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배추 재배면적에 대한 조사결과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와 전남도 등 조사기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면서 산지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조사결과를 기반으로 출하시기와 물량 등을 조절하거나 공급 과잉 또는 부족 등 상황을 판단해 수급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두 기관이 내놓은 결과치에 차이가 너무 커 어느 쪽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난감해졌기 때문이다.
농업관측센터는 1일 엽근채소 관측정보를 통해 올 겨울배추 재배(의향)면적이 3684㏊로 평년에 견줘 9.9% 적고 지난해와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시·군과 농협 등 산지 관계자들은 올 겨울배추 수급동향을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보고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전남도의 행정조사 결과가 알려지자 산지 관계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전남도 조사결과가 농업관측정보와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전남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역 내 겨울배추 재배면적은 3025㏊로 관측센터보다 659㏊가 적었다. 이는 겨울배추 전체 재배면적의 20% 가까운 수치다. 지난해 대비 증감률도 차이가 커서 관측센터는 올 겨울배추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0.2% 감소했다고 발표한 반면 전남도 조사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두 기관의 조사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자 산지에서는 혼선을 빚고 있다. 겨울배추는 95% 이상이 전남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관측센터에서 내놓는 겨울배추 전체 재배면적과 전남도가 조사한 재배면적이 거의 비슷해야 하는데 두 기관이 내놓은 조사 결과치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도 행정조사와 관측 결과에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격차가 크게 벌어진 적은 없었다.
이에 대해 산지 관계자들은 관측센터보다 전남도의 조사결과를 신뢰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남도는 각 시·군 읍·면 단위 행정조직을 통해 전수조사를 하는 반면 관측센터는 표본농가에 대한 전화조사와 부분적인 현장실사를 기반으로 결과를 도출하기 때문이다.
민태홍 배추생산자협의회 전남지역본부장은 “도가 시·군에 조사를 지시하면 각 시·군은 다시 읍·면에 전달하고, 최종적으로 각 마을 이장들이 개별적으로 면적을 조사하는 방식”이라면서 “전남도 조사결과가 정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남의 한 배추농가도 “관측센터 조사 전화에 여러번 응했는데 나조차도 정확하게 질문에 대답했다고 말하기 힘들다”면서 “그러니 전화조사로 만든 자료가 얼마나 정확하겠느냐”고 말했다.
관측센터도 현행 전화통화 중심 조사방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정확도 제고를 위해 2020년부터 양파와 마늘에 대해서는 조사원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면적을 확인하는 실측조사를 하고 있다.
문제는 당장 겨울배추 수급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주산지 지자체와 농협들의 혼란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는 가을배추 생산이 크게 늘어 겨울배추 가격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재배면적 등 생산동향을 정확히 파악, 대응해나가야 하는데 조사결과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수급관리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산지유통 관계자는 “농가와 농협 단위 출하, 유통 관리부터 정부 수급정책까지 겨울배추 사업 방향과 계획 수립을 위해서는 생산지표가 매우 중요한데, 기관별로 조사결과가 달라 신뢰성이 흔들리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시장에 혼란이 없도록 관측정보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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