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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한걸음 더] 저물어가는 WTO 시대…몰려오는 메가 FTA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2-08-22 조회 1506
첨부파일 20220821104649954.jpg


     국제 통상질서 변혁에 대응할 농업계의 전략적 선택

      WTO 체제

     거대 개도국들 경제력 커져  선진국과 ‘이해충돌’ 발생

     미국은 새로운 질서 모색  IPEF 제안…실체 안갯속


      CPTPP

      미국 불참…중국 가입신청

      일본 등 中시장 선점하기전  우리나라도 참여 서둘러야

      실효성 있는 FTA  대책  피해액 추정 지원방식 지양

      근본적 농정전환 준비 필요  미국 가격보전제도 참고를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2. 8. 22


 세계는 새로운 통상질서를 고심하며 여러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 그보다 우리나라가 이 변혁에 어떻게 참여하고 대응할 것인가는 국가 운명과 연결된 중차대한 문제다. 농업계는 그 실체를 정확히 이해하고 전략적 선택을 해야 최선의 방어를 하고 변혁 흐름에 올라탈 수 있다.


  # 세계무역기구(WTO)의 미래는


통상질서에 변혁이 불가피해진 것은 국제무역을 규율해오던 WTO가 위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WTO 체제에선 우리나라를 비롯한 모든 나라가 자유무역 이득을 누렸다. 그러나 중국·인도 등 거대 개발도상국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선진국과 이해가 충돌했다. 저렴한 임금과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생산된 상품이 WTO가 깔아놓은 자유무역 통로를 거쳐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을 잠식했고, 이 과정에서 선진국 제조업은 쇠락했다.

WTO의 보조금 감축 규정에 개도국은 ‘사다리 걷어차기’라며 거세게 저항했다. 중국·인도 등은 감축은커녕 도리어 지급을 늘렸다. WTO 분쟁해결기구는 회원국간 격렬한 갈등으로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웠다.

이제 미국은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과 접근을 목표로 하는 WTO 다자체제를 통해 얻을 이익이 크지 않다. 결국은 WTO에 기대를 접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바로 그 시도이다.

미국이 기대를 접었기에 이제 WTO는 우루과이라운드(UR) 체제 유지를 최대 목표로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WTO 협상은 선진국과 개도국간 이해충돌이 비교적 작은 분야에서 ‘작은 합의’를 이루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동식물 검역이 대표적인 예다. 개도국 가운데도 농산물 수출국이 많으므로 검역 절차 신속화, 지역화, 과학적 근거 원칙 등에서 미국 등 선진 수출국과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농업계는 WTO 체제에서 예상되는 작은 합의가 농업에 미칠 수 있는 요소를 파악하는 일에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 특히 동식물 검역 과학화나 수입통관 제도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 등을 염두에 둬야 한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할 것인가

WTO가 위력을 상실하자 많은 나라가 자유무역협정(FTA), 특히 메가 FTA를 통해 자유무역의 이득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우리나라도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FTA 17개를 체결했다. 그러나 일본 등 태평양 11개국이 참여한 CPTPP 가입에는 소극적이었다. 일본 이외에 다른 CPTPP 국가와는 이미 대부분 FTA를 체결했고, 또한 미국이 참여하지 않은 CPTPP 가입은 이득이 별로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CPTPP 복귀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복귀할 가능성이 적다. 미국은 상품과 저임금에 기반하는 서비스의 시장접근 확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으므로 가입 이득도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2021년 9월 CPTPP 가입을 전격 신청했다. 경제발전 단계상 국제사회로 나와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높이고, 수출시장도 넓혀야 할 단계여서 당연한 선택으로 보인다. 거대한 소비시장을 가진 중국은 CPTPP의 가치를 한껏 높일 수 있는 요소를 갖췄다. 일본·호주 등도 중국의 CPTPP 가입에 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우리보다 중국이 먼저 CPTPP에 가입하면 일본 등이 중국시장을 선점하게 될 것이고, 우리나라의 가입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 가입을 서두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문제는 협상조건이다. CPTPP 회원국의 농산물 관세 철폐율이 평균 96.4%나 되지만 일본은 예외적으로 76.6%라는 낮은 양허를 확보했다. 일본은 필경 수출경쟁력이 높은 공산품분야에서 상대국에 반대급부를 제공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반대급부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가격·작황 위험 대응 농정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도 남는 문제는 대책이다. 이제까지 FTA 대책은 피해를 예측하거나 사후에 피해를 추정해 그에 상당하는 지원을 하는 방식이었다.

어떤 농산물에 얼마나 피해가 나타날 것인가? 일본 이외의 국가와는 FTA가 이미 발효 중이어서 추가적인 시장개방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CPTPP는 검역 등 규범분야에서 신속성과 투명성을 높은 수준으로 요구해서 과수부문에 피해가 크게 발생할 수 있지만 대체성 문제 등으로 실제 피해 양상은 예상하기 어렵다.

품목별 피해 추정은 불확실성이 커 피해 예상액을 기초로 보상하는 방식의 대책을 접어야 한다. 사후 피해 추정도 매우 부정확하므로 피해보전직불제 중심의 대책에 의존해서도 안된다.

실효성이 있고 농가가 공감하는 CPTPP 대책이 되기 위해서는 근본적 농정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시장개방을 비롯한 여러 요인으로 초래되는 가격과 작황의 불확실성을 완충해 농업경영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제 농업계는 미국이 주요 작물에 도입하고 있는 가격보전제도, 모든 농업과 농가에 적용하고 있는 보험제도를 우리 농정 중심으로 요구해야 한다.



   # IPEF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미국은 WTO 체제 대안으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 한다. 그 시도의 하나로 IPEF를 제안했다. 무역(연결된 경제)·공급망(회복력 있는 경제)·청정에너지와 탈탄소화(청정 경제), 그리고 조세와 반부패(공정한 경제) 등 네가지 분야(Pillars)로 나눠 협정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한가지 시나리오는 미국이 원하면서도 WTO에서 이루지 못한 진보적 조치에 합의하고 참여국을 확대해 새로운 질서의 준수를 중국에 압박하는 것이다. 그러나 IPEF가 규범·노동·환경 등에서 참여국에 추가적 규제를 요구한다면 오히려 비참여국에 이익을 주는 모순이 발생한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디지털 무역 등에 각종 국제표준을 선도하고 공급망에 문제가 생길 경우의 협력, 디지털 제품과 식량안보를 위한 공동 투자와 참여국간 밸류체인 구축 등 일종의 경제동맹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요컨대 IPEF 실체와 영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농업계는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반대하기보다, 모범규제관행 등 통관 원활화와 투명성 제고에 대비하면서 앞서 언급한 농정 전환 요구에 집중하는 전략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가격보전제도
농산물별로 기준가격을 법률로 정하고 시장가격이 이보다 낮으면 차액의 85%를 농가에 직접 보전하는 제도. 직전 5개년 평균 시장가격을 기준가격으로 하는 가격손실보상제도(PLC)를 70% 내외 농산물에 적용하고 있음.

 ※모범규제관행
수출입 통관 과정에 적용되는 여러 규제(동식물 검역 또는 제품인증 등)의 투명성을 높이고, 위험평가에 따라 운용함으로써 거래비용을 낮추고 통관 시간을 절약하는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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