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장을 맞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과일경매장에 선물용·제수용 배가 가득 쌓여 있다. 올해는 예년보다 이른 추석 탓에 선물세트 예약이 사과·배보다 축산물·가공식품에 쏠렸다는 게 농협경제지주의 설명이다. 김병진 기자
언론들 자극적 보도 쏟아내
날씨·재배면적 등 고려 없이
시세 단순비교후 ‘급등’ 표현
청탁금지법 개정효과 ‘난망’
농민신문 김소영 기자 2022. 8. 29
“평년보다 80% 오른 시金(금)치 … 추석 앞두고 신선채소 가격↑” “배추 장사 20년 이런 물가 처음 봐요 … 상인도 손님도 우울한 추석” “배추 1만6740원, 무 2만3440원 … 추석 코앞, 채소값도 미쳤다”.
추석을 2주일 앞둔 25∼26일 일부 언론이 쏟아낸 기사 제목이다. 명절이 다가왔지만 채소 등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 소비자 주름살이 깊어진다는 내용이다.
농산물 가격 급등 소식을 전하는 언론엔 일정한 패턴이 있다. 내용적으론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나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등의 가격정보를 인용해 1년 전 시세와 단순 비교 후 무 89%, 배추 78%, 청상추 82%, 감자 21% 식의 증가율 수치를 전면에 내세운다. 때마침 차례상 비용이라도 발표되면 제목은 더 자극적이 된다. 날씨·재배면적·생산비 변화 등 밑바닥 맥락은 건너뛴다.
형식적으론 통신사 등이 농산물 가격 고공행진을 거론하면 중앙 일간지·방송사가 잇따라 받고 이후 지방지로 유사 소식이 전파된다. 농산물 고물가 여론이 확대 재생산되는 사이 소비자 뇌리엔 ‘농산물시장이 미쳐 돌아가고 있구나’ 또는 ‘물가가 무서워 아예 장을 보지 말아야겠다’는 사고가 남는다.
26일 전후 추석선물세트 본판매(매장 특판)에 들어간 유통업계가 올 추석 대목 매기가 여느 해보다 안갯속이라는 전망을 내리는 이유다. 특히 일부 언론이 농산물이 너무 비싸다는 시각을 고수하면서 대목이 날아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적지 않다.
선물세트 예약판매 또한 심상치 않다. 농협경제지주가 7월21일∼8월25일 전국 2200여곳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예약 주문을 받은 결과 한우고기·가공식품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고기 선물세트는 지난해와 견줘 23%, 유지류는 42% 올랐다.
반면 과일은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샤인머스캣> 포도, 멜론, 애플망고 등이 들어간 고가 혼합과일 선물세트는 30% 상승했지만 배 단일세트는 35%, 사과는 2% 하락했다. 송승현 농협경제지주 소매유통부 매스마케팅팀장은 “추석이 일러 사과·배 맛이 제대로 들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축산물·가공식품으로 사전 주문이 상대적으로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고물가 여론 속에 청탁금지법(김영란법) 개정효과도 날아갈 판이다. 농업계는 수년간의 노력 끝에 법 개정에 성공, 올 설부터 명절 전후 30일간 농축산물에 한해 공직자 등에 20만원까지 선물할 수 있도록 했다. 올 추석엔 8월17일∼9월15일 적용된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 등 관련 부처는 물가 부담을 의식한 탓인지 이를 알리는 데 소극적이다.
산지에선 기상여건이 개선되고 사과·배 출하물량이 풍부한 만큼 명절 소비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대영 농협경제지주 농산물도매분사 농산구매단 차장은 “26일 기준 <홍로> 사과와 <신고> 배 산지 거래가격이 지난해보다 10% 정도 올랐지만 출하량이 빠르게 늘면서 가격이 안정될 것인 만큼 8월말∼9월초 소비촉진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룡 농협유통 전무는 “기온이 떨어지고 비가 그치면서 날씨가 채소값에 영향을 주는 일도 잦아드는 데다 내년 1월1일부터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가 본격 시행되면서 추석을 계기로 농산물 선물수요를 창출해 지역경제가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5일 충북 충주지역 <홍로> 사과 수확·출하 현장을 찾아 “정부는 추석기간 450억원을 들여 소비자들이 마트·전통시장·로컬푸드직매장 등에서 최대 30∼4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질 좋은 농산물을 소비자들이 적정한 가격에 많이 구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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