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를 맞은 우리 농촌이 어김없이 일손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높은 임금을 준다고 해도 일할 사람을 좀처럼 찾기 힘든 실정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조금씩 수그러들면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늘고 있지만 일손부족 사태는 좀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미 인력난이 고질병이 된 탓이다.
이로 인해 일부 농민들의 경우 비교적 일손이 덜 필요한 작목으로 전환하거나 이마저도 힘들면 아예 농사를 접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특히 고령층은 인력난을 감당하지 못하고 일찌감치 은퇴를 해버린다고 하니 일손부족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이 가능하다. 일손부족으로 특히 어려움을 겪는 것은 밭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다. 논농사의 경우 2020년 기준 기계화율이 이미 98.6%에 달해 완전 기계화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밭농업 기계화율은 겨우 60%를 웃도는 초라한 수준이다. 재배작물과 방식이 다양하고 농작업 과정도 복잡한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기계화율의 진척 속도를 따져보면 매우 실망스럽다. 밭농업 기계화율은 2016년 58.3%, 2018년 60.2% 2020년 61.9%로 게걸음 수준이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수립한 ‘제8차 농업기계화 기본계획(2017∼2021년)’의 밭농업 기계화율 정책목표치인 75%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 것이다. 무엇보다 밭농업 기계화 영역 가운데 파종·정식은 12.2%, 수확 단계는 31.6% 수준에 그친다. 배추와 고추는 파종·정식과 수확 단계의 기계화율이 0%로 사람이 직접 심고 수확해야 하는 형편이다.
농촌에 일할 사람이 태부족한 상황에서 밭작물 기계화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는 농업 경쟁력 제고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한쪽에서는 밭작물 기계화율이 너무 낮아 쌀 생산과잉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밭농사는 논농사에 비해 기계화율이 크게 떨어지는 데다 농작업까지 힘드니 쌀농가의 작목 전환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일손부족 문제는 앞으로도 농가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일손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인력 지원방안과 함께 밭작물 기계화율 제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농민들이 일손부족 걱정 없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밭농업 기계화 관련 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늘리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