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는 당초 투명 포장 농산물에도 생산연도·내용량을 쓰도록 할 방침이었지만 농업계 반발 여론에 부딪혀 공식 철회했다. 사진은 투명 포장 농산물로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농민신문
종이상자 관련 내용 안알리고
유예기간 끝나 본격 단속 예정
농식품부는 산지홍보도 안해
“상자 재고 많아…대책 세워야”
농민신문 김소영 기자 2022. 7. 13
“아니, 포장상자에 생산연도·중량 표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고요? 지난해에 다 끝난 문제 아니었어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농축임수산물 등 자연 상태 식품에 생산연도(생산연월일 또는 포장일)와 내용량(중량) 표기를 의무화한 ‘식품 등의 표시 기준(고시)’이 올 1월1일 개정 시행된 이후 6개월간의 유예기간이 끝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산지가 일대 혼선을 빚고 있다.
식약처는 당초 투명 포장 농산물에도 생산연도·내용량을 쓰도록 할 방침이었지만 농업계 반발 여론에 부딪혀 공식 철회했다(본지 2021년 11월10일 1면 보도). 투명하게 포장한 자연 상태 식품은 눈으로 내용물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만큼 해당 표기가 의미 없다는 산지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식약처 개정 고시엔 종이상자 등 불투명 포장재에 담긴 농산물 등에 대한 예외 조항이 없다. 오히려 ‘표시는 잉크·각인 또는 소인 등을 사용해야 하고 농산물 등엔 스티커·라벨(Label)·꼬리표(Tag)를 사용할 수 있다’는 등의 규제 사항이 빼곡하게 담겼다.
문제는 이같은 고시 내용을 식약처는 물론이고 관련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산지에 제대로 홍보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오승수 제주 서귀포 성산일출봉농협 상무는 “무·당근·양배추 등 주요 겨울채소를 해를 넘기며 출하하는 곳인데도 제도 유예기간이 6월30일자로 끝난 것은 고사하고 고시 내용 자체를 최근까지 전혀 몰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2022년산’이 기재된 겨울무 종이상자 재고가 상당한 상황에서 만일 내년 1월 수확한 무를 출하한다면 포장재를 새로 제작하거나 일일이 스티커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냐”며 황당해했다.
김상엽 제주도 식품원예과장은 “제주지역은 상당수 농산물을 10월에서 이듬해 6월까지 출하해 식약처 고시의 직접 이해당사자”라면서 “식약처가 제도 추진에 앞서 해당 산지와 논의했어야 하는데 불통 행정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강용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장은 “농식품부라도 관련 고시 내용을 산지에 전달해 미리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면서 “정부가 경제분야 규제를 혁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수입식품에 대한 국민 알권리를 확보하면서도 국내 산지에 족쇄로 작용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산지와 머리를 맞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 관계자는 11일 본지와 통화에서 “예정대로 유예기간이 상반기 중 끝난 만큼 본격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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