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는 원·달러 환율…농업계 피해 확산
농수축산신문 안희경·이문예·박세준 기자 2022. 8. 30
지난달 29일 원·달러 환율이 1350.4원을 기록하면서 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1357.5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1350원을 돌파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원·달러 환율에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사료업계를 비롯한 작물보호제와 기자재 업계 등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환율 1% 상승 시 배합사료 원가 인상 요인이 0.65%로 수입원료 비중이 약 80%에 이르는 사료업계로서는 원가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곡물 가격하락으로 사료비 부담이 조금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축산업계에도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다.
이미 민간 배합사료 10개 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율이 지난해 3.1%에서 올해 2.1%로 1.0% 포인트 하락한 상황이어서 이같은 원·달러 환율 상승이 배합사료업계의 경영 악화에 기름을 부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료업계는 이에 따라 정부 측에 사료산업지원자금 금리를 현 2.5%에서 1.8%로 인하할 것과 사료원료구매자금 지원을 647억 원에서 1300억 원으로 증액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또한 부가가치세 의제 매입세액 공제율을 상향하고 사료기업 수입 신용장 유산스 한도 지원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획재정부는 사료기업 40개의 유산스(기한부 환어음) 한도를 농협중앙회를 통해 총 2억 달러를 지원한 바 있다”며 “지금은 그 때 보다 해상운임이 더 오르고 배합사료업계의 경영악화가 더욱 심각한 상태로 빠르고 실효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원제 수급과 가격 인상에 어려움을 겪었던 작물보호제 업계도 환율 상승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작물보호제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원제와 부자재 가격 상승, 수급 문제가 산업의 발목을 잡았다면 지금은 여기에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 부담, 물류비 상승 문제가 추가돼 업계 파급 양상이 다르다”며 “전년도 사업계획 수립 시기 대비 물류비도 20~30% 오른 것으로 파악되고 연초 계약 물량에 대해서도 환율 상승 여파를 그대로 회사가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 내년도 작물보호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작물보호제 업계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원제사들의 공급 단가 인상 압박도 점점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벌써 연말에 있을 농협 계통구매가 협상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매가 인상에 소극적인 농협이 치솟은 원제와 부자재 가격,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 등 인상 요인을 얼마나 가격에 반영할지에 따라 시판업체 납품가 등 전반적인 작물보호제 거래가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농협의 한 관계자는 “업계의 어려움도 크지만 농업인들의 농자재값 인상에 따른 경영비 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업체들의 대금 결제가 이뤄져 현재의 가격 인상 압박 요인들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면 품목별 인상폭 등을 고려해 협상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고환율 추세는 공급망 불안 등으로 인한 기존의 원자재 가격 상승 추세와 맞물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팜 관련 산업계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한 기자재 관련 업계 대표는 “중국·일본에서 반드시 수입해야 할 원자재는 달러로 결제하는데 우리가 생산한 완제품은 원화로 결제받는다”며 “달러를 주고 원화로 받으니 환차손이 발생해 손실이 크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다행히 본사는 공정 내재화를 통해 외국에서 수입하는 원자재가 전체 비용의 30%가 안 돼 아직 타격을 크게 받진 않았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는 타격이 상당히 클 것”이라 덧붙였다.
솔루션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스마트팜 기업도 원자재 가격상승과 고환율로 인한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솔루션을 만들기 위한 하드웨어를 구성하는 반도체, 전기자재 등의 가격이 모두 오르면서 반도체 가격도 30% 이상 올랐지만 대응방법이 없는 솔루션 업계로서는 높아진 원가를 안고 갈 수 밖에 없어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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