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이탈로 ‘영농 차질’ 심각
농가 “정부차원 대안 마련을”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2. 8. 29
“지난해엔 계절근로자 절반이 도망쳤어요. 올해는 상황이 좀 낫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수확기를 앞두고 계절근로자가 무단으로 이탈할까 농가가 전전긍긍하는 상황이 되풀이된다. 계절근로자는 농가가 외국인을 3개월(C-4 비자) 또는 5개월(E-8 비자) 고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015년 도입 이후 2020·2021년은 코로나19로 주춤했고 올해는 도입 규모가 전례 없이 늘어 8월초 기준 6070명이 입국했다.
계절근로자 이탈률은 2%대에서 관리되다 지난해 상황이 악화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어렵사리 들여온 우즈베키스탄 계절근로자 538명 가운데 316명이 무단이탈하면서다.
올해는 7월말 기준 290여명이 이탈했다. 들어온 인원에 견주면 많지 않지만 인력난이 가중된 농촌에선 몇명만 사라져도 영농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져 정부 차원의 대안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농가들은 계절근로자가 이탈해도 손쓸 도리가 없다며 하소연한다. 강원 양구는 지난해 계절근로자가 60% 이탈했고 올해도 10%가 사라졌다.
김연호 양구 외국인근로자 고용주협의회장은 “올해는 우리 농장에서 아직 이탈이 없지만 지난해 2명이 도망간 경험이 있어 노심초사하고 있다”면서 “계절근로자가 본국에 보증금을 예치하도록 한 제도도 전혀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선 대안으로 계절근로자 체류기간 확대를 꼽는다. 계절근로자는 경비와 비자 취득 비용 등을 감안해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최근 강원도는 계절근로자 체류기간을 최장 5개월에서 8개월로 연장하는 방안과 성실근로자는 출국 후 재입국 절차 없이 체류기간을 늘려주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새 비자 신설보다는 5개월짜리 비자를 연장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면서 “사업장이나 지역 변경을 간소화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절근로자 도입 과정에 정부가 일정 부분 관여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는 우리 지방자치단체가 외국 지자체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선발부터 교육·입국까지 전 과정을 도맡는다. 이런 과정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원하는 외국인 근로자(E-9 비자) 제도와 대조적이다. 올해 들어온 네팔 근로자 253명 가운데 72명이 무단이탈한 전북 고창 관계자는 “현재 계절근로자를 관리하는 직원이 1명뿐인 데다 무단으로 이탈하면 지자체에 단속 권한도 없어 본국 가족에게 연락하고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