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전통 발효식품이자 우리 고유 음식이다. 갖가지 양념과 버무린 김치는 맛이 좋을뿐더러 영양이 풍부한 식품이다. 최근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 열풍과 더불어 김치 수출이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치 인기가 치솟자 중국은 김치 유래와 종주국에 대한 왜곡을 서슴지 않고 있다. 자국 절임채소 음식인 파오차이(泡菜)를 김치 시초이자 국제 표준이라고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중국산 김치가 한국 김치로 둔갑해 유통되는 사례도 많다.
이에 정부는 ‘김치 국가명 지리적표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미국 등에서 생산한 김치가 ‘한국 김치’로 표시돼 수출·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생산업체가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에만 ‘대한민국 김치’ 표시를 허용할 방침이다. 다만 수출용 김치에 대해선 원료 수급 여건을 감안해 표시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최종 제품에 혼합된 비율이 높은 순서대로 세가지 원료를 국산으로 사용하면 ‘한국 김치’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쟁점은 주원료인 고춧가루 원산지 문제다. 배추·무를 제외한 원료 대부분을 외국산으로 사용하고 있는 제조업체들은 수출 김치에 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한국 김치’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산 공급량이 부족해 수급 차질이 우려된다는 게 그 이유다. 반면 국산 원료를 고집하는 업체와 고추 생산자단체는 국산 고춧가루 사용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춧가루가 김치 주원료인 까닭에 외국산을 사용하는 경우 국적 표시를 허용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까닭에 정부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당장은 김치 수출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로 인해 우리 농업과 농민의 삶이 피폐해지면 안된다. 미래를 내다보면 수출 확대보다 중요한 것이 한국 김치의 품질과 농업 경쟁력 제고다. 그런 의미에서 온전한 ‘한국 김치’는 국산 원료로 생산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농업이 살고 농민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