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면적 감소·이상기후·연작장해 등 고랭지배추 산지에 악재가 겹치면서 귀한 몸이 된 ‘배추’가 올해 김장철에는 오히려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장철에 쓰이는 가을배추 재배 의향이 늘어난 데다 경기 위축과 김장 부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김장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예상에서다.
정부는 배춧값이 최근 강세를 보이자 수급 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추석 이후 배추 가격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최근 수급 불안에 대비해 배추 1500톤을 추가로 비축하고, 비축물량과 농협 계약물량 등 총 3000톤을 10월 초까지 시장에 즉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10월 상순까지 수입하기로 한 수출김치용 배추 600톤을 9월 중 조기 공급하고, 김장철에 대비해 배추·무·고추·마늘 등 김장채소 수급안정 대책을 10월 말경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점검회의’에서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채소류 등 농산물은 10월 가을철 배추·무 본격 출하 등으로 공급 여건이 개선되는 시점까지 수급 관리에 전방위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랭지배추의 작황 부진으로 배춧값이 최근 강세를 띠고 있지만, 준고랭지2기작 배추 출하가 본격화하는 10월부터는 가격이 점차 안정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준고랭지2기작 재배면적은 968ha로 평년(877ha)보다 10.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김장철 배춧값이다. 가을배추 재배면적이 늘어나면서 공급 과잉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농업관측센터가 지난 16일 발표한 9월 엽근채소 관측자료에 따르면 가을배추 재배(의향)면적은 1만3625ha로 전년 및 평년 대비 각각 2.1%,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재배(의향)면적 조사치는 전월 조사치 보다 2.3%p 늘어난 수치다. 최근 배춧값이 강세를 이어가자 가을배추를 재배하겠다는 의향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주산지 외에도 개인 소비를 위해 배추를 심는 면적도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락시장 대아청과 김명배 기획팀장은 “지난해 늦더위로 배추 작황이 안 좋아 김장철 배춧값이 평소보다 높았다. 최근 배춧값 상승과 맞물려 개인적으로 배추를 심는 물량이 상당할 것으로 본다”며 “또 김치 업체 등 대량 구매처에서 계약재배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산지에서는 작황 부진에 대비해 계약 물량보다 좀 더 여유 있게 정식을 하는 점을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김장철 배추 공급량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전반적인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다 소금, 고춧가루, 마늘 등 김장을 담그는데 쓰이는 부재료 가격이 올라 예년보다 김장 수요가 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공급 과잉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봉희 엽근채소관측팀장은 “준고랭지2기작 작황은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 면적 자체가 늘어난 부분이 있어 10월 들어 본격적으로 출하가 시작되면 가격은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본다”며 “김장철 공급 과잉 얘기가 나오는 부분도 가을배추 재배면적이 늘어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 부분도 여전히 작황이라는 변수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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