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만생종 양파 수확이 마무리된 가운데 양파값이 평년 대비 강세를 띠고 있다. 중만생종 생산량이 평년보다 크게 감소한 영향이다. 산지에선 양파값 고공행진으로 수입량 증가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양파값 평년 대비 강세…중만생종 생산량 감소 영향=6월29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양파는 상품 1㎏당 평균 1374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6월 평균 경락값 652원보다 110.7%, 평년 6월 평균 경락값 680원보다 102% 높은 값이다.
양파값은 5월까지 상품 1㎏당 500원대를 유지하며 평년 대비 약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6월 들어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며 평년 대비 강세로 돌아섰다. 양파값 반등은 중만생종의 생산량 감소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출하된 중만생종 양파 생산량은 97만∼100만t 내외로 추정돼 평년 대비 16.7∼19.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배면적과 단수(단위면적당 생산량) 모두 평년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중만생종 재배면적은 1만4546㏊(4400만평)로 평년 대비 14.9% 감소했고, 단수는 10ａ당 6668∼6872㎏으로 평년 대비 2∼5%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노호영 농경연 양념채소관측팀장은 “지난해 양파값 약세 등의 이유로 재배면적이 감소했는데 4∼5월 극심한 가뭄으로 생육부진까지 발생해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류현덕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사는 “통상 이 시기엔 저장에 들어가지 않는 중만생종 양파가 넘쳐나 시장에 출하되는 게 정상인데 올해는 출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산지 기대심리가 워낙 높아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지 “수입 증가 우려”…수입업체 “중국산 가격 높아 민간수입 어려울 것”=생산비 증가에 고심하던 산지 관계자들은 양파값 고공행진 소식을 반기면서도 수입 증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김병덕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올해 인건비와 비료값 등 생산비가 너무 올라 양파값 상승은 농가에 기쁜 소식”이라며 “하지만 현 수준의 양파값이 이어지면 수입량이 급증할 수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노은준 한국양파산업연합회장(전남 무안농협 조합장)도 “양파값이 오르긴 했지만 생산비가 급증한 데다 수확량도 줄어 농가 수입은 많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입량이 늘어나 국산값이 떨어진다면 생산기반이 붕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산지 우려와 달리 중국 현지 양파값이 높아 현 시점에서 민간 수입물량이 크게 늘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통상 5∼6월에는 중국 산둥성에서 양파가 수입되는데, 올해에는 생산량이 많지 않아 현지 시세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5월20일 기준 신선양파 민간 수입량은 141t으로 지난해 동기 317t 대비 절반가량 감소한 상황이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현재 중국산 신선양파 가격은 1t당 500달러 수준으로, 관세 135%를 부과하면 한국 도착가격이 1㎏당 1100원 이상”이라며 “마진까지 고려하면 국산과 값 차이가 크지 않아 저율관세할당(TRQ)이 아니면 수입하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수입업체 관계자도 “양파를 수입해 이윤을 보려면 15㎏ 한망 가격이 최소 2만3000원 이상 나와야 한다”며 “얼마 전 일부 수입 양파가 가락시장에서 거래됐는데 15㎏ 한망당 2만1000원에 팔려 수입업자가 손해를 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 “양파값 추가 상승 가능성 낮고 양극화 심화할 것”=앞으로 양파값의 추가 상승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 비축물량 방출과 소비 둔화 등의 영향으로 값 상승 여력이 많지 않다는 평가다. 상품성에 따라 값 차이가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양파수급안정대책의 일환으로 6월27일부터 도매시장에 비축물량 9200t을 순차적으로 방출하고 있다. 첫날엔 약 36t, 둘째날엔 약 102t을 출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철 동화청과 경매사는 “가열해 먹는 양파 특성상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부턴 비수기”라며 “출하량이 큰 폭으로 줄었지만 소비 부진, 정부비축물량 방출로 가격이 더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영권 한국청과 채소2팀 부장은 “올해 구 크기가 큰 물량이 전체의 30% 이하에 불과해 상품성에 따라 값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농식품부는 향후 TRQ 재개, 민간 수입물량 증가 등 수급 변수가 많은 만큼 기대심리에 따른 출하 지연으로 출하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남윤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서기관은 “현 수준 가격이 지속할 경우 정부 입장에선 TRQ 재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올 하반기 수급 변수가 남아 있는 만큼 출하자들은 출하 계획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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