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농산물 디지털 유통을 선도할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구축에 착수한다고 18일 밝혔다. 스마트 APC는 로봇·센서·통신 등 첨단기술을 이용해 농산물을 저장·선별·포장하는 것을 자동화하고, 디지털화한 정보를 바탕으로 농장에서 소비지까지 전후방 산업과 연계하는 첨단 산지유통시설을 말한다.
스마트 APC 구축은 새 정부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정부는 농업의 미래 성장산업화를 위해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유통 전과정을 디지털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왜 스마트 APC 인가=정부는 1990년대부터 농산물 시장개방과 국내외 대규모 자본의 유통산업 진출에 대응해 산지에서 규격화된 농산물을 대량으로 거래할 수 있는 APC 건립을 지원해왔다. 소비자에게 질 좋은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한편 생산자의 출하 규모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에서다.
이같은 지원에 힘입어 APC는 산지유통의 한축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전국 558곳 APC에서 과일·채소 등 260만t을 선별·포장·출하하고 있다. 전체 원예농산물 생산량(1100만t)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최근 유통 대기업 간 자본·기술을 활용한 속도 경쟁이 일고 있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화 마케팅 등 비대면·디지털 경제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현재의 APC로는 유통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APC를 스마트화하면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출하시기를 조절하고 소비자 맞춤형 상품을 생산하는 데 유리해질 것이란 게 정부의 판단이다. 자동화된 설비를 활용해 인력 절감과 농산물 상품성 향상도 도모할 수 있다고 본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양파 APC를 스마트화하면 저장손실이 30% 줄어들고 상품성은 25%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선별·포장 인력도 50%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0대 품목에 대해 표준모델 연내 개발=농식품부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관으로 농촌진흥청, 농협경제지주, 대학교, 관련 협회 등 저온저장시설과 상품화 설비, 정보기술(IT), APC 운영 관련 전문가로 자문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자문단은 지난달 사전 현장조사에 이어 이달 착수회의를 시작으로 APC 스마트화 모델 개발에 돌입했다. 사과·배·감귤·토마토·파프리카·수박·참외·감자·양파·마늘 등 APC에서 상품화하는 주요 10개 품목에 대해 연말까지 다양한 논의와 현장 검증을 거쳐 건축부문과 상품화 설비의 기본설계를 제시할 계획이다. 데이터 생성·활용 방안도 마련한다.
농식품부는 올해 중 표준모델을 마련해 향후 APC 지원사업에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한편 내년엔 ‘스마트 APC통합지원시스템’을 구축해 전국적인 농산물 유통 디지털화를 전국적으로 촉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스마트 APC통합지원시스템은 인터넷 기반 자원공유 체계로 디지털화한 APC 정보를 공동으로 활용해 소비자에게 상품 정보를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김종구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유통 대기업의 디지털 혁신에 대응하기 위해 APC 스마트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면서 “농식품부는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혁신과 농가의 소득향상, 소비자의 쌍방향 소통, 수급안정 등을 위해 스마트 APC 구축을 적극적으로 지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