은 “라벨링·포장 규정에 대한 상호 신축적 적응방안을 협의해 건강기능식품 등의 라벨 부착 요건을 한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 통관 절차 강화 문제에 대해선 “양국이 협의해 일부 품목에 대해 우선통관을 적용하는 등 통관 기간을 줄이는 협력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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