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국제곡물 등 수입 원재료 가격이 지난해 동기보다 10∼29％ 올랐다. 이는 국내 식품기업의 원재료비 부담을 키워 국내 식품물가를 1.6∼18.9％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가 식품원료에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등 대책을 펴고 있지만, 미봉책일 뿐 해외농업개발 등 근본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 추석에 기록적인 폭우까지 겹치면서 연일 밥상 물가가 화두다. 올 상반기 농산물 물가는 비교적 안정적 추세를 보이는 반면 가공식품 물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의 가공식품 물가 영향’에 따르면, 쌀·과일·채소 가격 상승으로 오르기 시작한 농산물 물가는 2021년 1분기 최고점을 찍은 뒤 이후 안정세가 올 2분기까지 지속됐다.
대조적으로 가공식품 물가는 잡히지 않고 있다. 최근 통계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가공식품 물가는 110.11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2％ 상승했다. 식용유(55.6％)·밀가루(36.4％)·부침가루(31.6％)·설탕(18.4％) 등 주요 식자재가 크게 오른 가운데 김치(15％)·빵(12.6％)·치즈(11.3％)·커피(10.6％) 등도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식품기업의 원재료인 국제곡물 가격이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급등한 데 기인한다.
그렇다면 원재료 가격 상승이 가공식품 물가에 끼친 영향은 얼마나 될까. 농경연은 올 1분기 원재료 가격이 지난해보다 10∼29％ 상승하면서 식품물가를 업종·부류에 따라 1.6∼18.9％ 올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구체적으로 제분(18.9％)·제당(14.7％)·배합사료(9.7％)·전분 및 당류(9.3％) 순으로 파급영향이 컸을 것으로 분석됐다. 김상효 농경연 연구위원은 “식품기업의 제조원가 중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3.8∼78.4％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5.8∼24.6％)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제곡물 가격 상승으로 식품기업은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향후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기후변화 등으로 국제곡물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점이다. 당장 3분기 국제곡물 수입가격이 1분기 대비 30％ 더 오르며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정부는 식품원료 할당관세 적용, 커피 및 코코아 원두 부가세 한시 면제, 단순가공식료품 부가세 한시 면제, 식품가공업체 원료 매입자금 지원 등의 대책을 추진 중이지만 임시방편인 만큼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농경연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곡물자급률 제고, 해외농업개발, 곡물 유통망 진입 사업 등 국제곡물 위기 대응을 위한 근본적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특히 이들 정책이 2007∼2008년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이 주도하는 물가상승)으로 추진되다가 이후 국제곡물 가격 안정으로 지속되지 못한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중장기적 관점에서 설계·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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