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산물 무포장·낱개 판매’ 행사 당시 소비자가 인터넷에 올린 사진과 반응
2023년 소비 트렌드 예측과 농업계 대응전략
한정된 자원들 극대화해 활용
필요한 만큼만 ‘소량구매’ 선호
1인가구 늘어 현상 지속될듯
브랜드 친숙도 높이기 등 필요
농민신문 김소영 기자 2022. 11. 07
연말이 다가오면서 새해 트렌드 전망도 활발하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등이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23>이 대표적이다.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다. 김 교수는 이에 착안해 새해 소비 트렌드를 ‘RABBIT JUMP(래빗 점프)’라는 타이틀 키워드로 전망했다. 불황으로 다소 주춤하겠지만 웅크렸던 토끼가 더 높이 점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담았다는 게 김 교수 설명이다.
김 교수는 “2023년이 여러 면에서 2008년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2008년은 전년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금융위기가 세계를 뒤흔들었던 해다.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세계경제를 위협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세계적으로 물가가 빠르게 올랐고, 우리나라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대까지 치솟았다. 러시아가 개입한 그루지아(현 조지아) 전쟁이 발발했고 전년부터 이어진 세계적 가뭄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구촌이 식량위기로 몸살을 앓았다.
국내 정치 상황도 유사하다. 2008년 노무현정부에서 이명박정부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주택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자 새로 들어선 보수 성향 정부는 전 정부의 고강도 주택시장 규제를 풀었다.
그러나 당시와 지금은 다른 점도 많다. 15년이 흐르는 동안 기술이 진보하면서 애플리케이션(앱)·가상·비대면 경제가 크게 발달했다. MZ(1980∼2000년대 태어난 세대)라고 불리는 주된 소비층 세대교체도 나타났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김 교수는 10대 키워드를 뽑았다. 이 가운데 농업과 관련이 깊은 것은 체리슈머(Cherry-sumers)다. 이는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해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알뜰소비 전략을 펼치는 소비자를 가리키는 조어다. 구매는 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챙기는 사람을 가리키는 ‘체리피커(Cherry Picker)’에서 ‘체리(효용을 광범위하게 일컫는 단어)’를 빌려와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와 결합해 만들었다. 우리말로는 ‘실속 소비자’ 혹은 ‘불황 관리형 소비자’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체리슈머를 올 6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시행한 ‘농산물 무포장·낱개 판매’ 정책에 대한 소비자 반응에서 찾았다. 채소나 과일 같은 신선식품을 매대에 쌓아둔 채 낱개 단위로 판매하자 “꼭 필요한 식료품비만 지출되니 기분이 좋다”는 소비자 호평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체리슈머의 주된 전략은 ‘조각내기’다. 대용량으로 구입해 쟁여두기보다는 필요한 만큼만 소량구매하는 조각 전략은 당장 지출과 음식물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한다. 홈플러스가 올 6월1∼15일 판매한 채소류·축산물 중 소포장 상품 매출 비중이 올 1월과 견줘 각각 120%·320% 증가했다.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이 부쩍 늘면서 편의점업체 CU(씨유)는 한국인의 밥상에 자주 오르는 채소를 한두끼 양으로 소분한 <싱싱생생> 시리즈를 출시했다. 세븐일레븐은 대형마트와 비슷한 가격대에 1∼2인분으로 구성한 신선식품 브랜드 <세븐팜>을 선보였다.
체리슈머 등장에 농업계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김 교수는 “체리슈머는 1인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경기가 좋아져도 계속 발전해나갈 추세적 변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간에 발 들여놓기 전략’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간에 발 들여놓기 전략은 사회심리학 용어로, 문간에 발을 들여놓듯 작은 부탁을 먼저 해서 허락을 받고 나면 큰 부탁을 더 쉽게 허락받을 수 있다는 설득 기법이다. 짧은 기간 특정 서비스를 경험하게 해 체리슈머가 그 브랜드 문간에 발을 들여놓게 함으로써 친숙도를 향상하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소비자가 소비 주체성을 갖고 시장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시대가 됐다”면서 “현대판 보릿고개를 넘어서는 시점에서 소비자와 사업자가 공생·공영하는 시장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교수가 도출한 10대 키워드는 ▲평균 실종 ▲오피스 빅뱅 ▲체리슈머 ▲인덱스 관계 ▲뉴디맨드 전략 ▲디깅 모멘텀 ▲알파세대가 온다 ▲선제적 대응 기술 ▲공간력 ▲네버랜드 신드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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