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재시간 늘어 출하자 부담 증가
값하락 땐 유통비용 감당 어려워
농민신문 2022. 9. 7
서울 가락시장의 배추 팰릿 하차거래 시범사업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주도로 8월말부터 시행되고 있다. 배추 팰릿 하차거래는 화물차 바닥에 팰릿을 깔고 그 위에 배추망을 실어 도매시장 도착 후 팰릿 단위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차 바닥부터 배추망을 쌓아 차량 단위로 경매하는 기존 차상거래 방식과 비교하면 사람의 손이 아닌 지게차를 이용한 하역작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운송차량의 대기시간과 하역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 이점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시장의 물류체계 개선과 거래 선진화를 위해 연차별 채소 하차거래를 시행해왔다. 2017년 무·양파·총각무에 이어 2018년 쪽파·양배추·대파를 하차거래로 전환했다. 그러나 배추는 시장 유통주체들의 반발이 심해 지금껏 이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 중도매인들은 ‘재’가 사라질 것을 우려해 배추 하차거래 도입을 반대해왔다. 재는 차량단위 경매 때 물량의 20%에 대해 등급과 관계없이 이등품 가격을 적용하는 것이다. 중도매인들은 속박이(섞어 팔기) 등 상품성이 훼손된 배추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이를 거래 관행으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걱정과 달리 일단 시범사업에 참여한 중도매인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하역비 부담이 해소되면서 이에 따른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단위가 차량에서 팰릿으로 바뀌어 다양한 품위의 배추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산지 출하자들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당장 배추 상차비용 증가가 걱정이라고 한다. 최근 시범사업 결과 화물차 바닥에 팰릿을 깔고 배추망을 쌓을 경우 기존 방식보다 적재작업에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적재량도 20∼30%가 줄었다. 향후 배추망을 골판지상자로 대체하게 되면 상자 구입에 따른 추가비용 부담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이에 산지에서는 배추 하차거래를 도입할 경우 인건비·유통비가 지금보다 크게 증가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배추값이 약세를 보일 경우에 대비해 적정 가격을 보장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새 제도 시행에 앞서 이같은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출하자 부담이 커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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