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기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 등 농업분야에 제공하는 조세감면 혜택이 올해말 무더기로 종료된다. 국세 9건, 지방세 3건 등 12개 항목에 대한 조세특례가 이대로 사라진다면 내년부터 농민 등이 추가 부담할 세액은 연간 2조원에 달한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일몰 보조사업의 52%를 구조조정하는 등 각종 일몰 연장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기세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국제 원자재값 급등으로 ‘숨넘어가는 상황’을 맞고 있는 농민들은 농업부문 조세특례만큼은 반드시 연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12월31일 종료 예정인 농업부문 조세특례는 ▲농업용기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 ▲조합 법인세 당기순이익 저율과세 ▲조합 3000만원 이하 예탁금 이자소득 비과세 ▲조합원 1000만원 이하 출자금 배당소득 비과세 ▲영농자녀 등이 증여받는 농지에 대한 증여세 감면 ▲8년 이상 축사용지 폐업 목적 양도소득세 감면 ▲농어가목돈마련저축 이자소득세 비과세 ▲농업인 직접수입 기자재 부가가치세 면제 ▲농촌주택·고향주택 취득 시 양도세 특례 등 국세만 9건이다.
농협중앙회는 이들 항목에 대한 감면 혜택이 1조87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지방세 일몰 항목인 ▲농업인 융자 시 담보물 등기 등록면허세 감면(50%) ▲조합 법인지방소득세 저율과세 ▲농산물 유통자회사 유통시설 취득세·재산세 감면(50%) 조치로도 440억원 상당의 감면 효과를 보는 것으로 농협은 평가했다. 1조9220억원이나 되는 세액감면조치 연장이 농업예산 증액 못지않게 주요한 과제인 셈이다. 전국 농협 조합장들이 앞서 3월 농업·농촌 현안을 담은 ‘대정부·국회 건의문’을 채택하면서 ‘농업부문 조세특례 연장’을 특히 강조한 배경이다.
국회도 이같은 상황을 주시하면서 관련법 개정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반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한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익산갑)은 20일 축사용지 양도세 감면 적용기한 3년 연장 등 6개 조세특례 항목에 대한 일몰기한을 2025년 12월31일까지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쌀 소비가 감소하면서 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농산물 시장개방 압력 확대와 잦은 이상기후 등으로 농업부문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농업 조세특례가 축소된다면 농산물 생산기반이 위축되고 농가소득이 감소하는 등 농촌경제 어려움이 더욱 가중할 것”이라고 했다.
특례 연장 항목과 기한엔 일부 차이가 있지만 다른 여야 의원들도 개정안 발의로 뜻을 모으고 있다. 22일 기준 국민의힘에선 이종배(충북 충주)·배준영(인천 중구·강화·옹진)·정점식(경남 통영·고성)·김용판(대구 달서병)·김선교(경기 여주·양평) 의원이, 민주당에선 이원택(전북 김제·부안)·주철현(전남 여수갑) 의원이 일몰 연장 법안을 냈다.
농업계는 최근 기후환경 변화, 농촌인구 감소, 대외개방 확대 등 농업 불안이 커지고 있어 조세특례 연장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국제 곡물값 급등으로 식량안보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지만 정부 대책은 공급량 확보와 물가 관리 등 소비자 입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안정적인 국민 먹거리 공급을 위해 국내 생산을 뒷받침하는 조치가 필수적이고 그런 차원에서 조세특례 일몰 연장과 함께 영구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