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값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온화한 날씨가 지속돼 생산량이 늘어난 데다 소비까지 부진해 가격 하락이 가속하는 모양새다. 12월부터 출하될 겨울양배추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값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25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양배추는 8㎏ 상품 한망당 평균 4819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평균 경락값(4884원)보다 약간 낮고, 평년 11월 평균 경락값(6462원)보다는 25.4% 낮은 값이다.
양배추값은 고랭지양배추 생산량 감소로 9∼10월 평년 대비 강세를 띠었다. 이달 4일까지도 평균 1만397원을 기록하며 강세를 이어갔지만 이후 시세가 급격히 하락해 20여일 만에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다.
양배추값이 폭락한 데는 11월 들어 전남 등에서 가을양배추 출하가 본격화한 데다 김장과 경기 부진으로 소비가 둔화한 것이 주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전남 무안 등지에서 양배추를 취급하는 산지유통인 강대석씨는 “무안·해남 등 양배추 주산지 재배면적이 예년보다 10%가량 증가한 데다 최근 산지에 비가 오면서 생육 촉진으로 구 크기가 커져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났다”며 “기존에 5t 차량에 양배추 800개를 실었다면 현재는 600개 정도밖에 싣지 못할 정도로 결구가 잘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진구 대아청과 영업3팀장은 “통상 강원도 출하가 11월초에 끝났어야 했는데 올해는 11월 중순 이후까지도 계속 출하돼 충청·전남권 물량과 겹치며 시세 하락이 나타났다”며 “김장철로 양배추 소비가 줄었고, 특히 최근 양배추 수요가 많았던 대기업 베이커리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이 번지면서 납품이 감소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12월부터 출하가 시작되는 겨울양배추 생산량이 평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산지에선 양배추값 약세가 장기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겨울양배추 재배면적은 2908㏊로 지난해와 평년 대비 각각 2.7%·0.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단수는 10a당 5610㎏으로 지난해와 평년보다 각각 1.5%·7.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학종 제주양배추연합회장은 “제주지역은 지난해 출하기 가격이 좋지 않아 콩으로 작목 전환하는 등 재배면적이 1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하지만 전남지역 재배면적이 늘었고 제주와 전남 모두 작황이 예년보다 좋은 상태라 생산량이 10%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생산량 증가보다도 소비가 부진한 상황이 호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시세 하락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겨울양배추 시세 약세가 장기화하면 수급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