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먹거리 지원 3종 사업’의 희비가 엇갈렸다. 농식품바우처 사업을 제외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과 초등 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이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으면서다. 국회 예산 심의단계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농식품바우처 사업은 올해와 같은 89억원이 편성됐다. 반면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과 초등 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은 단 한푼의 예산도 배정되지 않았다. 올해는 각각 158억원·72억원 편성됐다.
이는 정부의 농식품바우처 확대 계획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 국정과제엔 각종 농식품 관련 바우처 사업을 2025년까지 ‘먹거리 지원사업’으로 통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재정당국은 세 사업이 결국 농식품바우처로 통합될 예정인 만큼, 나머지 두 사업에 예산을 별도 편성할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농식품바우처 확대가 어디까지나 계획이라는 점이다. 최근 열린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정부는 농식품바우처를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으로 선정했다. 2023년 예타를 거쳐 농식품바우처를 2025년엔 본사업화한다는 것인데, 이는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면 농식품바우처 확대가 물 건너간다는 의미기도 하다. 결국 아직 확정되지 않은 농식품바우처 확대 때문에 나머지 두 사업은 당장 내년부터 멈춰 서야 하는 셈이다.
더욱이 지원 대상과 품목이 제각각인 세 사업을 어떻게 통합할지도 아직은 정해진 바가 없다. 현재 ‘저소득층’ ‘초등 돌봄교실’ ‘임산부’로 구분된 지원 대상과 ‘과일’ ‘친환경농산물’ 등의 지원 품목을 농식품바우처가 빠짐없이 아우를지도 미지수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두 사업) 내용이 바뀐다는 점을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일종의 유예기간이 필요한데 현재 정부안으로는 2023년 사업이 중단됐다가 2025년 농식품바우처로 통합·시행돼 공백기를 갖게 된다”고 우려했다.
정부 신뢰도 문제도 제기된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 비준 추진 과정에서 이들 사업 확대를 국내 농업 지원대책으로 내세운 정부가 제대로 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도 없이 사업을 통폐합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다.
서용석 한국후계농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아동의 불균형 식습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임산부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차원에서라도 두 사업의 지속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식품바우처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예타를 통과할 경우 농식품바우처에 2025∼2028년 4년간 4조9878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처럼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를 지원한다는 전제에서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생활보장제도 중 생계급여를 제외하면 ‘중위소득 50% 이하’ 기준은 가장 낮은 수준”이라면서 “중위소득 80% 이하 등으로 끌어올리고 특히 1인가구나 조손가구 등 취약가구에 대해선 기준을 더 많이 올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50%인 국고보조비율도 70∼80%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여수갑)은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과 초등 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 등 효과가 높은 사업이 종료될 위기”라면서 “증액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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