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시장이 최근 3년간 중도매인 모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매인은 경매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시장 관계자들은 관리자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중도매인을 모집하지 않아 시장 경쟁력이 약화했다며 우려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사는 2020년부터 강서시장 중도매인을 모집하지 않았다. 실제 모집 공고를 확인해보면 2007년부터 2019년까지 꾸준히 중도매인을 모집해왔지만 2020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중도매인 모집 공고가 올라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강서시장 중도매인수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295명이었던 강서시장 중도매인수는 2020년 286명으로 줄었고 올 10월 기준 270명까지 감소했다.
서울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 시행규칙에 따르면 강서시장의 중도매인 상한수는 600명이지만 현재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원으로 영업하는 셈이다.
문제는 적정 중도매인수가 유지되지 못하면서 강서시장 경매제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도매시장에서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은 각각 농산물 수집과 분산을 담당하는 유통주체다. 중도매인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 결국 시장 수요가 감소하고, 이는 경락값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강서시장 경매제 거래물량(상장예외 포함)은 2019년 26만7952t에서 2020년 25만6078t, 2021년 24만5859t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권승구 동국대학교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는 “중도매인이 부족하면 도매시장법인이 농산물을 수집해도 팔 데가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공급과 수요가 줄어 경매제 시장이 위축되고 이는 출하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서시장 도매시장법인들은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강서시장의 시장도매인은 상한수(60개 법인)를 채워 운영하고, 가락시장 중도매인은 상한을 초과해 운영 중인데 강서시장에서만 터무니없이 적은 수로 운영해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가락시장의 경우 조례 시행규칙이 정한 청과부류 중도매인 상한수는 1187명이고, 현재 1015명이 영업 중이다. 거기다 점포가 없는 특수품목 중도매인 272명을 포함하면 모두 1287명이 영업을 하는 셈이다.
강서시장의 한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가락시장도 최근 몇년간 중도매인을 새로 모집하지 않았지만 애초에 영업 중인 중도매인수가 상한수보다 많아 시장 경쟁력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강서시장 중도매인수는 몇년째 상한수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는데, 시장도매인제 활성화를 위해 경매제를 고의로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표했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강서시장 내에서 자체적으로 중도매인 구조조정이 발생해 합병 등을 통해 중도매인 규모화가 이뤄진 상황이 아니라면 분산 능력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며 “경매제가 위축되지 않도록 적정 중도매인수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사는 빈 중도매인 점포를 가공시설 등으로 임대할 계획이었다며 의도적으로 중도매인을 새로 모집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공사 관계자는 “새로 모집한 중도매인들이 폐업해서 나가는 경우가 많았고 이에 따라 빈 점포를 소포장시설이나 저온창고 등으로 중도매인에게 임대할 계획이었다”며 “다만 최근 들어 영업 활성화가 우선이라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 늦어도 올해 안엔 중도매인 모집 공고를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