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등이 대전 노은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설자인 대전시의 관리 소홀로 출하자들이 부당하게 하역비를 부담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역료 전액 법인부담 조건 설립
한유련 “개설자 관리소홀” 주장
표준규격품 빼고 출하농에 부과
2002 ~ 2020년 329억원 달해
도매법인 부담액은 18억원 불과
국고보조금 교부요건 여부 묻자
관리사무소 “확인 어렵다” 입장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2. 11. 11
대전 노은시장에서 그동안 개설자의 관리 소홀로 도매시장법인이 부담해야 할 하역비를 출하자들에게 부당하게 전가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은시장은 2001년 개장한 도매시장으로 그동안 출하자들이 부담해온 하역비만 300억원대에 달해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주장은 최근 출하자단체인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회장 최병선, 이하 한유련) 등 생산자단체에서 나왔다. 이들은 9일 노은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01년 7월 개장한 노은시장은 하역비를 도매시장법인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정부자금을 지원받아 건설된 도매시장”이라고 주장했다.
한유련은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대전시 노은시장 관리사무소가 2001년 8월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노은시장 하역비 도매시장법인 부담 시행(안)’ 회의서류를 공개했다.
해당 서류에서 관리사무소는 농가 수취가격 제고를 위해 하역비 부담 주체를 출하자에서 도매시장법인으로 전환하고자 회의를 진행한다고 밝히고 추진 배경으로 1994년 정부가 발표한 농수산물 유통개혁 대책을 들었다.
유통개혁 대책에는 1997년 이후 개장한 도매시장은 건설자금(국고보조금) 교부를 결정할 때 출하품에 대한 하역비를 도매시장법인이 부담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이에 따라 노은시장도 이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는 게 당시 회의 내용이다.
또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가 국고보조금(378억9500만원)을 회수한다는 내용도 서류에 명시돼 있다.
이광형 한유련 사무총장은 “노은시장 회의자료에 하역비를 도매시장법인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도매시장건설사업 기본계획이 1997년과 1998년에 승인됐다는 내용이 있다”며 “하지만 이후 표준규격출하품에 대한 하역비만 도매시장법인이 제한적으로 부담하는 것으로 협의를 끝냈다”고 주장했다.
한유련은 노은시장이 국고보조금을 받아 설립된 만큼 정부 지침에 따라 도매시장법인이 하역비를 전액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실제 1997년 이후 개장한 전남 광주 서부시장(2004년), 경기 구리시장(1997년), 서울 강서시장(2004년) 등은 도매시장법인이 하역비를 100% 부담하고 있다.
2000년 농림부가 광주시에 보낸 ‘농산물도매시장 건설사업 국고보조금 교부(송금)’ 공문을 확보해 살펴본 결과 당시 농림부는 광주 서부시장을 제2도매시장으로 지칭하며, 보조금 교부 조건으로 “도매시장 하역료는 도매시장법인의 부담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광주 서부시장의 한 관계자는 “서부시장은 도매시장법인들이 위탁수수료 7%를 받는 대신 표준규격출하품뿐 아니라 모든 출하품에 대한 하역비를 부담하고 있다”며 “도매시장 설립 조건이기 때문에 지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유련은 노은시장 개설자인 대전시가 이같은 조건이 지켜지도록 지도·감독하지 않아 그동안 출하자들이 부당하게 하역비를 지불해왔다는 입장이다.
현재 노은시장 관리사무소는 팰릿에 적재한 완전규격출하품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고시품목 가운데 74개 품목에 대해서만 도매시장법인들이 하역비를 부담하도록 하는 표준하역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시장 출하자 대부분이 영세해 팰릿 출하가 어려운 데다 74개 품목에 무·배추·사과·복숭아 등 주요 품목이 빠져 있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노은시장에서 발생하는 하역비 대부분을 출하자들이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도매시장 통계연보에 따르면 2002∼2020년 노은시장에서 출하자들이 부담한 하역비는 328억8000만원이었지만 도매시장법인이 부담한 하역비는 18억원에 불과했다.
이 사무총장은 “대전시가 국고보조금 교부 조건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 정부에서 보조금을 환수해야 한다”며 “개설자의 관리 소홀로 출하자들이 부당하게 하역비를 떠안아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은시장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시장 설립 때 도매시장법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해 하역비 부과 방식을 현행처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정부자금 교부 조건이 있었는지는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