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관리 규정 상한 수 600명
절반도 못 미치는 270여명 뿐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2. 7. 8
서울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서 농산물 경매에 참여하는 중도매인들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 운영·관리 규정에서 정한 중도매인 상한 수 600명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270여명에 불과해 시장 경쟁력 측면에서 우려를 낳는다. 이런데도 강서시장 운영·관리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은 2019년 7월부터 지금까지 3년간 중도매인 모집 공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서울시공사) 강서지사에 따르면 7월 8일 현재 강서시장 전체 중도매인 숫자는 272명이다. 강서시장은 국내 농산물도매시장 중 유일하게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를 병행 운영하고 있는 곳인데, 중도매인과 매매참가인이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강서시장의 중도매인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 서울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 시행규칙에는 도매시장 내 영업 종사자의 숫자를 제한하고 있다. 강서시장의 경우 도매시장법인은 3개, 시장도매인은 60개, 중도매인은 600명으로 상한 수를 정해놓고 있다. 이 중 도매법인(강서청과, 서부청과, 농협 강서공판장 등 3곳)과 시장도매인(60곳)의 경우 상한 수를 채워 운영 중인데, 중도매인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매 가격 결정 등 역할 중요한데
최근 3년 모집 공고 하지도 않아
시장경쟁력 악화 우려…공사 ‘책임론’
강서시장 내 도매법인 관계자는 “경매 가격을 결정하는 데 중도매인의 역할이 크다. 관련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서 중도매인이 경매가 아닌 다른 중도매인이나 시장도매인 등에게 물건을 구입하는 것을 제한한 것도 중도매인의 구매력을 높이려는 취지인 만큼 적정 수의 중도매인 유지 역시 상호 경쟁을 유도해 합리적인 낙찰가 형성을 좌우하는데, 강서시장 중도매인 숫자는 조례에 정한 상한 수에 크게 못 미치는 상태가 수년 째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중도매인 수도 갈수록 줄고 있는 상황이다. 농수산물도매시장 통계연보에 따르면 강서시장 중도매인은 2018년 304명, 2020년 286명, 2022년 272명으로 최근 4년 사이 32명이 시장을 빠져나갔다. 반면 국내 최대 공영농산물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의 경우 중도매인 숫자는 전체 1937명(2020년 기준)으로, 상한 수(청과부류 1187명, 수산부류 460명, 축산부류 60명 등 총 1707명)를 초과한 상황이다.
앞선 관계자는 “중도매인 신규 모집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부실화되는 중도매인에 대한 퇴출 또는 교체가 되지 않고, 법인은 중도매인 수 감소를 막기 위해 중도매인이 가진 리스크를 함께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중도매인의 영업권에 대한 프리미엄만 높아질 뿐, 경쟁의 결과가 농민과 소비자 어느 누구에게도 돌아가지 않는다. 경매 기능 약화로도 이어져 관련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 부분이다. 강서시장의 경매 실적이 부진한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고 우려했다.
중도매인은 경매체제에서 낙찰 가격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도매인들이 출하 농산물을 사려는 입찰 경쟁이 많아질수록 낙찰가는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낙찰가가 출하자가 받는 농산물 값이라는 점에서 경매체제의 선순환 구조와 시장 경쟁력(거래실적, 거래금액 등) 확보를 위해서는 적정 수의 중도매인 유치와 관리·운영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이 역할을 관련 규정(농안법 제22조 등)에서 시장 관리자에 부여하고 있다.
중도매인 모집도 시장 관리자인 서울시공사의 업무 영역이다. 통상적으로 중도매업 허가는 공개모집 절차를 거쳐 시장에게 추천하고 시장이 이를 허가하고 있다. 이 점에서 서울시공사 강서지사가 중도매인 모집 노력을 방치했거나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공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바로는 강서시장의 중도매인 모집 공고는 2019년 7월 18일 게시 이후 단 한 차례도 올라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서시장 내 법인 관계자는 “강서지사가 2017년부터 기존 모집 방식인 ‘법인경유제’를 폐지하고 ‘신규 중도매인 모집방안’을 마련해 직접 모집을 추진했는데, 중도매인 폐업·반납자가 발생할 경우에도 신규로 중도매인을 모집하지 않고 중도매인 점포 이전 및 확대 배정에만 치중해 오고 있다”며 “의지가 없어 안 하는 것인지, 아니면 역량이 안 돼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도매인 모집 및 유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서지사 “하반기 모집 추진
상한 수 600명도 재조정 필요”
이 같은 부분에 대해 서울시공사 강서지사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중도매인 신규 모집 공고를 내지 못한 것이 맞고, 중도매인 모집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일반 중도매인의 경우 점포를 제공해야 하는데, 지금 9개 정도가 비어있는 상황이다. 시장 내 법인·중도매인들과 협의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는 중도매인 신규 모집 공고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중도매인 상한 수 규정에 대해서는 “600명 상한 수는 제한선의 개념이며, 강서시장 개장 당시 영등포 시장 상인들이 들어오면서 특수품목과 반점포 기준으로 책정된 것이기 때문에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논의를 그동안 하지 못해왔던 것 같다. 적정 수를 얼마로 할지에 대해서는 거래물량 등에 따라 재산정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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