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장 등 무질서하게 혼재
체계적 재생지원도 없어 ‘엉망’
축사·태양광시설 재배치 시급
정치권, 제정안 8월 국회 제출
지자체가 중장기 계획 세우고
지역 특성 맞게 특화지구 설정
정부는 시·군에 재정 집중지원
농민신문 오은정 기자 2022. 9. 30
‘사람이 없어 황량하고 적막한 농촌’ ‘공장과 축사, 태양광시설이 무질서하게 들어선 농촌’.
우리 농촌이 가진 양면적인 모습이다. 농촌은 사람이 빠져나가면서 방치된 빈집으로 골머리를 앓는가 하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공장·태양광시설로 몸살을 앓는다. 농촌이 저개발과 난개발 문제를 동시에 떠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농촌은 지금껏 한번도 도시처럼 지역주민들이 살기 좋게 체계적인 계획에 따라 공간을 효율적으로 꾸며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국토의 90%를 차지하는 농촌을 더이상 방치할 수만은 없다는 공감대가 생기면서 등장한 게 ‘농촌공간계획’이다. 농촌도 이제는 도시처럼 공간의 특성을 반영한 장기적인 공간계획을 세워보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주택과 공장, 축사와 태양광시설이 혼재하도록 두지 말고 축사는 축사끼리, 태양광시설은 관련 시설끼리 모일 수 있도록 기능이 유사한 시설을 묶어서 재배치하는 것이 핵심이다.
관련법도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이 올 8월 대표발의한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바로 농촌공간계획을 제도화하기 위한 법안이다.
이에 따르면 농촌공간계획은 각 시·군이 지역에 맞는 공간계획을 수립하면 중앙정부가 예산 지원 등을 통해 이를 돕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기본 방향만 제시하고 시·군은 지역 특성에 맞게 농촌공간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기본계획(10년)·시행계획(5년)을 세운다.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수립하는 도시계획과는 차이가 있다.
이상만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은 “농촌은 지역별로 특성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도시처럼 중앙 단위에서 계획을 만들 수 없다”며 “농촌공간계획은 도시계획과 달리 시·군이 주도해 상향식으로 만들고, 중앙정부는 시·군이 만든 계획이 실현될 수 있도록 재정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세우는 10년 단위 중장기 기본계획에는 농촌공간을 어떻게 새로 짤 것인지에 대한 방향이 담겨야 한다. 특히 지역 특성에 맞게 ‘농촌특화지구’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농촌특화지구는 농촌에 설치된 시설을 기능별로 한 공간에 묶어 주민 거주지역을 보호하고 산업 집적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개념이다. 농촌특화지구의 종류에는 농촌마을보호지구·산업지구·축산지구·농촌융복합산업지구·재생에너지지구 등이 있다. 이재식 농식품부 농촌정책과장은 “축사나 공장 등 여러 시설들의 이전·재배치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과 인센티브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자체는 기본계획을 세울 때 사전에 반드시 공청회를 열어 지역주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농촌협약도 이 법안에 담겼다. 농촌협약은 지역 주도로 농촌생활권에 대한 발전방향을 수립하면 농식품부와 시·군이 협약을 체결하고 공동으로 투자해 공통의 농촌정책 목표를 달성하도록 설계된 제도다. 농식품부는 지난해부터 농촌협약 제도를 도입해 2021년 12곳, 2022년 20곳을 농촌협약 대상 시·군으로 선정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농식품부는 이제 기본계획·시행계획을 수립한 지자체를 대상으로 농촌협약을 맺고 예산을 지원하게 된다.
이 국장은 “농촌협약은 법제화되기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지만 확실한 법적 근거를 두고 예산을 더 집중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법안 내용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연내 법률안 제정을 목표로 10월 법안 공청회를 개최하고, 10∼11월에는 지자체 대상 설명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