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농지를 취득할 때 ‘농지위원회’에서 심의를 받아야 한다. 또 농지 임대차 계약을 체결·변경·해제할 때도 농지 소재지 관할 행정청(시·구·읍·면)에 방문해 ‘농지대장’ 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 개정 농지법이 18일 시행되면서 달라진 내용과 의미를 짚어본다.
◆투기 목적 농지 취득 억제=정부는 지난해 8월17일 ‘농지법’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농어업경영체법)’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농어촌공사법)’ 등 농지관리 개정 법률 3건을 공포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농지 투기로 문제가 불거진 지 5개월여 만이었다. 농지관리 개선 3법 가운데 개정 농지법이 공포 후 1년이 지난 이달 18일 마지막으로 시행됨으로써 개정 법률 시행이 모두 마무리됐다.
달라진 점은 두가지다. 우선 투기 위험이 높은 지역의 농지를 취득할 때는 농지위원회에서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농지위원회는 시·구·읍·면에 설치되는 자문기구로 지역농민·전문가 등 10∼20명으로 구성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시·군·자치구 220곳 가운데 16일 기준 95%에서 농지위원회 설치를 완료했다. 개수로는 1550여개에 이른다. 농지위원회는 관련법에 따라 3년 이상 농업에 종사한 농민·농민단체 등이 추천하는 인사, 비영리 민간단체 관계자, 농지 관련 전문가 등 10∼12명으로 구성한 곳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지위원회 심의 대상은 다섯가지다. 첫째로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있는 농지를 취득할 때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거래신고법에 따른 지역으로 현재 경기 대부분 지역과 경남 김해, 부산 강서구·기장군 같은 대도시 인접지역이 해당된다.
농업법인이 농지를 취득하거나 농지 1필지를 3인 이상이 공유지분으로 취득할 때도 농지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른바 관외경작자가 농지를 처음으로 취득하거나 외국인 또는 외국 국적 동포가 농지를 사들일 때도 심의 대상이다. 관외경작자는 농지 소재지 시·군·자치구나 이웃한 시·군·자치구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농사를 짓는 사람이다.
농지위원회 심의제도는 2002년 4월 폐지된 농지관리위원회 2인 확인제가 20년 만에 부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과거 읍·면장 등 2인만 확인해주면 됐던 것에서 이제는 지역농민·전문가가 포함된 위원회가 심의하는 방식으로 바뀐 만큼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을 효율적으로 억제하는 장치로 거듭났다는 게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모든 농지 이용 현황 확인 기반 마련=개정 농지법은 ‘농지원부’제도 개선사항도 담았다. 농지원부는 농지 소유자, 소유면적, 경작 현황 등 20개 농지 정보를 등록한 자료다. 정부는 농지 소유·이용 실태를 파악해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관리하기 위해 1973년부터 작성·비치해왔다.
우선 농지원부라는 공부 명칭이 ‘농지대장’으로 바뀐다. 토지대장·임야대장·건축물대장 등 유사 사례를 참고해 국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농지원부 명칭은 49년 만에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됐다.
농지대장 신고의무도 부과했다. 농지 소유자나 임차인은 농지법에 따른 농지 임대차 계약을 체결·변경·해제하면 변경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농지 소재지 관할 행정청을 방문해 농지대장 변경을 신청해야 한다. 농지에 농막·축사·고정식온실·버섯재배사·곤충사육사 등 시설을 설치할 때도 마찬가지다. 다만 18일 이전에 체결한 임대차 계약이나 설치한 시설은 변경 신청 대상이 아니다.
농지대장 변경 사유가 발생했는데도 변경 신청을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신청한 것이 확인되면 위반 횟수에 따라 1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박수진 농식품부 농업정책국장은 “농지위원회 심의제도 신설을 통해 농지 취득 심사를 강화함으로써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농지 취득을 억제하고, 농지 임대차 신고제도 시행에 따라 모든 농지 이용 현황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등 농지관리체계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