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기반을 초토화하는 저가 수입농산물의 공습기지인가, 저조한 식량자급률을 보완할 ‘비빌 언덕’인가.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간 농업 교역 현황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세계 최대 농식품 수입국이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최근 펴낸 ‘2022년 중국심층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1년 기준 전세계 수입 교역액의 8.2%를 차지했다. 농축수산식품 수입액은 2198억2000만달러였지만 수출액은 843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적자폭이 1354억7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은 이처럼 농산물 무역에서 거대 적자국이지만 한국에 대해선 정반대 모습을 보인다.
한국은 중국산 농식품 구매의 큰손이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2021년 중국의 한국 대상 농식품 수출 실적은 53억달러로 집계됐다. 홍콩(105억6000만달러)·일본(102억7000만달러)·미국(74억4000만달러)·베트남(54억4000만달러)에 이은 5위다.
한국이 중국의 ‘거점 농식품 수출시장’인 것은 aT 농식품수출정보에 좀더 자세히 나와 있다. 한국은 2021년 중국에서 51억9500만달러어치의 농식품(수산물 제외)을 사들였다. 2017∼2020년 연평균 45억200만달러인 것과 견주면 15.4% 증가했다. 주요 수입 농식품은 혼합조제식료품(3억3020만달러)이 가장 많았고 기타채소(2억760만달러)·쌀(1억7920만달러)·고추(1억5900만달러)·김치(1억4070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반면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그만큼의 농식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한국의 중국 대상 농식품 수출액은 2021년 기준 13억4000만달러에 불과했다. 수입액의 26% 수준이다. 2017∼2021년 연평균 8% 성장했지만 농식품 무역 적자 규모는 2021년 기준 38억5500만달러에 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1일 ‘한·중 수교 30년 산업별 대중 수출의존도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1992년 수교 이래 중국과의 교역이 빠르게 급증해 한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수교 8년 뒤인 2000년 양국 교역 규모는 313억달러였지만 2021년엔 3015억달러로 9.7배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양국 교역 규모는 수교 시점(64억달러)을 고려하면 30년 동안 48배 성장했다. 특히 2021년 기준 한국은 중국에 1629억달러어치를 수출했고 1386억달러어치를 수입했다. 교역 수지는 243억달러 흑자다. 그러나 농식품 분야에선 막대한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중국 농식품의 30년 공습에 대해선 이견도 있다. 국내 낮은 식량자급률과 지리적 요인, 이상기후 등도 주된 요인이라는 것이다. 앞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1년 ‘중국 농업의 구조변화와 한국 농산물 교역 전망’이란 보고서에서 “중국에서 수입하는 채소류 가운데 수입액 순위 앞자리를 다투는 고추·마늘은 국내 자급률이 크게 낮아 매년 일정량의 수입이 반드시 필요한 품목”이라고 했다. 또 “잦은 기후변화로 국내 채소류 수급이 불안정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농업생산구조도 유사한 중국으로부터 채소류 수입이 단기간에 급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전해인 2010년 정부는 중국에서 신선 배추·무를 무관세로 도입하는 ‘김장철 배추 등 채소류 가격 안정대책’을 내놨다. 올해도 양파에 대해 할당관세(10%)를 적용하고 마늘 TRQ(저율관세할당) 물량을 증량했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한·중 수교 이후 30년간 양국간 무역과 투자가 늘어나면서 농업분야도 마찬가지로 교류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2000년 한·중 마늘협상,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굴곡을 겪으면서 중국산 농식품의 질적 수준이 올라갔고 최근 ‘알몸김치’ 파동 등 위생문제가 제기됐지만 한국의 낮은 식량자급 구조상 중국산 농식품의 대공습은 앞으로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분업화가 핵심인 국가간 무역 특성을 인정하면서도 교역 확대로 피해를 보는 농업 등 특정 산업에 대해 정부는 피해 보전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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