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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시행되고 있는 주6일제를 주5일제로 바꾸자는 얘기가 시장 내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근무환경을 바꾸자는 인식에서 관련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경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출하자를 비롯해 이해종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요구된다. 사진은 저녁 무렵 가락시장 전경 모습.
가락시장 주5일제 ‘스멀스멀’…단기간 추진은 쉽지 않을 듯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2. 11. 04
국내 최대 공영농산물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의 영업일을 현행 주6일에서 주5일로 줄이자는 얘기가 중도매인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당장 2개월 후인 내년부터 월 1회 시범 운영해보자는 요청을 공식화했는데, 열악한 근무환경이 신규 인력 수급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도매시장에서 영업일 축소는 경매일이 줄어든다는 뜻이어서 시장 종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물려있고 산지 농산물 유통에도 타격을 줄 수 있어 단기간 내 추진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예상이다.
한중연 인력 수급난 등 이유로 “내년부터 월 1회 시범시행” 제안
(사)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한중연) 서울지회는 1일 보도자료에서 “가락시장부터 월 1회의 주5일제를 시범으로 시행해 보자고 요청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 한중연 관계자는 “내년 1월부터 시범 운영해보자는 것”이라며, “다음주 중 주5일제 시행을 찬성하는 가락시장 중도매인들에게 연명을 받아 이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3일 설명했다.
한중연은 주6일간 하루 10시간이 넘는 야간근무 등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신규 인력 유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주5일제 시행 요청의 핵심 이유로 심각한 인력난을 언급했다.
또 주5일제(주40시간)를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에 맞지 않고,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주4일제 시행을 준비하고 있는 시대적 변화 흐름과도 어긋난다는 점, 주6일 근무로 인해 종사자 피로도 가중 등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아울러 “경매 종주국 일본에서도 몇 십 년 전부터 주5일제로 운영되고 있다. 도매시장의 미래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주5일제 시행이 불가피하다”면서, 주5일제 시행의 필요성을 거듭 피력했다.
한중연 서울지회 관계자는 “주5일제를 시범 시행해보면서 문제점이 발생하면 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관련 논의를 진행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 시장종사자 “취지는 공감하지만…”
경매일 축소로 매출·소득 줄까 우려
중도매인 내부서도 찬반 온도차 갈려
가락시장 종사자들은 주5일제 시행 취지에는 근무환경 개선 차원에서 원론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업일 축소가 경매일 축소로 이어지는 만큼 매출이나 임금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가락시장 매출의 대부분이 경매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구조상 영업일이 축소되면 중도매인은 물론 도매시장법인, 하역 등 종사자들의 매출 및 소득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 점 때문에 중도매인 내부에서도 주5일제 시행을 둘러싸고 반대 기류가 있고, 시행 시기(비·성수기) 또는 휴일 일자 등에 따라 찬성 그룹의 온도차도 미묘하게 나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락시장의 한 중도매인은 “원론적으로는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당장 내년 시범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가족 단위로 운영하고 있는 중도매인들은 하루 영업을 하지 않으면 그만큼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정해덕 서울경기항운노조 위원장은 “취지는 공감하지만 주5일제 시행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선결과제들이 많다. 영업일이 줄어들면 하역 임금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휴일 다음날 반입 물량 증가로 하역 업무 강도가 강해지기 때문에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도 “시장 종사자들의 합의나 공감대를 전제로 주5일제 도입 논의를 해보자는 차원에서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다만 공영농산물도매시장 설립 취지를 생각해 농산물 유통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보면, 주5일제 시행은 아직 시기상조이며 숙의를 통한 출하자 및 관련 종사자 간 컨센서스(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5일제 시행 근거로 든 일본 도매시장 사례는 정가수의매매 비중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경매 비중이 90% 이상 되는 가락시장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고도 했다.
# 산지 부담 증가 및 피해 우려도…이해관계자들 공론화 우선돼야
휴일 여파 ‘홍수출하’ 혼란 가중
‘물량·수취가 감소’ 추가 피해도
무엇보다 국내 최대 공영농산물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의 주5일제 시행은 산지 출하자에 미칠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단기간 내 추진은 쉽지 않을 예상이다.
도매시장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가락시장 청과부류 거래물량은 약 228만톤인데, 경매를 거치지 않는 상장예외를 제외하면 210만톤 정도 된다. 연간 거래일수를 306~309일로 잡을 경우 법인의 일평균 거래물량은 6800톤 정도. 한중연 요청대로 한 달에 1회 시범 시행할 경우 거래물량(산지 출하물량)은 약 8만톤(거래일수는 12일) 줄게 되고, 주5일제가 전면 확대되면 거래물량은 약 35만톤(거래일수는 52일) 축소된다.
여기에 주중 휴일을 무슨 요일로 정할 것인지, 성수기 시행 여부 등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주5일제 시범 시행을 주장하는 한중연 서울지회가 내부적으로 감안하고 있는 ‘추가’ 휴일은 일요일. 현행 서울시 조례 규정에 따라 가락시장에서 토요일 저녁~일요일 새벽 경매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인데, 하루를 더해 이틀 연속 휴일을 운영하자는 것이다. 한중연 관계자는 관련 논의 과정에서 조정 가능하다는 점을 전제로 두며 “주5일제는 일요일 경매를 쉬자는 것을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도 토요일 휴일 다음날 농산물 반입량이 몰리는 추세가 지속돼 경매가격 하락·하역업무 가중·물류동선 혼잡 등 여러 문제들을 낳고 있는데, 이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산지에선 출하 물량이 줄고, ‘홍수출하’에 따른 농가 수취가 감소 등 피해가 지금보다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또 신선도 및 생장 영향을 받는 농산물 품목의 경우 산지 저장·유통 추가 부담도 예상된다.
서용석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이틀 치 물량을 저장할 수 있는 산지의 역량이 충분치 않고 분산 출하를 해야 하는 산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휴일 다음날 홍수출하 가능성도 현재보다 더 커지기 때문에 경매가격 하락, 농가 수취가 감소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자칫 공영농산물도매시장 설립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용석 총장은 “인력난 문제는 가락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농촌 현장에서는 사람이 없어 농사를 포기하고 있는 상황인데, 중도매인의 인력난 문제를 산지 농산물 유통 전반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풀어가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산지 피해와 사회적 제반비용 등을 파악한 뒤 공론화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가락시장 운영·관리 당국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서경남 유통혁신팀장은 “앞선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 중도매인 대표들이 주5일제 논의를 해보자는 얘기가 있었고 당시 원론적인 수준에서 얘기를 나눴다”라며 “아직 공론화 단계는 아니고, 공론화 논의에 앞서 출하자와 구매자(중도매인), 유통인에게 미칠 영향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현재 진행 중이다. 앞으로 균형적으로 검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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