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농축산단체가 빠진 가운데 반쪽짜리 행사로 진행된 ‘제27회 농업인의 날’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급기야 행사 주최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책임론까지 나오고 있어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은 농업과 생명의 근간인 흙(土)이 십(十)과 일(一)로 이뤄져 있는 점에 착안해 농촌계몽운동가인 원홍기 선생이 지난 1964년 처음 제안했으며, 1996년 정부기념일로 지정됐다.
특히 한 해 농사가 마무리되는 수확기 먹거리 생산에 힘쓴 농축산업인의 노고를 격려하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열리는 농업인의 최대 축제다.
이런 농업인의 최대 축제장이 씁쓸한 뒷맛만 남기고 구설수 올라 농민단체 간 갈등, 농민단체와 정부 간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농축산연합회 소속 단체장과 농민의길 소속 단체장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한종협)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한종협은 지난해 7월에 출범한 단체로,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협의회·한국농촌지도자중앙협의회·한국4-H본부·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등 6개 농업인단체로 구성된 연합체다.
반면 농축산연합회는 25개 농축산 관련 단체로 구성된 연합체로, 한종협 출범 전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농축산단체로 활발히 활동했다.
문제는 한종협과 농축산연합회 간의 관계가 껄끄럽다는 것이다. 한종협 소속 단체들은 원래 농축산연합회 소속이었지만 어느 순간 한농연을 중심으로 한종협을 만들어 빠져나오면서 많은 뒷이야기가 무성하게 나왔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하는 농축산단체를 두고 한종협과 농축산연합회 간 파워게임이 물밑에서 진행되던 상황에서 이번 행사를 주최한 농식품부가 공식 행사 농민 대표로 한종협 이학구 상임대표에게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이 악화됐다는 게 전언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여 결국 농축산연합회 소속 단체장들이 농업인의 날 행사를 보이콧 한 것으로 파악됐다.
농축산연합회 관계자는 “농식품부의 아마추어 같은 운영 때문에 이 같은 사단이 났다. 두 단체 간 공평한 기회만 줬더라도 누가 농업인들의 최대 축제에 참석하지 않았겠나”라고 반문하며, “이 정부가 농축산업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농민단체 간 심정을 헤아리지 않고 행정 편의적 사고에만 매몰돼 농민단체 간 갈등만 키웠다”고 비판했다.
실제 농식품부는 예전에도 공동추진위원장에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을 배제한 채 진행해 비난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에 농업계 관계자는 “너무나 속상하고 안타깝다. 농업인의 축제에 농업인들이 대거 참석하지 못한 점과 아직도 농민단체 간 알력다툼을 한다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무엇보다 농식품부의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다. 오히려 분란을 조장하는 꼴이 됐다. 내년에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농민단체도, 정부도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농업인의 날’이 반쪽짜리 행사로 진행돼 행사 취지가 무색하게 돼 버렸다. 농민단체의 알력다툼도 나쁘지만 이를 더 부추겨 ‘농업인의 날’ 행사를 실추시킨 농식품부의 운영 미숙도 개선돼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