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함평에 있는 한 양파 저장창고에서 김영권 서울 가락시장 한국청과 경매부장(왼쪽)과 고재영 금성영농조합법인 상무가 저장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수입 증가 영향으로 국산 시세는 추가 상승이 어렵다는 전망이다.
엽근·양념채소 4분기 전망
내리막 시작된 엽근채소
내달부터 출하물량 크게 늘어
평년 시세보다 낮게 형성될 듯
양배추 재배 늘리려는 움직임
재배 줄어드는 양파 의향면적 평년보다 13.5%↓
인건비 부담에 “차라리 마늘”
수입 늘리는 정부기조도 한몫
농민신문 김다정·이민우 기자 2022. 10. 12
10월 이후 농산물 가격 변동 전망에 산지가 술렁이고 있다. 올 2·3분기 폭염과 병해충 등으로 생산량이 급감해 가격 강세를 보였던 무·배추는 11월엔 평년보다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2분기 가격 폭락으로 산지폐기까지 했던 양파는 현재 가격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2023년산 재배의향면적이 줄어들면서 생산량 감소가 점쳐진다.
◆11월 이후 엽근채소 가격 대부분 평년 대비 하락…산지 우려 현실화되나=지속적으로 강세를 띠며 ‘밥상물가 상승의 주범’이란 오명을 썼던 엽근채소류 가격이 11월부터 평년보다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와 산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을철 무·배추 생산량이 늘어 11월부턴 평년보다도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으로 강세를 유지하던 배추는 10월에 출하되는 준고랭지 2기작 물량이 이미 9월 하순부터 늘며 가격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 가락시장 배추 도매가격은 9월 중순 포기당 9000원 수준에서 10월 상순에는 550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관계 전문가들은 생육 지연으로 아직까지는 다소 높은 가격이 유지되고 있지만 출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가격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 11월부터 호남지역 배추 출하가 이어지면 가격은 급격하게 하락할 전망이다. 농경연 측은 “10월 출하 지연된 물량과 함께 호남지역 가을배추 출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김장철인 11월부터는 출하량이 증가하며 배추 가격은 평년보다 더 떨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특히 올해 겨울배추 대신 가을배추 재배면적이 늘어나 일찍 정식에 나선 전남 해남지역 중심으로 출하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무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가을무 재배면적이 전년과 평년 대비 증가했고, 11월 본격 출하가 시작되면 도매가격은 전년·평년보다 더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평년(8㎏ 상품 기준 7631원)보다 다소 높은 8500원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던 양배추도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주산지인 남부지역에서 노동력이 많이 드는 양념채소 대신 양배추 재배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현재 정식기를 맞은 조생종 양파 산지에서 양파 대신 양배추를 심으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처럼 엽근채소류 가격이 평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점쳐지자 재배면적을 늘렸던 산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가을배추 정식이 늘어난 전남은 출하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가을배추 가격 하락이 겨울배추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걱정도 나온다.
박치영 농협경제지주 전남지역본부 경제지원단장은 “농가에선 가격 강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기대 때문에 겨울배추 계약재배에 소극적인 상황”이라며 “이대로라면 김장철 이후 배추 가격 하락이 명백해 겨울배추 가격에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파값 강세에도 내년 재배의향면적 이례적 감소…올초 가격 약세 영향=양파 역시 4분기 이후 가격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경연에 따르면 2023년산 양파 재배의향면적은 1만6885㏊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3.6%, 평년보다 13.5% 감소한 수치다. 조생종은 2880㏊로 지난해와 평년 대비 각각 3.2%, 1.5% 줄었다. 중만생종은 1만4005㏊로 지난해와 평년 대비 각각 3.7%, 15.6%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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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값이 강세를 띠는 상황에서 내년도 재배의향면적이 줄어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7일 가락시장에서 양파는 상품 1㎏당 평균 1538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평균 경락값(911원)보다는 68.8%, 평년 10월 평균 경락값(950원)보다는 61.8% 높은 값이다.
전문가들은 올초부터 6월 전까지 이어진 양파 가격 약세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노호영 농경연 양념채소관측팀장은 “통상 4∼5월에 양파는 이미 농가 손을 떠난 상태기 때문에 6월부터 양파값이 오른 것이 농가들의 재배의향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전남·경남 등에선 마늘·양파 모두 농사가 가능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마늘로 작목을 바꾼 농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산지에선 고령화와 일손부족으로 양파농사를 포기한 농가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영재 경남 함양군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양파 같은 노지작물은 대부분 작업을 사람이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 부담이 매우 크다”며 “인건비가 지난해보다 40∼50% 오른 데다 농가 대부분이 고령농이라 급격한 이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재배의향면적은 감소했지만 국산 양파값은 외국산 영향으로 추가 상승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8월부터 민생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연말까지 9만2000t 규모의 외국산 양파를 할당관세를 적용해 수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 정책으로 신선양파 수입량은 8월 2184t에서 9월 8040t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9월과 평년 9월 수입량보다 각각 592%, 305% 늘어난 수치다.
류현덕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사는 “수입 양파는 15㎏ 한망당 평균 가격이 1만3500∼1만4000원으로 국산보다 50∼60% 저렴하다”며 “수입물량이 생각보다 많은 데다 경기부진으로 소비가 둔화돼 국산 가격이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국산 양파값은 앞으로도 보합세를 띨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김영권 한국청과 경매부장은 “연말까지 할당관세 수입물량이 꾸준히 반입될 것으로 보여 국산 양파값의 추가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10월 하순부터 산지에서 양파를 파종하기 때문에 인력부족 현상으로 저장양파 출하량이 줄어들 경우 소폭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정부의 수입 중심 수급정책으로 산지유통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내년도 밭떼기거래 등 양파 유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일국 금성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수입 양파로 인해 국산 값이 상승하지 못하면서 유통인들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상당수 유통인들의 수매가가 1㎏당 1000원대를 웃도는 상황에서 재작업비·운송비 등을 고려하면 현 시세로 팔 경우 손해가 커 폐업하는 업체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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