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고흥군 금산면 한 양파밭에서 모종 심기가 한창이다. 인력난은 지속되고 인건비마저 크게 올라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양파·마늘 등 노지채소 산지 생산기반 ‘흔들’
농촌 인건비 3년새 두배 ‘껑충’
인력난에 재배면적 감소 지속
유통시설도 자동·기계화 나서
농민신문 이상희 기자 2022. 10. 17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일상이 회복되고 있지만 농촌 인력난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치솟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작목을 전환하거나 영농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라 노지채소 주산지의 생산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최근 농번기를 맞은 전남지역 농가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벼·고구마 수확작업부터 양파·마늘 심기까지 농작업이 집중되면서 일손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전남 고흥군 금산면 농가 김연섭씨(62)는 “양파 정식이 한창인데 외국인 근로자는 물론 고령 인력조차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면서 “일손이 귀하다보니 인부 일당이 지난해 13만원에서 올해는 14만∼15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작업 종류와 강도에 따라 일당이 16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어 코로나19 이전 8만원 수준과 비교하면 3년새 두배 가까이 올랐다는 게 산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양파·마늘 등 계절근로자가 많이 필요한 밭작물의 경우 비교적 인력수요가 덜한 작목으로 전환하거나 아예 농사를 그만두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박세환 해남군 산이면 원항리 이장은 “올가을 양파 대신 배추로 작목을 전환한 농가들이 적지 않다”면서 “배추는 농가가 물관리만 하면 계약재배한 상인들이 다 알아서 해주는데, 양파는 일손이 필요한 작업이 더 많아 인건비 부담이 큰 데다 인부 구하기도 쉽지 않아 배추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70대 이상 고령농 중에서는 견디다 못해 농사를 그만두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박 이장은 “5∼10년 더 농사지을 수 있는데도 인력난에 치여 일찌감치 은퇴해버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준학 고흥 거금도농협 과장은 “올해산 저장양파 물량 감소로 내년 봄 조생양파 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어 산지유통인과 농가의 계약재배면적이 증가했다”면서도 “우리 지역의 내년산 조생양파 재배면적은 작년에 비해 10%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늘도 같은 이유로 재배면적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2023년 마늘 재배면적은 2만4213㏊로 평년에 비해 6.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2만8400㏊를 기록한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비단 농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동선별장·산지유통센터(APC) 등 산지유통시설들도 인건비와 인력난을 감당하지 못해 자동화·기계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지만 목포신안군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본부장은 “마늘·양파 출하와 가공을 위해 하루 수십명의 인력이 필요한데 인건비 부담은 차치하고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 결국 수억원을 투자해 설비 자동화·기계화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인력난이 완화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점이다. 산지관계자들은 “외국인 입국이 자유로워진다고 해도 인건비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인력문제가 농가의 품목 선택과 재배면적 등을 좌우하는 주요인이 될 경우 수급안정사업 등 정책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양수원 고흥 녹동농협 조합장은 “현재 우리 농업의 가장 큰 문제는 인력”이라며 “밭작물 기계화 확산 등 실효성 있는 인력난 해소 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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