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3년마다 이뤄지는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부류 하역비 협상이 하역노조와 도매법인 간 인상률 의견차로 난항을 겪고 있다.
그동안 서울경기항운노동조합을 비롯한 하역노조는 하역근로자들의 임금이 배달, 택배, 일용직 건설 근로자보다 턱없이 낮으며, 근로 환경 또한 열악해 노조원들의 이탈 현상이 심각하다고 토로해 왔다. 특히 명절 성수기와 일요일의 경우 반입량이 많아 업무강도를 의식한 노조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에 하역노조 측은 평균적으로 인상했던 4~5% 범위가 아니라 외부의 근로 환경, 임금 등의 현실을 감안해 인상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연초부터 밝혀 왔다.
반면 도매법인들은 가락시장의 위탁수수료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특별시 농수산물 조례 시행규칙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법적 판단 이후 협상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가락시장 위탁수수료 4%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올 경우 하역비 전부를 도매법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하역비 협상 진행 과정과 협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짚어봤다.
# 하역비 인상률 이견 지속
현재 하역비 협상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하역비 담합 건으로 인해 청과부류 도매법인과 하역노조가 동일 선상에서 인상률을 논의할 수 없기 때문에 각 분회별로 관련 협상이 진행 중이다.
A도매법인의 경우 4번의 회의를 통해 7.2% 인상률을 제시했으나 노조 측에서 인상 폭이 적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나머지 도매법인들도 논의 중이나 정확한 인상률은 도출되지 않았다.
서경항운노조는 도매법인들이 하역비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달 18~19일 양일간 임시총회를 열고 총파업과 관련된 사항을 의결했다.
중도매인들의 경우 하역노조원들의 근로여건 개선을 위해 배송비를 10% 이상(품목마다 상이) 인상하기로 결정했지만 도매법인들은 하역노조원들이 꾸준히 어려움을 호소했음에도 현실을 반영한 인상률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서경항운노조는 최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청과부류 도매법인 중 한국청과의 하역에 대한 쟁의(파업)를 신청했으며 정해덕 위원장이 지난 7일 조사를 받았다.
정 위원장은 “하역노조들의 어려운 여건을 반영해 하역비 인상을 15%+a(명절, 일요일 할증 20~30% 수준), 10%+a(명절, 일요일 할증 50%)로 하는 안을 도매법인들에게 전달했다”며 “출하자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쟁의와 관련된 조사가 마무리되기 전 원활한 협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도매법인 한 관계자는 “도매법인들도 하역노조원들의 어려운 여건을 잘 알고 있으며 하역비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아니다”며 “외부의 유통환경 변화와 더불어 하역노조원들의 근로여건 등을 고려할 때 향후 파렛트 출하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도매법인 관계자는 “하역비 협상이 노조가 원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경우 하역지연 등과 관련된 문제 책임을 노조가 하는 내용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하역과 배송 등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출하자와 소비자가 보기 때문에 쟁의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류, 하역 업무를 맡고 있는 김수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물류혁신팀 파트리더(PL)은 “총파업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역노조와 도매법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며 “A법인을 제외한 타 법인에서 인상률을 제안하지 않아 중재안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분기마다 개최되는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 하역비 인상 건을 상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었는데 이와 관련 하역노조는 3분기 논의는 너무 늦었다는 입장이며 서울시공사는 양자 간 협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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